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대학원 연구수준 하락우려
[학원기획] 대학원 연구수준 하락우려
  • 조성훈 기자
  • 승인 1999.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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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수준 낮아져
BK21과 교수연봉제도‘한몫’가능성
지난 6일 2000학년도 259명의 대학원 일반전형 최종합격자가 발표되었다. 이로써 지난 8월 특차전형으로 선발한 145명의 특차전형 인원을 포함해 총 404명의 2000학년도 대학원 신입생 선발을 마쳤다.

학과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면접을 담당했던 교수들은 이번 입시결과를 두고 대체로 지원자의 수준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종(물리)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지원자의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올해도 전년보다 낮아진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번 입시에서의 경쟁률이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대학원 입시에서 지원자는 모두 1824명이었으며 경쟁률은 4.5 정도였다. 이는 99학년도 지원자 2062명, 경쟁률 5.8에 비해 상당히 감소한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우리 학교에서 실제로 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원생들의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우선 BK21을 지적할 수 있다. BK21이 선정되고 지원을 받게 되면서 우리 학교가 가지고 있던 재정이나 시설여건 분야에서 서울대와 과기원에 대한 비교우위가 감소했다. BK21에 선정되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게 된 서울대와 과기원은 우리 학교 대학원 보다 더 나은 장학제도를 시행할 예정으로 있으며 연구시설도 대폭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단점을 안고있는 우리 학교가 타대학의 우수한 졸업생들을 유치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실제로 서울대와 과기원 학부 졸업생들의 우리 학교 대학원 지원자 수는 지난 5년간 계속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올해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해 서울대와 과기원 졸업생들의 우리 학교 대학원 지원자는 특차전형과 일반전형을 합쳐 각각 13명, 74명으로 98학년도 34명, 123명, 99학년도 37명, 63명에 비해 감소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대학의 지원자 수준도 이전에 비해 낮아진 듯한 모습이다. 올해 서울대 졸업생 중 9명이 특차전형에, 4명이 일반전형에 지원했지만 합격자는 각각 3명, 2명에 불과했다. 과기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특차전형에 44명, 일반전형에 30명이 지원했지만 합격자는 각각 6명, 11명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81명이 특차전형에 지원해 60명이 합격하고, 89명이 지원한 일반전형에서 77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것과 비교했을 때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학부생보다 대학원생이 많은 우리 학교의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 학교에 지원하는 타대학 졸업생들의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학교는 철강*정보 대학원을 제외하고 98학년도 333명, 99학년도 356명의 석사과정 대학원생을 선발했으며 올해는 404명의 2000학년도 석사과정 대학원 신입생을 선발했다. 지난해 우리 학교 학부 졸업생 203명 중 약 76%인 154명의 석사과정 진학생 모두가 우리 학교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원 선발인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수한 타대학 학부 졸업생 유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다음으로 교수들이 질적으로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우리 학교 교수들이 이끄는 연구실에는 평균 4,5명의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있으며 이들에게는 장학금의 형태로 월급이 지급되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정도인 3명의 월급은 학교의 지원을 받지만 나머지는 교수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의 임금 충당을 위해 불필요한 산업체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진원(기계) 교수는 “BK21 이후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대학본부에서는 BK21에 선정된 분야에 대해서 기반시설에 투자하겠다는 명목으로 정부에서 지원받는 만큼 이전에 지원하던 연구비를 삭감했다. 때문에 교수들은 석*박사과정 연구원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이전과 같이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며, 질적으로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실시될 교수연봉제는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번에 대학이 실시하려고 하는 교수연봉제는 연구의지 장려라는 그 시행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교수연봉제를 시행하게 되면 교수들은 질적으로 수준높은 연구를 하기보다는 당장 성과가 나타나는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으며, 단순히 연구실적의 ‘양적증가’에 집착할 우려가 있다. 대학의 수준은 교수의 수준이 대변하고, 다수의 평이한 연구보다는 소수라도 질 높은 연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학교이 아무런 대책 없이 현 상태로 계속 나간다면 세계일류 대학은 커녕 건학이념이었던 우리나라 최고대학조차도 요원한 일이다. 2005년까지 카네기 멜론, 2010년 칼텍의 수준까지 성장하고자 하는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에 머물고 말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본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학본부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우리 학교의 수준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교수나 학생들 또한 대학에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켜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세계 일류대학을 만들어 가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