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dential College에 거는 기대와 우려
Residential College에 거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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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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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대학이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학부 교육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이다. 신임 총장이 표방한 ‘맞춤형 영재교육’이 그 모토이며, 1,2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새롭게 시행하는 기숙대학 곧 Residential College(RC)가 구체적인 시행 방안 중 하나에 해당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연구 분야가 갖는 국내외적 수월성을 교육 분야에서도 성취하여 대학 본연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고 비전 2020을 착실히 달성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기본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나, 사실상 준비 기간이 넉넉지 못하여 RC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관심과 기대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현재 우리대학의 RC는 ‘학생들에 대한 부모와 같은 밀착형 지도’를 표방하여 10여 분의 마스터 교수를 두고 20여 명의 RA(Residential Advisor)를 배치하였다. 연구와 교육에 바쁜 중에도 힘들다 않고 일을 맡아준 마스터 교수들의 성의와 애정, 마스터 교수를 보좌할 RA들의 열정과 자발적인 노력, 시설과 인력 예산 면에서 초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대학 당국의 지원, 이 세 박자가 갖춰진 만큼 RC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대학의 특성을 십분 살리면서 전공 능력 외의 다양한 자질을 훌륭하게 갖춘 포스테키안을 양성하는 데 RC가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이러한 기대가 큰 만큼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한 가지 거론할 것은, 그동안의 준비 및 시행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얼마만큼 반영되고 존중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RC 자체가 교육의 일환이고 따라서 교육 일반이 그렇듯이 학습자의 요구만 좇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필요성과 목표에 맞게 내용과 형식이 갖춰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을 인정한 위에서 보더라도, 학생들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채 일방적으로 발표되었다가 번복되거나 한 몇몇 수칙 제안 등의 경우는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제안이 학생생활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내용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비록 비공식적인 것이었다 해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시된 점 또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루 스물네 시간을 꼬박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말한 기대 사항을 실현하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 전체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 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학생 및 마스터 교수들의 활동이 다방면으로 활성화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스터 교수의 지도하에 학생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대학의 유관 기관들이 적극 협조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렇게 RC의 자치 원리가 지켜지고 유형무형의 지원이 유기적으로 조화될 때 그 취지를 십분 살리는 RC가 갖춰질 것이다. 학업을 포함한 학생들의 대학생활 일반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주는 실질적인 상담 공간으로 기능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증진하며 리더십 마인드를 함양하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RC의 모습이다. RC가 이렇게 활성화될 때, 탁월한 전공 능력에 더하여 강의실에서 충족시킬 수 없었던 다양한 자질을 우리 학생들이 갖출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래 과학계를 이끌 글로벌 리더를 배출한다는 포스텍 교육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리라 믿고 기대한다.
국내 최고의 인재들 중에서 단 300명이라는 소수정예를 추려온 우리대학이, 개교 20돌을 지난 시점에서야 ‘학생 한 명 한 명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영재교육’을 교육 목표로 삼은 것은 어찌 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교육이야말로 연구소가 아닌 대학이 대학으로서 존재하는 기본적인 사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RC는, 우리대학이 연구 및 교육 전 분야에 있어 세계 일류 대학이 되는 데 있어 중요한 시금석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미세한 우려라도 불식시키고 맞춤형 영재교육을 내실 있게 성취하는 첫걸음으로 RC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우리대학의 RC가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