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게시판]우리대학만의 독특한 커뮤니티
[이슬비 게시판]우리대학만의 독특한 커뮤니티
  • 조규하·최여선 기자
  • 승인 200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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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텔넷)기반 BBS ‘이슬비’
◆ 이슬비 보드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리대학 최초의 VT기반 BBS는 1993년에 만들어진 ‘포스비’(당시 ‘후남이네’)이다. 그 후 컴퓨터공학과의 BBS인 ‘lion’과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운영하던 ‘Green BBS’가 생겼다. 우리대학에서 개인 보드를 제공하는 최초의 BBS는 2000년 10월에 만들어진 ‘말림비’이다. 이후 포스비 하드 도난사건으로 학과 보드와 동아리 보드가 포스비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포스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학내에 많은 BBS들이 나타났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vnet’이란 BBS가 훗날 이슬비로 이름을 바꾸고 오늘날의 이슬비가 된다. 이후 포스비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고, 2003년 말림비가 해킹으로 문을 닫고, 비슷한 시기에 이슬비가 말림비와 유사한 개인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대학의 VT기반 개인보드 서비스인 이슬비가 활성화된 가장 큰 이유는 학우들이 닫힌 공간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포스비도 닫힌 공간으로 좋은 곳이었지만, 이용자가 너무 많았다. 또한 외부서비스는 데이터의 관리가 힘들고, 학교 인터넷이 느리고 자주 끊긴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내부에서 서비스를 한다면 굳이 웹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현재 우리대학과 KAIST를 제외하고 VT기반 서비스들은 남아있지 않다. VT의 경우 규모에 비해 들어가는 인력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두 대학을 제외한 다른 대학에서 VT기반의 BBS를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요즘 이런 일에 투자할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더더욱 대형포탈로 모이고 있다.


◆ 이슬비란 무엇인가

다음은 이슬비 시삽인 김문수(컴공 04) 학우에게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다.
‘텔넷’이라고도 하는 VT와 웹의 가장 큰 차이는, VT는 마우스 없이 키보드로만 이용할 수 있다. 텔넷은 오직 텍스트로만 되어있고, 웹은 이미지와 텍스트 등 여러 요소가 복합되어 있는 차이점이 있다. 텔넷은 음악 등의 효과가 없어 그림이나 이미지가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어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키보드만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단축키와 익숙해질 때까지는 불편하지만, 한번 단축키와 익숙해지면 빠르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VT의 가장 큰 매력은 한번 익숙해지면 웹을 이용하기 싫어질 정도로 편리하다는데 있다. 손이 마우스로 이동할 필요 없이 키보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매우 편하다.
현재 우리대학에 남아있는 VT기반 BBS는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보드를 제공하는 이슬비, 멤버에게만 개인보드를 제공하는 ‘달토비’, 컴퓨터공학과 BBS인 ‘LION’과 동아리 BBS인 ‘매니아’, 컴퓨터공학과 수업에 이용하는 ‘PL’ 등이 남아있다.


◆ 이용자가 생각하는 이슬비의 매력

최근 들어 이슬비 가입자가 800명을 넘었으며, 개설된 보드 수도 400개를 넘었다. 물론 아이디를 만든 후 더 이상 이슬비를 사용하지 않는 학우도 많고, 한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가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 내의 커뮤니티로서 수백 명의 인원이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BBS라는 것은 이슬비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이슬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알기 힘든 이슬비의 장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슬비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이슬비의 매력 중 하나는 빠른 속도와 안정성이다. 키보드만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일반적인 웹사이트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다. 2만 8,000번이 넘는 로그인 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한상훈(컴공 03) 학우는 “웹을 이용하는 것보다 텔넷을 이용하는 것이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CPU 점유율도 낮아서 좋다”고 했다.
흔히 이슬비와 ‘싸이월드’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많이 비교한다. 이슬비 사용자들은 우리대학 내의 커뮤니티라는 점을 웹상의 커뮤니티와의 차이점으로 꼽는다. 황혜성(신소재 03) 학우는 “사용자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스스로를 포장할 필요도 없고, 학교생활에 대한 글을 부담 없이 쓸 수 있다”고 한다. 이현규(물리 07) 학우는 “겪었던 일이나 에피소드와 같은 이야기는 이슬비에 쓰는 것이 사람들과 잘 통한다”고 했으며, “싸이월드는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슬비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승렬(신소재 05) 학우의 경우 “이슬비에서는 솔직해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다른 집단에서의 지인의 모습도 알 수 있고, 다른 집단의 사람과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이슬비를 열심히 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이슬비를 사용하지 않는 학우도 있고, 이슬비에 대해 관심이 없는 학우도 많다. 물론 이슬비 특유의 문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부 TV프로그램이나 인터넷상의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이슬비도 우리대학만의 독특한 커뮤니티로서 일종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