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저런얘기] '학우들에게 편리함 제공하고 싶었어요'
[이런사람 저런얘기] '학우들에게 편리함 제공하고 싶었어요'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1.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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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귀찮은데 음료수 하나 기숙사로 배달해 주는데 없나’
포항공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이런 생각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특히 편의점이 쉬는 날이거나 비라도 내려 밖에 나가
기 싫은 날엔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했을 듯 싶다. 얼핏 황당
할 수 있는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겨 본 사람들이 있다. 박광
범(기계3), 박기범(컴공3) 쌍둥이 형제가 그 주인공. 각기 다
른 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동시에 우리학교에 재수해서
입학한 조금은 보기 드문 케이스이다.

그들이 만든 포마트(www.pomart.co.kr)란 것은 일종의 인터
넷 쇼핑몰이다. 포마트 홈페이지로 가서 원하는 물품들을 클
릭한 뒤 ‘남자 기숙사 1동 걖곂!?라는 주소만 입력하면 원하
는 시간대에 물품을 방 앞까지 배달해 준다. 게다가 가격이
지곡회관 편의점보다도 싸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배달만
제 시간에 이루어진다면 정말 유용한 서비스가 된다.

“메가 마켓 같은 곳에 갈 때 친구들 몫까지 한꺼번에 사서 나
눠주는 그런 일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학생들에게
신속하면서 값싼 물품을 방 앞에서 편히 받을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기범 학우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외터미널
옆에 있는 가게와 계약을 했죠. 저희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
을 관리하며 그 쪽은 이 정보를 가지고 물품을 배달하는 방식
으로요. 그 쪽으로서도 배달 비용은 들지만 매출이 올라가는
거니까 서로 이해 관계가 맞은겁니다.”

처음부터 일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우선 부모님에게 말
씀 드리는 일도 큰 일이었다. “집에서야 당연히 걱정하시죠.
학업에 지장있다고 반대도 했습니다. 결국 마지못해긴 하지
만 허락해 주셨어요.” 그 뿐만 아니다. “이 일 시작할 때만 하
더라도 우리들이 직접 물건을 구입하러 다닐려고 했죠. 과일
같은 것은 죽도시장까지 오토바이 타고 나가서 사 온 적도 있
었죠. 그러다보니 공부할 시간도 없고 일에 회의가 들기도 했
습니다.” 현재 포마트 배달은 계약 마켓의 사장과 직원 한 명
이 맡고 있으며 이 둘은 홈페이지 관리를 하며 매출액의 일부
를 수수료 형식으로 받고 있는 형식이다. “처음 생각한 것과
좀 달라서 당황스러워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은 싸기도 하지
만 신속한 배달인데 이를 지키기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업체 측에 말은 해보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기숙사 말고도 학생회관, 공학동, 심지어는 교수아파트까지
포함되는 배달 범위를 제 시간에 배달하기 위해선 기숙사 내
로 차량진입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미 기숙사에는 도난 방지
를 위한 차량통제를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시장 규모가 작
기 때문에 일정 매출액이 안되면 마켓 측에서도 이런 형식의
운영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의 시도가 학생들의 기숙사 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
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쌍둥이 형제들의 색다른 발상이 어
떤 식으로 결론을 맺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