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학생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78 오름돌] 학생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 이은화기자
  • 승인 2007.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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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숙사에 우울증 예방과 대처법에 관한 게시물이 붙었다.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던 것들이 요즘 들어 부쩍 관심이 간다. 간간이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피상적 인간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우리 현대인 모두는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기인한 대인기피증·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상처는 불쌍한 영혼을 자살이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과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1995~ 2005) 사망원인 중 자살로 인한 비율이 11.8%에서 26.1%로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대학 학생들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아직은 정식 사회인이 아니며, 아직은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며 안심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은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젊은 학생들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터’다. 더군다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대학 학생들은 수업시간 외에도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야한다. 비단 대학 4년뿐이 아니다. 자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상당수의 학생들까지 생각한다면 길게는 10년까지 이 대학에서 보내는 것이다.

대학은 단순히 공급자 중심의 학과교육만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물론 본래의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그들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노력이 보태져야 한다. 학생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른 어떤 대학보다 오랜 시간 학생을 잡아(?)두는 포스텍에서 이러한 대학의 역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선봉장이 되지는 못할망정 “그런 것은 성인이 된 대학생 스스로가 찾아서 해결해야지”라고 외면하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영국 캠브리지대 같은 경우 각각의 College는 학생들이 거주하며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하나의 공동체의 역할을 한다. 각 칼리지에 속해 있는 교수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교육뿐 아니라 생활 전반도 지도하며 학교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스포츠 등의 과외활동을 제공한다. 수많은 인건비를 들여 이러한 환경을 제공하는 캠브리지대는 특수한 경우다.

하지만 하루 전체를 학교에서 보내며 포항이라는 소도시 안에 사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대학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생생활연구소의 역할도 재고해봐야 한다. 대인관계·진로·우울증·종교 등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과 함께 취업·진로상담소와 같은 기타 제반 시설도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단순한 상담시설 외에도 학생들이 참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학부생보다 대학원생 수가 많은 우리대학에서는 그들의 관심사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최상의 교육’ 안에는 이런 것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포스텍은 단순히 ‘학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훗날 졸업생들이 ‘내 인생을 바꾼 대학’이라고 회고 할 수 있어야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애교심을 품을 수 있고 삶의 채움을 받은 학생들이 포스텍이 궁극적으로 기대했던 사회에 봉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