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영어공교육 정상화?
[78-오름돌] 영어공교육 정상화?
  • 이은화 기자
  • 승인 2008.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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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영어공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기자야 이미 대한민국 중등교육을 마쳐서 새 교육정책의 1차 수혜자가 될 일은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바람을 맞고 있는 카이스트 학생은 아닐지라도 최전선에서 영어바람에 함께 맞서고 있는 대학생의 위치에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아예 관련이 없지도 않다. 영어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국제화 바람, 이 얼마나 닮은꼴인가?

우선 두 사안 모두 영어가 중요하며, 영어교육 강화가 필요하단 생각에 뜻을 모아 낸 해결책이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세계 속의 대학이 되기 위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가까이 있는 우리대학 학생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어려운 전공공부 해서 똑똑하지만 ‘영어’구사 능력이 부족해 세계무대에서는 그 똑똑함을 자랑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부 영어에도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로 진출하지만, 영어실력의 부재로 인해 그러한 인재들의 진출이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영어? Of course, 대단히 중요한 것에 이의가 없다.

그런데 말이다. 둘이 다른 점이 딱 하나가 있다. 바로 그 대상, 집단의 크기이다. 영어공교육은 그야말로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결국엔 성인이 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대학의 영어교육은 대학생들에게 한한다. 스케일이 다르단 말이다. 일례로 전면 영어강의가 가능한 교원 확보와 교수 확보의 가능성에도 큰 차이가 있다. 이공계 수업의 영어강의? 우리대학 교수님들한테는 별 무리가 없단다. 공교육에 필요한 영어교사를 충원하기 위해서는 4년동안 초·중·고 교사만 1만 3,000여명을 새로 선발해야 한다고 한다.

로드맵 중에는 수학·과학·예체능과 같은 타과목 영어수업 시범실시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영어 잘하려다 기존 공교육까지 망칠 수 있단 말이다. 대학의 영어강의 역시 타과목에 대한 영어강의를 의미한다. 아까 말한 카이스트의 혁신적 전면 영어강의 도입 현장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똑똑한 학생들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내용을 모국어가 아닌 내용으로 가르치고 알아듣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작년 우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있었던 프라우치 교수 역시, 자신이 영어를 능통하게 사용하지만 양자역학과 같은 어려운 개념을 설명할 때, 모국어인 독어가 아니었기에 완벽하게 전달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영어강의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전문용어는 영어로 통용된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전공영어는 영어도 국어도 아닌, 그야 말로 ‘전공영어’라고 한다. 전공과목을 익히는 수단이 될 뿐이지, 결코 일반 영어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함을 말한다. 이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영어공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으니 대학가서도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공교육에서의 타과목 영어수업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어떤 초등학생은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에는 아주 능통하나 한국의 다른 교과과정을 따라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교적 영어강의가 쉽다는 수학·과학 한자어가 섞인 용어들을 이해하는데 남들보다 두배 세배 힘들어 한다. 영어에 능통한 학생도 어려워하는 대한민국 기본교육과정들을 전부 영어강의로 한다면,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수학·과학 역시 영어로 수업하는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면 영어강의는 상대적으로 요건이 갖춰진 대학에서조차 반대여론과 부적응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가 알기로 우리대학에서도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학부 8학기동안 짜여진 새로운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곧 시행된다고 한다.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에 100% 영어강의만이 왕도가 아닌 만큼 캠퍼스 생활영어와 같이 실제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교육부의 손에 넘어간 영어공교육 정상화 방안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의 제고를 거친 뒤 기존의 좋은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도입된 국내 영어인증시험인 TOSEL과 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대신 개발하여 시행하겠다는 영어인증시험의 차이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