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관련 투고] 적극적 참여로 정치개혁 실현시켜야
[총선관련 투고] 적극적 참여로 정치개혁 실현시켜야
  • 서득수 / 포항 경실련 정책실장
  • 승인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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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맞기 바쁘게 전국민의 최대 화두는 ‘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2000총선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제기한 정치개혁이 되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연일 신문지면의 1면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TV뉴스의 주요 소재가 되었으며, 시민단체의 발표와 행동에 따라 정치권이 지각변동하고 전 국민의 관심을 잡아끌게 되었다. 이는 지난 세기 우리의 정치사를 되돌아 볼 때 우리정치가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반증이며, 정치의존적 우리사회의 현실을 볼 때 정치개혁이야말로 절실한 시대적 과제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낙후된 한국정치와 정치권의 현실이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릴 정도로 곪아 있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제 16대 총선은 21세기 우리나라 정치의 방향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선거이다. 보통*비밀선거가 확립되어 있는 민주정치체제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정치를 평가하고 견제하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가 선거이며, 이는 민주사회의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이므로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여망이자 시대적 과제인 정치개혁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시민운동권에서 이제까지 추진된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논의되고 추진되는 2000 총선과 정치개혁을 위한 방향과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변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경실련이 추구하고 있는 ‘2000총선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이며, 또 하나는 시민연대에서 추구하고 있는 ‘낙천*낙선운동'이다. 그러면 양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운동이며 별개의 운동인가 하는 의문점에서 그 차이점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이란 무엇인가? 이는 낙천*낙선운동에 비해 조금 소극적인 운동방식으로, 후보자에 대한 판단의 주체를 유권자에게 맡기고 시민단체는 그 판단을 돕기 위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예전의 ‘후보자 바로알기 운동’의 진전된 방식이다. 즉, 현재 우리사회의 정치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인한 문제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정보의 균형된, 막힘없는 흐름’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전의 선거기간 중 유권자는 후보자측과 언론에 의한 ‘정보의 독과점’과 ‘정보의 일방전달’에 의해 접할 수 있는 정보 뿐이었다. 후보자로부터의 정보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와 상대후보에 대한 의도적인 과소평가 또는 흑색선전이며, 언론보도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조작된 정보로 신뢰성이 없으며 유권자들이 알고자 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함으로 해서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이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판단하기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방법으로 공신력 있게 제공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정치개혁을 도모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이에 반해, 낙천*낙선 운동은 정보공개운동에 비해 좀더 네거티브적인 방식의 운동으로 정치개혁을 위한 목표에는 동의하면서 방법론상에 차이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낙선운동은 시민단체들이 일정한 기준에 의해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내린 후, 이를 유권자에게 설득하는 운동으로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운동이다. 그렇지만 낙선운동은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와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낙선운동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오며, 이 사람은 반드시 낙선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누가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점에서 위험성을 갖고 있으며, 또 실제 선거유세가 시작되면 과열, 혼탁 양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로 인해 낙천*낙선 대상자의 정치권 퇴출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지역정당화만 가속시켜 결국 이번 총선이 그 어느 때보다 지역감정에 의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 낙선대상 후보자에 대한 선정기준의 객관성의 견지와 낙선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역량의 문제, 그리고 최종적으로 낙선대상자가 당선되었을 경우 시민단체가 안아야 할 부담의 문제 등 우리사회의 현실을 볼 때 대단히 위험한 급진적인 운동방식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운동방식은 양립할 수 없는가?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두 운동은 모두 온 국민의 염원인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유효한 시민운동 방식으로 각각의 장단점을 상호보완적으로 유지하면서, 이를 통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민사회의 다양성과 시민단체의 역량을 볼 때 두 운동은 보다 많은 시민들을 정치개혁운동에 참여시킴으로써 운동역량을 극대화하고, 시민운동 전체 차원에서 정치상황의 변동에 보다 민감하게 영향받을 수 있는 낙선운동의 불안전성은 정보공개운동의 안정성에 의해 지지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두 운동이 배타적으로 작용되지 않으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상호보완하여 시너지 효과를 가질때만이 정치개혁의 공동목표에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총선까지는 이제 한 달이 못남은 시점이다. 국민의 여망인 정치개혁을 위한 일에 시민단체는 물론 우리 모두가 주체이며 책임자임을 자각하고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