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 PosB와 여론
78 오름돌 - PosB와 여론
  • 유형우 기자
  • 승인 2008.03.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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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의 대표적 BBS를 꼽으라면 단연 PosB일 것이다. PosB는 지난 1997년 발족한 이후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세부 기능들은 약간 바뀌었지만, 그 세월동안 한결같이 우리대학 대표 BBS의 위치를 지켜왔으며, 지금도 교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활발하게 담아내고 있다.

현재 PosB에서는 다양한 기능의 보드를 제공하고 있다. 구성원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Announcement’ 보드부터 교내 문제를 공론화하는 ‘Postechian’ 보드, 사회적인 일을 공론화 하는 ‘Issues’ 보드, 이 밖에도 동아리·취미·부서별로 나뉜 각종 보드들이 있다.

이 모두가 중요한 기능들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꼽으라면 기자는 ‘Postechian’ 보드를 위시한 여론형성의 기능을 꼽겠다. ‘Announcement’ 보드의 기능은 POVIS 게시판 등에서, 동아리··취미·부서별 보드의 기능 역시 다른 사설 보드에서 대신할 수 있지만, 여론형성의 기능은 많은 학우들이 모이는 PosB가 아니라면 그 어느 것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PosB의 여론형성 기능이 가지는 영향력은 상당해서, 보직을 맡은 교수님들이나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PosB를 주시한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자는 과연 PosB가 이러한 여론형성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약간 의문이 가기 시작한다. 최근의 PosB에서는 바람직하게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로 일부 혹은 잘못된 정보를 통한 여론몰이를 들 수 있다. 요즘 포털사이트의 ‘~카더라 통신’을 떠올리면 바로 이해가 될 터인데, 문제는 PosB에서도 이런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정책결정 사항과 같이 보통 학우들이 쉽게 정보를 얻기 어려운 사항의 경우에 그 정도가 심하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로 이번학기 시작된 ‘기숙대학(RC)’ 정책을 들 수 있다. 일부 PosB 유저들은 기숙대학 정책 중에서 다른 사항을 차치하고 당시 제안사항에 지나지 않았던 ‘음주 후 입실 금지’와 ‘새벽 2~4시 사이 인터넷 차단’을 마치 이미 결정된 사항처럼 부각시켜 기숙대학정책 자체에 대해 많은 학우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게끔 했고, 이에 대다수의 학우들이 기숙대학을 마치 고등학교 기숙사와 다를 바 없는 주거공간으로 여기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이런 식이면 학교에 불을 질러버리겠다” 등의 극단적인 댓글마저 심심치않게 발견되었다.

이러한 여론몰이는 가끔 한 사람을 타깃으로 삼기도 한다. 이른바 ‘마녀사냥’ 혹은 ‘네카시즘(인터넷에 부는 마녀사냥 열풍)’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예로 지난학기의 성희롱 사건을 들 수 있다. PosB의 여론몰이를 통해 사건 당사자 중 ‘가해자’는 사실상 ‘인간 이하’가 되었다. 문제는 이 마녀사냥 과정을 보노라면 정작 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단지 사건의 외면만을 보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비판은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상당했으며, 심지어는 얼토당토 않는 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마녀사냥의 특징 중 하나는 대다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은 가차 없이 재단한다는 점이다. 실제 약간 다른 의견의 댓글을 달았던 유저는 곧바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고, 끝내는 댓글을 삭제해야 했다.

이런 PosB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가 떠오른다. 네이버와 디씨인사이드를 비롯한 대형포털사이트의 모습이 그것이다. 다소 심한 비약일 수도 있겠으나 루머 및 일부 정보의 확대, 마녀사냥 등의 모습은 이들 포털사이트와 너무나 닮아있다. 심지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한때 확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이른바 ‘냄비근성’의 모습마저 닮아있음에 약간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기자가 약간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PosB가 단순한 보드제공 기능이 흥밋거리가 아닌, 우리대학 여론형성의 중추로서 맥을 잇기 위해서는 작금의 모습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PosB를 변화시키는 것은 시삽진 등의 관리자가 아니라 유저들의 몫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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