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세계에 대한 통찰’과
[축사] ‘세계에 대한 통찰’과
  • 박태준 / 설립이사장
  • 승인 200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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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리더십’ 필요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교직원과 동문, 내빈과 학부모 여러분.

오늘 영예의 학위를 받는 주인공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며, 그동안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주신 학부모와 교수 여러분, 그리고 법인 이사와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심심한 치하를 드립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새로운 시작의 길이 여러분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시작에는 용기와 신념과 꿈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준비된 인재들입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말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시절에 포스텍을 선택한 여러분의 뜨겁고 푸른 영혼은 이미 세 가지 준비를 다 갖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한 단계를 더 넘어서는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또 하나가 있다면, 무엇보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넓고 깊은 통찰력과 리더십 함양입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황제로 불리는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와 ‘친절한 자본주의’를 주창(主唱)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상가나 철학자가 아닙니다. 사회학자나 작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는 인류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심오한 고뇌와 사색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빛나는 자리에서, 포스텍 설립자로서 졸업생 여러분에게 ‘세계에 대한 통찰’과 ‘위대한 리더십’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리더십은 방법론적 공부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십의 바탕은 철학과 신념, 헌신과 용기, 당대(當代)에 대한 통찰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그것이 자기헌신으로 발현되면서 신선한 비전을 향한 도전으로 나아가게 될 때, 위대한 리더십은 탄생되는 것입니다. 근래의 빌 게이츠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위대한 리더십의 가능성이며,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생 여러분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세계일류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폭넓은 인문적 교양을 섭렵하면서 우리 시대의 국가와 인류사회에 대해 통찰하는 지성을 연마해 나가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빌 게이츠가 착안한 창조적 자본주의, 친절한 자본주의는 ‘글로벌시대 인류사회’의 빈부격차와 소외 문제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국가 단위로 축소해볼 때, 빈부격차와 소외로 인한 갈등과 반목은 단순히 복지정책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경제적 차원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사회가 여실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정부는 역대의 어느 정부보다 ‘복지’를 강조하고 중요시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보장해야할 복지의 기본은 무엇입니까?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인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사회는 청년실업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 너무 흔합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가슴 아픈 유행어가 통용되는가 하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절박한 하소연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출범을 준비하는 새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국정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가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는 외교, 국방, 정치, 복지, 통일, 문화 등 국가경영의 토대입니다. 경제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과학기술입니다. 과학기술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말은 과학기술이 국가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바로 이 자리의 주인공들이 한국의 미래를 열어나갈 기반이라는 것입니다. 이 중대한 사실을 명심한 포스텍 졸업생 여러분은 언제나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사회에 기여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친애하는 포스텍 가족 여러분.

현재 우리 포스텍은 백성기 총장을 중심으로 ‘포스텍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 교수, 법인, 직원, 동문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교 당시에 내걸었던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목표를 눈앞의 현실로 달성한 것처럼, 우리는 개교 20주년 기념으로 다시 내건 ‘포스텍 비전 2020’이라는 목표를 기필코 달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포스텍 가족들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자신감, 그리고 단결입니다. 여기에는 건학이념으로 재무장하는 정신적 혁신이 요구됩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짊어지는 세계일류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건학이념 앞에서 포스텍 가족 모두가 항상 겸손해지고 진지해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늘의 영광스런 학위수여식이 열리기까지 열과 성을 바쳐온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번 심심한 치하를 보내드리며, 학위를 받는 졸업생들과 포스텍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