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둔 죽도시장 어판장을 찾아서
명절 앞둔 죽도시장 어판장을 찾아서
  • 최여선 기자
  • 승인 2007.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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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사람들이 여는 활기찬 새벽

지난 추석을 앞두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명절맞이 인파로 죽도시장 근처 일부에서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라는 교통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맛있는 것을 만들어줄 생각에 흥에 겨워 장을 보고 있을 어머니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쳤다. 물질적인 풍족함에 명절의 풍요로움을 예전과 같이 느낄 수 없지만, 여전히 명절은 우리에게 즐겁고 풍성한 날이다. 추석 전날, 죽도시장의 활기찬 기운을 느껴보기 위해 새벽녘 죽도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새벽 4시,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택시를 타고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빗방울이 택시 유리창에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도로는 시원하게 뚫려있고, 거리는 조용했다.
죽도시장 어판장에 내리는 순간 습한 바람 사이에 짭짤한 바다냄새가 스며있었다. 어판장을 준비하는 상인들은 벌써 나와 자리를 잡고 있었고, 하얀 스티로폼 상자 안에 갈치며 고등어며 온갖 생선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활기찬 어판장의 모습을 담을 생각에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에게 어판장 한 곳에 자리 잡은 아주머니는 “어제 태풍이 있어서 배가 안 왔는데 고기가 많이 들어올지 몰라”하며 걱정해주셨다.

6시에 시작한다는 수산물 경매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요하던 죽도시장은 하나 둘 씩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로 활기를 찾고 있었다. 요즘은 문어가 제철이라 어판장에는 어제 잡아놓은 문어를 가지런히 늘어놓는 손놀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중매인들과 경매사가 오늘의 경매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족들과 먹을 문어를 사러온 아주머니들도 눈에 띄었다. “싱싱한 수산물을 싸게 사기 위해 죽도시장에 왔다”는 아주머니는 경매할 문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차렷! 경례!”와 함께 시작된 경매는 노련한 경매사의 진행과 알아볼 수 없는 중매인들의 손놀림에 빠르게 진행되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중매인들의 눈초리에 삶의 치열함마저 느껴졌다.
경매가 끝난 수산물은 주인을 찾아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어판장의 터줏대감이라는 할머니에게 “힘드시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할머니는 “바뻐! 바뻐! 바뻐! 안해! 안해! 안해!”만 연신 외친다. 이제 어판장은 터줏대감 할머니와 같은 소매상과 소비자들이 차지할 것이다. 막 경매를 마친 생선을 그 자리에서 회 떠주는 사람들이 어판장 한 켠에 줄지어 있었다. 오늘만큼은 아니더라도 내일도 모레도 죽도시장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로 생명력이 넘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