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춘천 국제마임 축제
[문화현장] 춘천 국제마임 축제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1.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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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TV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 사람의 생각, 행동들은 일방
통행적이었다. 누군가가 공연을 하면, 그것을 잠자코 보기만
하는, 그리고 다 끝나면 열심히 박수를 쳐주면 그것으로 훌륭
한 공연을 보았다고 그때는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
가? 현재를 대표한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은 TV와 기본
적으로 소통방식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일방 통행적이라기
보다는 쌍방 통행적이고 수동적이라기보다는 능동적인 행동
양식을 지향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보다는 연극이, 클래
식 음악 연주회보다는 풍물패의 난장 공연이 더 ‘21세기적’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춘천 국제마임페스티벌은 21세기적인 행사
다. 이 춘천 국제마임페스티벌은 지난달 30일부터 6월 3일까
지 있었던 행사로, 국내 38개 극단과 해외 5개국 9개 극단이
참가하여, 마임과 함께, 연극, 퍼포먼스 등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 필자가 다녀온 도깨비 난장공연은 마임 페스티벌의
꽃으로, 서울 청량리역에서 도깨비 열차를 타는 것을 시작으
로 각종 공연과 제의를 경험하면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행사
이다. 이는 난장이라는 전통문화를 현대적 의미에서 재해석
한 독특한 형식의 이벤트이다. 마지막 밤을 난장으로 마무리
함으로써 가장 적극적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열
어주는 것이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도깨비 열차는 목적지 춘천으로 향하면
서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시계추를 몸에 감고 지
나가는 여인, 웅크리고서 사람들을 만지고 지나가는 동물…
도깨비 열차라는 이름에 걸 맞는 공연들이 많이 있었다.

춘천에 도착하고서 곧 고슴도치 섬으로 향했다. 아직 도깨비
난장이 시작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섬에서는 작은 규모의
행사들이 무대를 비롯한 길거리 곳곳에서 그야말로 ‘난장판’
처럼 펼쳐진다. 새를 들고 있는 사람, 시공이라는 제목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여자 등 많은 볼거리가 고슴도치 섬을 조금
씩 꿈의 나라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중앙무대에서의 도깨비 난장공연은 몰려든 많은 사람으로 인
해 함께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그 대신 아티스트
벼룩시장에서 모닥불과 함께 나름대로 하나의 난장을 만드
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난장 공연은 굿, 마임, 연극, 밴드 공연, 토크쇼에 이르기까
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즐기는 모든 공연의 장르는 다 보여
주었다. 새벽 1시까지였던 1부 공연에서는 남긍호 씨의 <공장
>과 아카펠라 그룹 보이쳐의 공연, 대한 경신 연합회의 굿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1부의 공연은 춤이
나, 마임 등의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의 형태를 띄었다
면, 새벽 1시 이후의 2부 공연은 하드코어 밴드 레이지 본의
공연이나, 이외수 씨와 전유성 씨의 토크쇼 등의 ‘참여하는’
공연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테크노 사운드 Groove가
Underworld의 ‘Born Slippy’를 연주할 때는, 1부 때 공연을 이
미 마친 마이미스트들과, 일부관객들이 관객석에서 나름대
로 하나의 공연을 만들었다. 5시에 아침해가 뜨고 나서 난장
을 즐겼던 도깨비들은 이외수씨의 토크쇼 무대를 뒤로하고
각자의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갔다.

이 행사는 다양한 공연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는 상당히 성
공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임, 연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
었고, 많은 신생 아티스트들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얻
었다. 마임이라는 장르가 광대들의 웃기는 공연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
다. 하지만, 마임페스티벌이 마임보다는 오히려 퍼포먼스나
일반 연극이 강조한 듯한 것은 하나의 아쉬움을 남긴다. 참가
자 수에서도 마임은 다른 장르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였
고, 공연도 많은 부분이 이미 한번 정도는 공연을 선보인 작
품들이었다. 행사의 양에 치중하다가 보니, 하나 하나의 질
에 큰 신경을 쓰지 못한 듯한 느낌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다.
내년 그리고 그 후년에도 춘천 국제 마임페스티벌이 큰 의미
를 가지고 마임 공연의 큰 획을 긋고자 한다면, 조금 더 마임
에 초점을 맞추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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