[노벨동산] 신뢰로 극복해야 할 대화의 벽
[노벨동산] 신뢰로 극복해야 할 대화의 벽
  • 유주연 / 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0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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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마주 대하다’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된다. 따라서 원활한 대화란 대화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이 마주 앉아서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음에 거리낌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교수와 학생간의 대화에 거리낌이 생기는 것일까. 그 답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진정으로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생각해봐야겠다. 마주대한다 함은 물리적인 공간 내에서 마주 앉아있다는 것 이외에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경청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나 동료 사이의 대화보다 교수와 학생간의 대화가 어려운 것은 아마도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가 주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만일 교수와 학생을 가르침을 주고받는 관계로만 규정한다면 당연히 수직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 혹은 ‘경험’이라는 차원(dimensi on)을 제거하고 나면, 우리 모두에게는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남게 된다. 공감(empathy)이란 나의 감정을 상대방의 입장에 이입함으로써 같이 느끼는 것을 말한다. 교수와 학생이 상대방과 공감할 수 있다면 대화가 원활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두 번째로 대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대화에서 학생의 역할이 교수님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뿐이라면, 교수의 역할이 학생의 고민이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주는 것뿐이라면, 그런 대화는 서로에게 무의미한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람직한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 당사자 간의 의견이 진솔하게 피력되어야 하며, 이러한 의견 개진에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수와 학생 간에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학생의 경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더라도 상대방이 곡해하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또 교수의 경우, 상대방이 교수와의 대화와 조언을 진실로 원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진실되지 않은 모습을 대화중에 느끼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런 경우는 학생과의 대화에 소비한 시간이 정말 아깝고 씁쓸한 생각이 든다.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기 원하는 학생과의 관계는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에게 있어서 교수란 어설프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제자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는 관계여야 할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말이다.
대화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런데 부족한 대화가 하루아침에 만족스러운 것으로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먹는 그 순간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뢰는 ‘쌓이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우리 모두 원활한 대화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