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텍 상위 20%보다 더 나은 학생들
캘텍 상위 20%보다 더 나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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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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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지속하면 위대한 업적 이룰 것
캘텍 스타일의 일반물리 강의 경험


다음은 지난학기 우리대학 물리학과 교환교수로 와서 ‘물리101’ 과목을 담당했던 캘텍의 프라우치(Frautschi) 명예교수가 우리신문에 투고한 것을 물리학과 김재삼 교수가 번역한 글이다.

포스텍 물리학과 김재삼 교수는 내가 속했던 캘텍(Caltech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 196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교수의 지도하에 대학원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그 후로도 우리는 접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2년 전에 김 교수가 나에게 포스텍에서 한 학기 정도 지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왔다. 나와 아내는 이 제안에 흥미를 느꼈고, 2006년 가을에 내가 은퇴하여 자유로워지면 가겠노라고 동의를 해주었다. 포스텍에서의 임무는 신입생 일반과목인 ‘물리101’의 수월반을 내가 캘텍에서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영어로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좀 의아해 했는데, 첫 강의 후로는 괜찮았다. 어쨌든 37명의 학생들이 내 분반에 자발적으로 들어왔다. 포스텍에 영어로 가르치는 과목이 많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교과서로는 다른 분반처럼 일반물리의 표준 교과서인 홀러데이-레스닉(Holliday and Resnick)을 사용했는데, 그 책의 연습문제를 숙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캘텍에서 가르칠 때 표준 교과서에서 숙제를 출제했더니 문제들이 너무 쉬워서 시험에 나오는 것 같은 좀더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평을 학생들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이전의 퀴즈나 기말고사 문제들을 숙제로 내주었는데, 그 후로는 더 이상 불평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포스텍 학생들에게 작년에 캘텍에서 사용했던 퀴즈와
기말고사 문제들을 숙제로 내주었다.

또한 매 강의마다 교과서에 밖에 있는 주제들을 추가로 가르쳐 주었다. 예를 들어 단위와 측정에 관한 제일장에서 차원분석에 관해 가르쳤다. 다른 분반에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수월반처럼 준비가 잘 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지하려면 농축된 강의가 적절하다고 믿었다.
드디어 우리는 진실의 순간에 이르렀다. 중간시험이 그것이다. 캘텍의 최근 중간시험 문제들 중 4개를 사용했다. 내 분반의 학생들은 눈부시게 잘 해줬다. 40점 만점에 평균이 37점. 이것은 칼텍 신입생의 상위 20%보다 더 나은 점수였다.

그들이 내 영어를 얼마나 잘 알아들었을지 궁금했다. 나는 그들이 힘들어 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나는 구세대라서 강의실에 비치되어 있는 비디오나 전자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강의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흑판 위의 전깃불을 켜려고 벽에 붙어 있는 온갖 스위치들을 다 눌러봤으나 허사였다. 결국 기술원을 불렀더니, 랜턴에 붙어 있는 별도의 스위치를 지적했다. 학생들에게 “보시다시피 이론물리학자는 전깃불도 켤 줄을 모르지요” 하고 말했더니 모두가 크게 웃었다.

좀더 진지하게 말하자면 시험문제 4문제 중 3개는 교과서나 그들의 고등학교 교재에는 나오지 않는 개념이나 계산전략을 필요로 했다. 중간시험 결과를 보면 그들은 강의와 숙제에서 이들 개념들을 성공적으로 습득했다는 것이 분명했다.
중간시험 이후로 학생들을 괴롭힌 하나의 주제와 맞닥뜨렸다. 특수상대성. 그들이 상대론을 배운 적이 없었고, 원래 누구에게나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에 이것은 납득할만했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은 영어 강의의 한계점을 드러냈다. 상대성이나 양자역학처럼 주제가 어렵고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이해의 단초를 얻기 위해서 모국어처럼 용어를 100%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말시험 역시 최근의 캘텍 시험 문제들을 가지고 엮었다. 이번에는 학생들의 성적이 조금 내려갔다. 40점 만점에 평균 33점. 하지만 여전히 캘텍의 상위 20% 내에 위치했다.

학급의 분위기를 말하자면 대충 이랬다.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는 아니지만 강의 시간에 토론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내가 흑판에 저지른 실수를 지적했고, 때로는 분명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질문을 했다. 몇 명의 학생들은 강의 후에 어려운 질문들을 해왔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살아 있었다. 포스텍의 우수 학생들은 캘텍 학생들처럼 똑똑하고 도전을 좋아했다. 단언컨대 그들이 열정을 잃지 않고 지속한다면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프라우치 교수의 강의 장면 비디오는 물리학과 홈페이지(www-ph.postech.ac.kr)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