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허와 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허와 실
  • 이은화 기자
  • 승인 2007.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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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영재들의 선택은?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개인의 우수한 두뇌에 달려있다”라는 말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은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우위 점거’라는 아주 큰 이익배당을 가진 투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투자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을까?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나라의 인재양성정책의 핵심인 ‘영재교육’의 현황과 그 효과를 알아보고,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았다. <편집자 주>



◆ 과학영재교육 지원 현황

과학영재교육이란 수학·과학 분야의 영재를 선발하여 창의적이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과학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말하며, △영재교육기관 △과학올림피아드 지원 △국가장학생 선발 등을 통해 과학영재들에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영재교육
과학영재교육 기관으로는 영재교육원·과학고·영재학교 등이 있다. 대학의 부설기구로서 초·중학생의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영재교육원은 수학·화학·생물·지국과학·정보 등 6개 분야별로 학생을 선발하여 중등과정을 교육한다. 과학고는 영재들에게 우수한 교육환경과 높은 수준의 수학·과학 교육을 제공하여 지적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설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근거하여 특수목적고로서 설립되었다. 이와는 달리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R&E 활동을 지원하고 강의 또한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수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등 창의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학올림피아드 지원
국제올림피아드는 각 분야의 영재들이 참가하여 실력을 겨루는 교류의 장으로서, 기초과학에 진출할 영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수학, 1992년부터 물리·화학·정보, 1998년부터 생물, 2003년부터 천문 분야의 올림피아드에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영재들은 세계적인 영재교육의 일환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공계장학생 및 대통령 과학장학생 선발
이공계장학생은 우리대학 및 KAIST 진학자와 기타 국내 이공계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성적우수자 4,000명에게 매년 학비 전액을 지급한다. 대통령과학장학생은 국내와 해외 두 분야별로 장학생을 모집하며, 국내·해외 자연계열 대학 입학예정자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논문실적·수상실적·수능성적(해외부문 지원자 제외)을 바탕으로 지원가능하며, 선발된 국내장학생에게 연간 1,000만원, 해외장학생에게 학비와 체재비 등을 지급한다.

조규하 기자 jgh0812@


◆ 외국의 이공계 육성 사례
프랑스는 그랑제꼴이라는 특수학교를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바칼로레아(수능에 대응하는 졸업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그랑제꼴에 입학할 수 있다. 그랑제꼴에 입학하면 재학 중 공기업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졸업하면 교수·공무원·군장교 등 전문직에 특채된다. 그랑제꼴 출신자가 일반대학 출신보다 봉급이 높은 것은 보통이다. 에꼴 폴리테크니크 등 공과계열 학교 외에도 정치계·상경계·예술계의 그랑제꼴이 있는 반면, 의학계나 법학계의 그랑제꼴이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몇년간 괄목할 성장을 이룩한 아일랜드의 성장동력은 이공계 육성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의 경제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 으로 요약된다. 정부-기업-대학의 연합구도 아래 정부는 물론 대학과 기업이 함께 학과 신·증설, 커리큘럼 조정, 교수 초빙 등에 나섰다. 대학·정부·기업이 참여하는 아일랜드 포럼에서 기업체의 인력수요를 진단하고, 대학의 학과신설·조절을 논의한다.

정부가 외국기업을 유치하면 대학들은 2~3년 이내에 기업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한다. 또한 대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오프 캠퍼스로 현장에서 실무를 익혀 조기취업을 하기도 한다. 토종 벤처 설립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학은 ‘캠퍼스 인큐베이터 센터’를 통해 토종기업의 산실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이공계 대학생은 유리한 취업 환경을 전폭적으로 제공받는다.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이공계라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안정된 취업이 어려운 한국의 실상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 참고 : 내일신문(07. 1. 7), 해럴드경제(07. 3. 27)
강탁호 기자 philip0121@


◆ 과학영재교육 수혜자들의 진로

‘천재’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영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학·과학 부문의 영재라 하면 어릴 때부터 관련 분야에 재능과 관심을 보여 이를 더욱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과 코스를 제공받고 자라난 학생들을 일컫는다. 쉽게 말하자면 영재교육원·과학고·영재고를 나오거나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학생들이다. <표 1>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서 거둔 성적을 나타낸 표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올림피아드 평균 성적은 △수학 7.1위 △물리 3.8위 △화학 2.4위 △생물 3.0위 △천문 5.2위 △정보 4.8위로 우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수한 우리의 ‘영재’들은 모두들 어디로 진학했을까?

<표 2>는 역대 올림피아드 입상자들의 과목별 대학진학률이다. 생물학회의 사정상 생물분야 수상자의 대학진학 자료는 게재하지 않았다. 과목의 성격차이도 있겠지만, 특히 화학분야 입상자들의 의대진학 비율은 38%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이는 2002년부터 불거진 이공계기피 현상에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표 3>은 최근 5년간 과학고 졸업생의 대학진학율이다. 이공계 대학 진학비율은 매년 80%가량을 꾸준히 유지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래프상에는 나타나있지 않지만 10%의 의대진학자들이 대부분 과학고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한 일간지에서 ‘한국을 탈출하는 1020 인재들’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수학·과학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실력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영재들이 해외명문대로 진학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한 개인의 진로선택은 당연히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을 들여 키운 ‘영재’들이 역량을 발휘해야할 무대에서 벗어나 해외나 의대로 유출된다는 것은 영재교육의 궁극적 목표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