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안목으로 진정한 ‘포항공대 학풍’ 만들어갈 인문사회학부 돼야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정한 ‘포항공대 학풍’ 만들어갈 인문사회학부 돼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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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의지와 결단 요청
‘세계 속의 포항공대’.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문구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우리대학은 이런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세계적인 교육철학을 실천하고 있는가.

우리대학 설립 초기에 학부 학생을 위한 교양수업으로 한자교육, 동양철학이 이었다. 당시 인문사회학부(당시 교양학부)가 초대 김호길 학장의 방침에 따라 운영되면서 이와 같은 교과목이 개설된 것이다. 당시 김학장 직속으로 운영되던 교양학부의 교육철학은 ‘유교적 인본주의 교육의 실현’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퇴계학 전공자인 권오봉, 동양사 전공의 김기혁 교수가 우리 대학 인문사회학부에 재직하며 강의를 맡은 바 있다.

이후, 교양교육의 다양성과 방향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어 교육내용의 다양성 확보, 내용의 깊이 보장 등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정성기 전 총장이 교양교육의 강화를 내세우며 이전의 교양학부를 인문사회학부로 개편하는 등의 변혁을 시도했으나 주변 여건과 학내의 반대여론 등에 부딪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또한, 개교 당시 인문사회학부 교수들이 하나 둘씩 정년퇴임하면서 새로운 교원의 영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점도 인문사회학부의 약화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실 현재 개설되고 있는 교양수업 중 어문학 수업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교양필수과목만을 개설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는 피교육자인 학생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문사회학부의 발전방향이 정립되지 않고 지지부진하는 상황이 학생의 교육받을 기회를 축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인문학부의 발전방향은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인문사회학부 임경순 교수는 “오늘의 포항공대 인문학부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부터 다시 되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초대 김호길 학장의 교육철학이 옳은 것인지 토론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의 인문학부가 발전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교육철학도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2001년의 9·11 테러가 일어났을 당시, MIT에서는 ‘과학·기술·사회 연구소’, ‘보스턴 리뷰’, 정치학과, 경제학과 등의 공동 주최로 테러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심층적인 세미나가 열렸다. MIT 이공계열의 교수들이 적지 않게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현대사회에서의 과학의 의미, 과학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미국의 지성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으로서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MIT의 학풍과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 대학만의 학풍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인문사회학부의 교육철학 정립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이제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대학의 잠재력을 위해서나, 건학 이념을 발전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를 조망하고 그 속에서 우리 대학의 역할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 대학의 경우를 살펴보면, 모두가 그 대학이 설립될 당시에 내세웠던 건학이념의 보편적인 가치 요소들을 발굴하고 이를 현재의 대학 학풍으로 일궈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대학이 인문사회학부를 발전시키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에 서 있다. 즉, 우리대학이 설립될 당시에 안고 있었던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사명이나 초대 김호길 학장의 유학적 인본주의에 바탕한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우리대학만의 학풍을 생산해낼 수 있는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를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논의를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재단과 총장으로부터 학생과 직원에 이르기까지 우리대학 인문사회학부의 역할과 발전을 함께 신중히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