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의] 우리대학 실정에 맞는 제도 필요하다
[영어강의] 우리대학 실정에 맞는 제도 필요하다
  • 김예람 기자
  • 승인 2007.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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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대학 학부 강의는 18%, 대학원 강의는 53%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대학 측은 영어강의를 통해 어느 수업에서나 외국인이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고, 어느 외국인 교수가 와도 자유롭게 강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대학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화 추세에 발맞추어 현재 영어강의를 확대 실시하는 중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영어강의는 전면시행이 아닌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물리2 과목을 두 분반에서 강의하는 물리학과 박수용 교수는 한 분반은 영어로, 다른 한 분반은 한글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글로 강의하는 분반의 학생들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반해 영어로 강의하는 분반의 학생들은 강의에 집중하지 않아, 가르치는 교수로 하여금 강의하고픈 의욕이 떨어뜨린다”며 “국제화 추세를 따라가는 것은 찬성하나, 현재와 같은 방식의 영어강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덧붙여 “교육자 개개인의 영어강의에 대한 찬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라는 것은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일반화학·일반물리)를 수강한 학생 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첫 문항은 현재 영어강의 만족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만족하는 사람은 14명(20.3%), 만족하지 않은 사람은 55명(79.7%)으로 부정적인 학생이 월등히 많았다. 만족하는 학생들은 영어강의가 영어로 된 책을 이해하는데 용이하고, 국제화에 한발 앞서가게 하여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만족하지 않은 학생들은 영어로 수업을 들을 때 개념이해가 잘 되지 않고(44.3%), 집중력이 저하되며(34.1%), 교육의 질이 낮아(21.6%) 현재의 영어강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을 했다.

두 번째 문항으로 현재 방식의 영어강의가 과연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17명(24.6%)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에 반해 52명(75.4%)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로 한글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과학적 경쟁력부터 상승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51.5%, 너무 이른 시기부터 영어강의가 도입되어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26.6%, 강의가 낮은 수준의 영어로 진행되어 영어실력 증진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21.9%로 나왔다. 이에 대해 실제 외국인 교수가 영어로 강의하는 데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계공학과 이진원 교수는 영어강의를 통한 영어실력 증진이라는 장점이 수업에 대한 이해 감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클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 교수는 “교수들의 영어실력도 의심스러운 판에 학생들의 이해도마저 감소시킨다면 대학과 학생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win-win 전략의 영어강의는 교수와 학생들만 힘들게 하는 lose-lose 전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체계적인 구조를 갖춘 영어강의제도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체계적인 구조를 갖춘 영어강의제도의 예로 “4학점 과목은 3시간 영어강의, 1시간은 한글로 정리하는 방식의 3+1 체제로 진행하여 개념 이해부족의 단점을 줄이는 방안이 있고, 아예 1학년 1학기에 해외연수 같은 강화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영어로 인한 학생들의 이해도 부족을 보완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에서 매년 실시하는 대학평가 기준에는 외국의 우수한 학생을 끌어들이는 능력으로 5%가, 외국인 교수 비율로 5%가 반영될 정도로 국제화는 대학발전에 있어 중요하다. 이런 국제화에 한발 앞서가려면 영어강의는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다수 학내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실시하고 있는 영어강의 방식이 학교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우선 우리대학의 실정에 맞는 영어강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