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포항공대의 비전]포항공대생이여, 모험을 두려워하지 마소서
[2000년대 포항공대의 비전]포항공대생이여, 모험을 두려워하지 마소서
  • 송도의 / 산업 3
  • 승인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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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가장 많이 들어본 단어를 꼽으라면 그 중 하나가 벤처기업이란 말이다. 그 정도로 요즘은 벤처기업이 왕성하게 기업활동을 하고 있고, 심지어는 정부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벤처기업. 모험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초반에는 많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으나, 반대로 성공할 경우 큰 부를 누릴 수 있고, 그 부를 얻기 위해 운영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 말이 한국인의 귀에 익숙하게 들리게 된 것이 얼마 안되었지만, 굳이 이 개념을 확장한다면 포항제철 역시 당시의 설립 배경을 살펴보면, 많은 난관 속에서 일어난 벤처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현재 배움터인 이 곳, 포항공대. 그 역시 벤처기업이었던 포항제철이 한국과학의 미래를 위해 연구중심대학을 세워야겠다는 생각, 수도권내의 명문대 일색인 국내 현실에 반기를 들고 지방에 연구중심대학을 세우기로 한 것, 높은 커트라인을 유지함으로써 최고의 학생을 받겠다는 초반의 정책, 그리고 내, 외국의 각종 연구생활을 접고 과학한국의 후진양성을 위해 오신 많은 교수님들. 이외에도 여러가지 사실이 이 학교가 벤처정신의 소산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포스테키안.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포항공대의 입학원서를 뽑아 든 순간부터 이미 우리의 벤처정신은 공증받은 것이다. 이유는 굳이 장황하게 쓰지 않겠다. 포항공대에 있는 우리 스스로가 바로 그 이유이자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을 학교에서 보내며 학우들을 곁에서 바라본 결과 우리의 초심(初心)이었던 벤처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벤처정신이란 머리 속의 상상에 행동이 더해진 산물이다. 즉, 벤처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의 실천이성이다. 자치단체에 대한 무수한 비판은 1년이라는 주기를 갖고 되풀이되고 있으나, 이를 개선해 보려는 사람은 드물다. 수업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 역시 드물다. “누가해도 할 일이면 내가 먼저하자”는 말은 알면서도, 몸은 따르질 않는다.

“눈 덮인 들길 걸어갈 제, 아무렇게나 하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간 발자국이 다음 사람의 길이 되나니”란 말이 있다. 10년, 20년 후의 후배들을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이 과연 후배들이 따를 수 있는 포항공대생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그 때의 포항공대생 또한 실천이성이 근간이 되는 벤처정신의 부재 속에 살고 있다면, 그것만큼 서글픈 일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