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무학과 모집, 무리한 제도 시행에 혼란만 가중
[학원기획] 무학과 모집, 무리한 제도 시행에 혼란만 가중
  • 조성훈 기자
  • 승인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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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학년도부터 시행되는 학사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신입생 무학과 선발에서 찾을 수 있다. 특차모집에서는 기존대로 학과별로 선발하지만, 정시모집에서는 전체 300명의 신입생 중 50%인 150명의 신입생을 학과 없이 선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행 첫해인 금년도 신입생 중 118명은 학과가 구분되어 있고 나머지 183명은 학과가 없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김범만 교무처장은 무학과제도의 시행배경에 대해 “고등학교 시절 학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성적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신입생들에게 대학에 다니면서 각 학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합리적으로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차모집 지원자는 원하는 학과에 대해 잘 알고 소신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제 아래 정시모집에서 선발된 신입생에 대해 학과선택의 기회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무학과제도는 학과 선택 기회의 제공이라는 그 취지는 좋지만 시행되기 전부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2학기에 있을 신입생 학과선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인기학과로의 신입생 편중과 이로 인한 신입생과 재학생, 교수들 간의 서열화 경향이다. 지난 새터기간 중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생명과학과나 전자 및 컴퓨터공학부 등 인기학과로 몰리는 경향을 보여 이러한 우려를 더했다. 대학본부에서는 “현재 학과 정원의 20%까지의 초과인원은 수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의실과 실험*실습 환경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실제로는 각 학과의 20% 이상을 선발하지 못하도록 한 교육부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20%의 초과인원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인기학과의 경우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지 못한 신입생들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지 못한 이런 신입생들에 대해서 대학본부에서는 아무런 대안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김범만 교무처장은 “시행초기에 발생하게 될 이런 문제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신입생들의 성적에 대한 부담과 그에 따른 학생활동의 침체 분위기다. 학과선택 과정에서 신청자가 해당학과의 정원을 넘는 경우 정원제한의 객관적인 기준이 성적밖에 없기 때문에 신입생들의 학업에 대한 부담은 이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공석영(산업 2) 학우는 “1학년 때가 학생활동을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시기인데 신입생들은 너무 학업에 매여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워 보인다”고 말한다.

무학과제도 시행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우리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전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무학과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김범만 교무처장은 “이번 무학과제도 실시는 2002년 대학입시 자율화에 맞추어 시행코자 하는 전면적인 무학과제도로 가는 중간과정”이라고 밝혔다. 입시제도연구위원회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무학과제도의 시행을 검토했었고 2000학번에게 적용된 정시모집에서의 무학과 선발은 전면적인 무학과제도 시행에 대비한 과도기라는 것이다. 2002년 전면적인 무학과제도를 시행하기 앞서 현재의 부분적인 무학과제도를 시행하고,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이미 학부제를 시행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드러났던 문제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무학과제도를 강행한 것에 대해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 급조된 것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교육부는 지난 98년 구조조정 항목(30%)이 새로 첨가된 ‘98교육개혁 우수대학재정지원사업(200억)’과 ‘자구노력지원사업(450억)’ 등 차별적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의 구조 조정을 강력히 유도해 왔다. 교육부의 이러한 발표가 있은 이듬해 대학본부에서는 정시모집에서의 무학과 선발을 포함한 2000학년도 입시요강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유사학과가 난립해 있는 대학에 대해 유사학과를 통합하는 형태의 학부제를 유도한 것인데, 대학본부는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 충분한 사전준비도 없이 무리하게 무학과제도를 도입했다고 보여진다.

이미 무학과제도라는 모험을 시작한 만큼 예상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학과별로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과설명회나 입문과목에서 학과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신입생도 학과를 선택하기 전에 각 학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 능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한 후 학과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복수전공과 부전공제도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래에는 통합적인 지식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인기학과에 연연하기보다 연관된 두 학과를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그리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과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3학기초부터 5학기초 이내에 전과를 신청하고 해당 학과의 학점을 이수하면 되므로 학과선택에 대한 부담을 어느정도 덜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과별 정원제한을 없애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무학과제도를 시행해 잘 운영되고 있는 과기원은 학과선택시 학과의 정원을 정해놓지 않고 있다. 과기원의 경우도 전산과나 전자과, 기계과와 같은 인기학과로 몰리는 경향은 있지만 모든 학과가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고 있다. 비인기학과의 경우 소수이기 때문에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대학원 진학시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일정 수준은 유지되고 있고, 인기학과의 경우에도 몇 개의 분반으로 나누어 실험겱퓰응?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여러각도로 살펴서 각 학과별 정원을 없애는 경우의 장점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