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안녕하세요?”
[78 오름돌] “안녕하세요?”
  • 최여선 기자
  • 승인 2007.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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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주위에 유난히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친구였는지 선생님이었는지, 아니면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는지는 기억은 잘 안 난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사랑스런 미소가 내 마음속에 전달되는 것일까, 그 사람과 인사할 때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 이후 나는 그 사람처럼 밝은 얼굴로 인사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인사는 단 몇 초 동안 한 마디로 나누는 대화지만, 인사하는 동안 많은 교감을 한다. 상대방이 오늘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몸이 아픈지 바쁜지 아님 한가한지 등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또 우리는 인사를 하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는 않는가?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모 연예인이 “현재 내가 이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에게 인사를 잘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 과연 인사가 그렇게 큰 영향력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다.

포스텍에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인사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항상 되도록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밝게 인사하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얼굴이랑 이름은 아는데 친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인사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또 한동안 인사를 안 하던 사람을 만나면 어색해서 휴대폰을 보면서 바쁜 척을 하거나, 딴 곳을 보며 마치 미쳐 못 알아봐서 인사를 못한 것인 양 연출을 한다. 그렇게 지나치면 얼마나 마음이 불편한지 모른다.

작년엔 몰랐는데 올해 후배가 생기면서 내가 그동안 인사를 피하려 했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히 얼굴은 아는데 인사를 안 하는 후배들을 보면 ‘나도 저런 경우가 있지. 내가 먼저 인사하자’라고 생각하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다. 반대로 만나자마자 웃으며 인사하는 후배는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선후배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 간에 자주 못 봐도 만날 때마다 인사하는 사람과, 자주 보지만 그냥 지나치는 사람과의 친밀도는 엄연히 다르다.

나는 잘못을 깨닫고 그동안 인사를 안 하고 지나쳤던 사람에게 불편하지만 꾹 참고 인사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사를 안했던 주된 이유는 ‘만약 내가 인사했는데 저 사람이 그냥 지나치면 어쩌지?’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무시당하면 뭐 어때. 몇 번 하다보면 저 사람도 받아주겠지’라며 내 자신을 타이르고 용기를 내서 인사를 했다. 처음은 서로 어색했지만 상대방도 내 인사를 받아주었고, 지나치고 난 후에도 전처럼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지금은 만나면 인사도 잘하고 안부도 묻곤 한다.
인사에 관한 고충은 나만 겪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사는 어려운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밝은 미소를 띤 인사 한마디에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얼마나 값진 일인가! 얼굴은 알지만 인사하기 불편하던 사람에게 내가 먼저 밝게 웃으며 인사해 보는 게 어떨까? 따스한 인사와 밝은 미소는 찬바람이 스미는 가을에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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