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포항공대의 비전] 21세기 포항공대 홀로서기는 교수들의 긍지로 한다
[2000년대 포항공대의 비전] 21세기 포항공대 홀로서기는 교수들의 긍지로 한다
  • 권오대 / 전자 교수
  • 승인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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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가 학내분규를 겪고 있다. 아주대학 재단은 현 총장을 전격 사퇴시키고 지난 1일자로 ㄱ 전장관을 새총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학교수들과 교직원*학생들이 임명절차와 ㄱ씨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총장실 점거 등 실력저지로 맞서 학교운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ㅎ신문 사설이다. 여기까지는 우리 나라 사립대에서 가끔씩 불거지는 일이다.

ㄱ 전장관의 동생인 ㄱㅇㅈ씨가 총수로 있던 대우그룹의 재정지원으로 학교가 발전한 것은 인정한다 해도, 이를 빌미로 총장을 멋대로 갈아치우고 스스로 차지하는 행위는 대학을 사유화하려는 횡포다. 이렇게 대기업의 지원을 들먹이는 대목은 우리의 대학 환경을 좀더 생각하게 한다.

우리 포항공대 21세기에는 이런 불행이 닥치지 않을 것인가? 이런 불행이 우리를 급습한다면 우리의 21세기는 사라질 것이다. 명문대학 발돋움 연습 10여 년이 지난 우리 대학은 지난 몇 년 동안 ‘나홀로’ 빈혈증에 시달렸었다. 물질적이며 동시에 정신적인 빈혈이었다. 그것은 재단 문제 내지는 재단과 대학의 갈등 문제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3대 총장 체제에 새바람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우리 구성원들의 지배적인 바램을 충족시키려던 노력의 결과는 좀 미흡하였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교수평의회가 토론한 적이 있었다. 다음부터는 교수들의 총장 추천권과 재단의 총장 선임을 일원화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러나 우리 조직의 관련 내규가 그렇게 개선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3대 총장 체제 이후 포철로부터 응급 쇳물치료를 좀 받았다. 우리는 그 물질을 이해하고 감사한다. 그래도 대학본부는 항상 당당해야 한다. 재단의 물질적 혜택이 배고픈 대학의 허를 찔러 학내분규룰 발생시키는 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틈은 어디서 올 것인가? 상기 ㅇ 대학에서 보듯 재단이 대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배하려는 조직으로만 파악할 때 가장 큰 틈이 생긴다. 과거 우리에겐 재단이 무능하여 불신을 초래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배고픈 자의 깡통을 채운다는 유능으로 군림해서도 안된다. 교수는 ‘거지’가 아니다. ‘긍지’이다. 학생과 학문을 가진다는 ‘긍지’가 하늘도 찌른다. 그것은 재단도 찌르는 것임을 아주 대학이 증거하고 있다. 이것이 훼손되면 대학은, 포항공대는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 교수들은 연구중심대학이란 기치를 주로 생각하다 보니 대학이 가는 길이 과연 바른지 바람직한지 자주 오래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다. 대학본부가 또는 재단이 알아서 잘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곧잘 잡음이 생기며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인사정책이나 테뉴어, 연봉제 등이 그랬다. 교수들의 생각을 들어주도록 노력하고, 시정할 것이 있다면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교수들이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고 오인하면 큰 틈이 생기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한다는 최근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응급 쇳물치료는 포철과의 관계가 우리 대학의 아킬레스건임을 다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포철도 영원히 후덕한 21세기 부잣집으로 그대로 대물림될 수는 없다. 민영화, 국제화, 사외이사 특혜시비 등등, 이미 잡음 속에 자주 노출되고 만다. 우리는 그때마다 납작 움츠려 눈치나 살필 궁리만 하지 말고 ‘그 어떤 때’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포항공대 ‘소수정예’ 패러다임이 21세기에도 건재할 것인지, 좋기만 한지, 항상 우리의 체질은 건강하고 신선하게 유지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사립대’라는 우리의 현주소는 항상 당당하기만 한 것인지도 짚어야 하며, ‘대비하는 시간’은 우리를 특별히 기다리지 않음도 알아야 한다. 학과들을 따로 분리하여 볼 때 ‘좋은’ 학생들이 줄어든다, 연구시설이 늙었다, 서울의 모 대학들이 우리를 앞서려 한다 등등의 위기의식이 생기는 것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인할 수도 없다.

한편, 포철이 21세기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에 우리 대학도 나서야 한다. 포철이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만큼 도와야 한다. 포항 테크노 파크 사업은 지금까지는 테크노 음악처럼 소리만 무성하였다. 이제는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이 되도록 우리가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 사업 추진 관련 인물들도 소승적 자아를 버리고 여럿을 안으려는 아량으로 일을 성사시키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지역 살리기이면서 멀리는 21세기 포철 거듭나기인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뒤로돌앗’하여 우리의 21세기를 다시 존재케 할 것이다.

21세기를 향한 장미꽃 청사진 보다는 꽃과 꽃 사이의 가시들 얘기를 해야 하는 나 포항공대인은 외롭다. 그러나......

21세기의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들을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