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학생기자의 특권
[78 오름돌] 학생기자의 특권
  • 이은화 기자
  • 승인 2007.1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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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선거 특집판이다. 대선 예비후보 주자들의 과학기술정책 서면 인터뷰, 우리대학 학생들의 정치의식 설문조사, 내년도 총학생회장 당선 관련 기사까지 보탠다면 5개면이나 할애한 셈이다. 애초 편집계획과 편집과정 중에 변경사항이 많았지만 어찌어찌하여 이번호에 전부 다 싣게 되었다. 비하인드 스토리랄 것도 없지만 이번 기획취재 중에 느낀, 앞으로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감상을 몇 줄 적는다.

첫째로 대선기획은 실로 야심찬 기획이었다. 타 대학 신문사와 공동으로 대선주자들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들어보는 대담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 처음 계획이었다. 지난 겨울방학부터 아이템을 잡아놓았건만 준비가 미흡했던 까닭으로 이번 학기 초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대학신문 정도가 할 수 없는 기획이라고(물론 그 안엔 정치권에 휘말리지 않고자 하는 학교의 입장도 포함되었겠지만) 주변에서 입들을 대었고, 급기야 타 대학신문사도 공동기획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일간지와 비교했을 때 잽도 되진 않겠지만, 기자단은 오기로라도 꾸역꾸역 기획을 진행시켰다.

먼저 캠프 연락처를 알아내기란 복잡다단했지만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대선후보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번호로 연락해서 “포항공대신문사 아무개 기자입니다. 공보실 부탁합니다”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가끔 번호가 없어 당사무실 번호로 연락해본다던가, 무소속후보 같은 경우 팬클럽(?) 회장에게 연락한다든가 하는 몇 단계가 추가될 뿐이었다. 가만, 114에 문의했으면 단번에 연결시켜 줬을려나? 어찌되었든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 쪽에서 “죄송하지만 어디십니까?”라고 되물었을 때 포항공대신문사 아무개 기자가 아니었다면 나를 누구라 소개했겠는가?

다음은 대담요청 메일 발송이었다. 우리의 기획요지를 설명하고 대선후보초청대담, 정책참모초청대담, 서면인터뷰에 대한 참가여부를 확인하는 서신이었다. ‘표심’을 놓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깡그리 무시당하지는 않았다. 하긴 수도권 7개 신문사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대선후보 초청대담 건도 있고 하니. 시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기획은 ‘서면 인터뷰’로 축소되었고, 늘 그렇듯이 마감을 빌미로 한 독촉과 으름장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신이 났다. 어른(?)들은 철부지라 혀를 쯧쯧 찰지 몰라도(사실 내가 세상모르는 철부지란 것은 외부 기획하면서 늘 느낀다) 확실히 신나는 일이었다. 어느 대학생이 어디서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겠는가.

학생기자 활동이 힘들지만 계속해서 신문사에 남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직은 한참 부족한 내가 ‘기자의 특권’으로 이러한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기획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학신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문은 그 독자층으로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하였던가. “포항공대신문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POSTECH의 대표언론으로서 교직원과 학부생, 대학원생은 물론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과 전 학부모를 독자층으로 하며, 교내는 물론 전국으로 발송하고 있습니다.(발행부수 10,500부)” 대담 요청 서신의 일부이다.

얼마 전 읽은 ‘기자로 산다는 것’에서 한 기자는 김수영 작가의 ‘매문(賣文), 매명(賣名)은 하지 말자’란 문장을 접하고 프리랜서를 그만뒀다고 한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런 프로정신은 가지지 못할지라도 내 이름을 달고 나간 기사가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낱 철부지 학생기자에게 이렇게 큰 특권과 자부심을 부여해준 포항공대신문의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사 한 문장 한 문장에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