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시장과 포스테키안
효자시장과 포스테키안
  • 강탁호 기자
  • 승인 2008.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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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함께 시장 가자!
그때 그시절이 호시절이라

▣ 효자시장의 역사
효자시장의 역사는 35년도 더 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대 후반 포스코가 하천부지를 매입, 사원주택단지(승리·인화 아파트)를 지으면서 논밭과 십여 채 정도의 집이 있던 터에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포스코가 한창 주택단지를 개발하면서 길을 정비하고 인부들을 끌어오자, 인부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노점상과 식당 등이 여럿 들어선 것이 시작이라 한다. 지금도 주변에 사는 할머니들은 채소며 부식을 소쿠리에 담아 노점에서 팔고 있다.

1970년 개소한 효자역은 80~90년대까지만 해도 포스코 사원들의 발길로 바쁜 정거장이었다. 통근열차가 하루에도 8번씩 괴동역에서 효자시장 문전 효자역까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밤 10시가 되기만 하면 구시장의 모든 술집들은 발 디딜 틈 없이 환하게 불을 켜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사람들을 받았다. 시장 상인들에게는 ‘이 때 돈을 못 벌었으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구시장의 번영에 힘입어 80년대 중반에는 효곡동 동사무소와 파출소가 생겨났다.

1986년에는 우리대학이 개교했다. 이때는 통나무집이 아직 생기지 않았던 때라 학생들은 술을 마시러 ‘시장’ 혹은 ‘시내’로 나가야 했다. 다음의 1회 입학생이었던 기계공학과 강관형 교수의 회상.
“그때는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많았던 때이고, 또 지금처럼 놀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술을 참 많이 마셨어요. 당시 효자시장에는 음식점을 하며 술을 파는 형태가 많았거든요. 승리통닭이라던가, 미도만두 등이 유명했죠. 특이한 것은 80년대 후반 다른 대학에서는 막걸리 문화가 유행이었는데,
우리는 그 때도 소주-맥주-막걸리 순이었다는 거예요.”

이때는 시장뿐만이 아니라 시내로도 많이 나가 술을 마셨다고. 어쨌든 자연스레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추어 술집들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구시장 깊숙이 위치한 효자교회 쪽까지도 술집이 확장되어, 개교 초반 학생들은 술을 마시러 구시장 깊숙이 걸어 나가곤 했다고 한다. 포스코 사원과 학생들을 주고객으로 한 시장은 90년대 웰빙아울렛 언덕 쪽 길과 철도 건널목 길이 확장되면서 영역을 더욱 넓혔다.

포스코 사원들을 주수입원으로 발전한 시장은 1998년 지곡단지의 그린아파트로 주거 중심이 이동하면서 큰 변화기에 들어서게 된다. 포스코는 인화·승리 아파트의 일부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를 상인들에게 분양했다. 상인들이 여기에 자리를 잡으면서 신시장이 들어서게 된다. 구시장에 있던 술집과 음식점들은 우리대학 학생들을 겨냥해 신시장으로 자리를 많이 옮겼고, 주택단지의 가정주부를 주고객으로 부식 등을 팔던 재래시장의 성격이 강했던 구시장은 상권의 중심을 신시장으로 넘겨주게 된다.

5~6년 전부터 이동지구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지곡단지 거주자의 입장에서는 시장을 왕래할 일을 더욱 없어졌다. 우리대학과 포스코를 비롯한 주변 회사나 기관의 임직원들이 이렇다 할 단체식당이 없는 효자시장 대신 최신 시설과 다양한 메뉴를 갖춘 이동지구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또 이동에 바 형태의 술집이 들어서면서 임직원들은 식사와 술자리를 모두 가까운 이동에서 해결하게 되었다. 우리대학 학생들도 이동에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 효자시장은 전에 비해 수입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가게의 주인이 자주 바뀌게 된 추세도 이러한 어려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지구 개발 후 ‘아예’ 장사가 안 된다고 말하는 상인도 있다.

하지만 밤문화 만큼은 아직 요식업만큼의 하강세에 있지는 않아 보인다. 새벽 한두시쯤 힘들게 멀리 있는 이동으로 ‘2차’를 나가도 이미 대부분의 술집들이 문을 닫을 시각이기 때문에 3시, 4시까지 ‘달리는’ 우리대학의 밤문화가 이동에서 성립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1~2년 전 연일읍 유강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시장과의 도로가 뚫리면서 그나마 유강리 쪽에서 주민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현재 효자시장의 주고객은 주택단지 주민들, 우리대학 학생, 효자동과 유강리 주민 등이다.



소란한 저학년, 얌전한 고학년
▣ 포스테키안과 술
술집 주인들에게 포항공대 학생들의 술문화가 어떤지 물어보았다. 다른 대학가에 비해 술을 깨끗하고 얌전히 마신다는 게 호프집 주인들의 이구동성. ‘미스턴 세븐’ 주인 신현숙 씨의 말. “여기 학생들은 담배도 안 피우고, 병 깨면서 주사를 부리는 것도 아니어서 좋네요”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다 온 주인들은 역시 이 점을 장사하기 좋은 최고의 요인으로 꼽았다. 학생들에게 아쉬운 점?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술을 적게 마셔 생각보다 매출이 적은 것 이라면서 주인들은 허허 웃었다.

8년간 ‘투다리’를 운영해온 박종서 씨. 8년 전이면 2000년, 신시장이 들어선 때와 거의 같다. 그 때의 술문화가 어떠했는지 물었다. “8년 전에는 지금보다 조용한 술자리였어요. 그때는 학부생보다 대학원생이 더 많았죠. 학부생들은 가끔씩 단체모임이 있을 때만 볼 수 있었고요. 지금은 학부생들도 대학원생만큼이나 자주 보게 되네요” “학부 1~2학년은 어려서 그런지 술자리가 소란스러워요. 옆자리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고. 이런 학생들도 3~4학년이 되면 숙연해지고 얌전해지더군요” 술문화에도 엄연한 예의가 있는데, 이를 지켜달라는 따끔한 당부의 말로 받아들였다.

강관형 교수는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며 과거를 회상한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그때는 지곡연못 주변에 밤이면 매번 모여서 술 마시며 기타치고 노래 부르는 그룹들이 많았어요”라며 지금과는 사뭇 다른 술자리 문화를 얘기해주었다.
역시 1회 입학생인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도 “효자시장 업체에 음식배달을 주문할 때 술도 같이 챙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장뿐만이 아니라 시내로도 나가 술을 마셨다. 택시는 외진 곳은 안 간다며 잘 태워주지 않았고, 버스가 끊기는 늦은 시각이면 1시간 가량을 걸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포스텍이 없으면 효자시장도 없다
▣ 시장 상권 분석
효자시장은 크게 부식과 의류·잡화를 파는 구시장 구역(지도에서 연한 부분)과 호프집·음식점들이 많은 신시장 구역(지도에서 어두운 부분)으로 구분된다. 지역주민을 상대하는 재래시장이면서 동시에 대학생들을 위한 대학가 상권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신시장과 구시장 초입 영역의 상권을 분석해 보았다.

본지가 조사한 점포의 수는 60여개. 조사지역에 있는 점포의 수는 70여개이고, 이 중에 부식상·야채상등 우리와는 거리가 먼 점포는 조사하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들릴 법한 가게는 모두 조사에 포함시켰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점포는 음식점으로 20여개 정도가 있으며, 술집이 11개 업소로 뒤를 이었다. 음식업체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30% 정도이고, 나머지 70%는 포스코 사원들과 지역민들이다. 이 중 '참서리'·'중화각'우리대학 학생들에게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의 경우 주고객을 우리대학에 한정시켜 매출의존도는 거의 90~100%에 육박했다.

음식점의 위치도 우리대학 학생들이 자주 찾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요인이었다. 같은 종류의 분식점이면서도 위치가 외진 곳의 경우 길목에 위치한 곳보다 매출의존도가 20~30%정도 떨어졌다.

술집은 대체로 신시장 구역에 밀집해 있다. 3,000명 정도의 학생을 주타겟으로 하는데, 일반 대학가의 점포수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 오랫동안 술집을 운영해본 주인의 말이다. 이들 술집이 우리대학 학생에 의존하는 정도는 평균 60% 정도로, 모든 업종 중 가장 크게 나타났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2차’가 대부분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3차, 4차’도 시장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데에서 이 정도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중 특히 '잔비어'·'미스터세븐'·'투다리'등은 70~90% 정도의 높은 의존도를 보여 특히 학생들이 자주 찾는 집으로 꼽혔다. 음식점과 술집 모두 포항공대 학생의 점유율이 높은 곳이고, 따라서 이들 상점 주인들은 “포스텍이 없으면 효자시장도 없다”라고 말하곤 한다.

본질이 재래시장인 만큼 술집과 프렌차이즈 음식점으로 대표되는 일반대학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상점들도 눈에 띤다. 보양원·카센터·의류수선점 등등. 이들 상점은 주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효자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동종업계의 가게가 많은 편. 미용실만 해도 조사구역 내에 이미 대여섯개 정도가 있었고, 베이커리도 3군데나 있어 동종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상점의 수는 많아도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업종의 가게는 없다. 다른 대학로에서는 볼 수 있는 카페나 서점·클럽등 문화시설이 미비해 시장에 가도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PC방 가는 것이 전부다. 이처럼 대학생다운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거리가 없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게 가장 큰 불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