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포항공대의 비전] 모두가 주체되는 민주적 운영
[2000년대 포항공대의 비전] 모두가 주체되는 민주적 운영
  • 서형석 / 가속기연구소 기계장치1팀
  • 승인 200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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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우리 나라 노동자 중에는 비정규직이 50%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 대학에도 임시직원이 5백명 정도로 정규직원보다 많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에 급여는 정규직의 절반수준이다. 단기 프로젝트에 관련하여 일하는 일부 임시직원은 논외로 한다. 몇 년씩이나 정규직원과 동일한 일을 하면서 차별 대우받는 직원은 없어야 한다. 노동법에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뒷받침하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대우는 만연되어 있다. 그래도 우리 대학만은 타의 모범이 되어서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화려한 선망을 받는 프로야구선수들이 뜻밖에 자신들은 현대판 노예라고 주장하며 선수협의회를 구성하여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97년도 봄에 우리 대학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조합원이 전직원의 과반수인 230여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조합원이 50명 수준이다. 조합원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대학측의 탈퇴압력이라 생각하고 노동부에서도 대학측의 협의를 인정한 바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대학은 여전히 노조와해 공작을 하고 있다. 대학의 노조에 대한 근본 개념을 바꿔서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을 대학경영의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일부 보직자만 대학을 경영하고 나머지는 지시에 따르기만 하는 대학은 결코 일류 대학이 될 수 없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운명도 우리 노동조합과 유사한 것 같다. 모두가 주체로 인정받는 민주사회가 되길 바란다.

경제적 성장 제일주의를 추종하기보다 세계를 포용하는 일꾼을 배출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성범죄, 교통사고, 폭력, 사기 등을 망라하는 범죄행위가 인구수에 비해 세계 최고 빈도를 나타내는 최악의 국가가 바로 우리 나라다. 그럼에도 올림픽정신처럼 ‘보다 높이, 보다 멀리, 보다 빨리’식으로 경제적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앞으로만 달려가는 일꾼을 배출하는 대학은 되지 말아야 하겠다. 경제논리를 너무 강조하여 국제적으로나 국내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인간성도 점차 상실되고 있다. 세계 최고 대학,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대학도 자랑스러우나, 소외되거나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고, 국경과 이념을 초월하는 넓은 시야를 갖고 세상을 책임지려는 교양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