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국제화정책 진단
[기획취재] 국제화정책 진단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4.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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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캠퍼스로 가는 길, 미흡한 공감대 형성
다양한 제도와 사업 실효와 함께 구성원 인식 개선 필요

2003년의 끝 무렵인 12월 22일 청암학술정보관 6층 사이버카페에서는 제 5회 ‘외국인의 밤(Postech international night)’이 열렸다. ‘외국인의 밤‘은 대학 내의 외국인 학생, 연구원, 교수들에게 서로간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내 구성원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해마다 1~2회에 걸쳐 열려 왔다. 이번 행사에는 박찬모 총장, 한경섭 기획처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도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번의 ‘외국인의 밤‘은 예년과 다른 새로운 기획으로 치뤄져 행사의 취지를 살리고 우리 대학 외국인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런 단편적인 행사의 성공 외에 풀어야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 행사 관련 담당자와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우리 대학의 국제화 정책은 제 3대 정성기 총장 재임시 국제적 인재의 양성이라는 건학이념에 따라 강력한 의지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1년에는 영어 공용 캠퍼스와 캠퍼스 국제화라는 일련의 정책들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교수들의 영어강의를 장려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국제화 정책에 대한 의지와 인식은 아직도 소극적이다. 국제화 정책이 우리 대학을 제도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국제화된 대학으로 만드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그 과제는 산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을 국제화하겠다는 정책적 목표의 첫 번째는 국제화된 캠퍼스와 교육여건 속에서 우리 대학의 학생들을 국제적 능력을 갖춘 인재로 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 공용화와 외국인 학생 유치와 같은 정책이 부각되면서 국제화 정책의 목표를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이 캠퍼스 국제화와 영어강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구호로만 받아들이게 된 것도 국제화 정책에 대한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인식을 가로막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믿음을 구성원으로부터 얻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학우는 ‘국제화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전체적인 수업의 실효득실을 따져 한국어 강의보다 뒤떨어진다고 느껴지는 영어강의라는 형태의 전시용 시책이라는 느낌으로 인식된다면 우리 대학의 국제화 정책에 대해 반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 않겠냐’ 라고 반문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우리 대학의 국제화 정책의 의도를 구성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과는 별도로 현재의 세부적인 정책들을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행할 수 있느냐가 우리대학 국제화 정책의 시행에 있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국제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로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냐의 문제도 남아 있다. 국제협력부서의 양정희 과장은 “우리대학의 특수한 환경과 우수한 취업률때문인지, 우리 학생들이 세계화의 흐름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국제화 프로그램에 기대보다 지원율이 높지 않은데, 시행되고 있는 국제화 정책들은 학생 개개인을 외국대학에 많이 노출시켜 타문화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자신의 수준을 점검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증가하는 외국인 학자와 학생을 고려한 대학에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제도와 문화가 제대로 정착된 명실상부한 국제화 된 대학이 될 수 있게 구성원들이 그 필요성을 느꼇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남의 일’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다. 단기간 내에 완수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더욱 효과적이고 구성원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