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POSTECH 발전방향을 듣는다’ (2) 강인석 학생처장
기획연재 ‘POSTECH 발전방향을 듣는다’ (2) 강인석 학생처장
  • 정현철기자
  • 승인 2006.05.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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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우수한 연구성과와 학생의 창의적 학습태도 필요
▲ 강인석 학생처장
좋은 연구 성과가 나와야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의 경우 이공계열 학생들이 한 학년당 1500명으로 우리대학의 5배 규모이다. 우리대학에는 현재 교수가 230명가량 있는데, 이것이 비록 적은 수는 아니지만 큰 대학에 비해서는 연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서울대와 같이 규모가 큰 대학을 뛰어넘는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적은 인원으로 여러 분야를 두루 연구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그만큼 성과를 내기도 힘들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나 학문적,기술적으로 큰 파장을 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교수가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세계 도처에서 비슷한 지적 수준의 인력이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면, ‘연구하는데 투자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문제는 좋은 성과를 내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우리대학 교수들은 모두가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행정적인 업무 처리나 연구비 관리, 자료 수집 등으로 실상 연구에 투자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우리대학은 프로세스혁신TFT(Task Force Team)를 추진 중인데, 이는 곧 행정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이 작업이 끝난다면 교수들의 행정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교수들이 연구를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데 들이는 시간 역시 덜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학생을 키우는 일도 매우 중요

지금 우리대학 학생들은 지적인 면에서 MIT나 CALTECH과 같은 해외 명문대학 학생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해외 명문대학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사가 짧다. 좋은 학교는 큰 인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기에 계속 우수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그러한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우리대학은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는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전원 기숙사 생활로 인해 다른 대학 학생들이 등하교하는데 소비하는 2~3시간을 우리대학 학생들은 공부에 투자할 수 있다. 높은 장학금 비율로 학생들은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으며 멘터 프로그램, 근로장학금 등 학내 활동을 통해 생활비를 버는데 투자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학생들은 우리대학이 시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의 의의를 알고 여기에 참여해주었으면 한다. 학생 연구프로그램의 경우, 그 목적이 학생들에게 우수한 논문이 나오기를 기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훌륭한 논문이 나올 경우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이익이며, 실제로 그러한 논문이 나온 경우가 몇 번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보다 큰 목적은 학부 때부터 이와 같은 활동을 장려하여 학생들이 논문을 낼 수 있을 만큼의 그릇을 키우는데 있다.
우리대학은 ‘소수정예’를 표방하는 대학이다. CALTECH의 경우 한 학년당 인원이 200명밖에 되지 않는데도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32명이나 배출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학생 수가 많은 대학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겠지만, 우리대학만큼 학생 개개인에게 대학이 관심을 가져주기가 힘들다. 소수의 우수한 학생을 받아들여 이들 모두를 상위 0.1%의 인재로 키워내는 것은 우리대학이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공부해야

우리대학 학생들은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계에는 우리대학과 같은 수준의, 혹은 우리대학보다 상위에 있는 명문대학이 수없이 많다. 그곳의 우수한 학생들도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고 있다면, 이들 사이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은 특별한 색깔을 지니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이것저것을 끊임없이 질문하며 창의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작전을 가지고 창의적이며 효율적으로 공부할 때 우리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에 있는 지식을 쌓는 것을 소홀히 하라는 말은 아니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한다면 이것이 곧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는 길로 이어지지만,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지식을 머릿속에 잘 정리해두는 일이다. 연구는 대학원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이때의 아이디어는 학부 때 배운 것들에서 나온다. 특히, 학부 1?학년 때 배우는 과목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과목이라도, 필수교과과목은 마치 우리 몸의 필수 영양분과 같아서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또한 공부할 때에는 학점에 이끌려서, 과목에 이끌려서 공부하지 말고 자신이 과목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즉 공부할 때 마치 그 분야의 창시자가 된 기분으로 이것저것을 따져보아야 하며, 어떤 개념에 대해 “왜 필요한 것일까,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어느 곳을 가나 과제 해결 능력과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태도를 인정받는다. 이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멋진 과제를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도 갖추어야 세계 20위권에 드는 명문대학에 걸맞은 학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