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고가구매 알고서도 계속 추진
[기획취재] 고가구매 알고서도 계속 추진
  • 이승식 기자
  • 승인 200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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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체 선정 배경에 대한 의혹 가시지 않아
몇몇 교직원의 문제 제기로 불거진 복지회 주방비품 고가 구매 의혹은 감사결과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고, 법인 징계 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여서 전과정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고가 구매가 사실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대학 구성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구매 관재팀과 복지회에서 구입한 주방기기 및 주방비품은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의 식기 세척을 위한 개스 식기 세척기와 학생식당 식질 개선을 위해 도입된 사각 찬기 등이다. 문제가 된 물품들은 모두 복지회에서 필요한 물품이나 1차로 개스 식기 세척기를 복지회에서 구매관재팀에 의뢰하였으며 2차 구매는 복지회 자체적으로 구매하였다.

구매 과정에서 먼저 업체 선정에 따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담당 직원이 고가 구매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여부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감사결과 보고서 공개와 감사결과에 따른 책임 소재 문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에 따른 의혹

두 차례에 이루어진 구매는 모두 (주)세창종합주방(이하 세창주방)을 통해 이루어졌다. 세창주방은 이전까지 우리 대학과 거래 사실이 없었으며 포철교육재단 산하 학교에 납품한 실적이 있는 회사로서, 제시한 가격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이루어졌다. 두 계약 모두 형식적으로는 한국상업용 조리기계공업 협동조합이라는 단체를 대상으로한 수의계약으로 절차상 문제는 없었으나, 한국상업용 조리기계공업 협동조합은 실체가 없는 일종의 로비단체로 명의제공 역할만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구매과정에서 세창주방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구매당시 복지회 담당과장이 복지회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현 행정처장으로부터 세창주방을 추천 받고 견적을 의뢰하였다. 그러나 견적 가격이 예상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서 복지회 담당자는 구매관재팀에 구매요청을 의뢰하였다. 구매관재팀의 담당자는 관련 자료 조사중 구매가격이 높은 것을 알고 담당 과장에게 건의하였으나 담당과장은 업무의 긴급성을 들어 다른 업체의 견적서는 받지 말고 시급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였다. 결국 이 과정에서 담당자는 세창주방에서 제시한 가격을 토대로 구매서류를 작성하였으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개스 식기 세척기 등을 행정처장이 추천한 세창주방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2차 구매는 복지회에서 학생식당 식질 향상을 위해 3,500만원 상당의 배식대 및 사각찬기 등을 구매하면서 이루어졌다. 복지회는 학생식당 가격 인상에 대한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2월 18일 복지회 이사회에서 가격을 조사하여 보고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가격 산정 및 구매를 준비하였다. 이후 이사회에 보고된 가격이 아닌 세창주방에서 제시한 가격을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였으며, 학생식당 가격 인상이 발표된 3월 15일에서 단 사흘만인 3월 18일에 세창주방과 계약을 맺고 물품을 구매하였다. 2차 구매에서도 한국상업용 조리기계공업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을 택하였으나 실제적으로는 세창주방과 구매계약이 체결되었다. 두 차례의 구매 계약이 모두 협동조합에 대한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현재 규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세창주방을 염두에 둔 수의계약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창주방이 추천된 후 높은 가격에도 두차례 모두 구매업체로 선정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매관재팀에서 이루어진 1차 구매의 경우 담당 실무자가 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담당 과장에게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묵살되었으며, 복지회의 2차 구매에서는 사흘만에 3,500만원이 넘는 물품을 거래 실적이 없는 세창주방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였다. 또한 구매과정에서 세창주방으로부터 담당자에 대한 금품제공 시도가 있었으나 담당자가 거부한 사실이 감사결과 밝혀졌다. 감사 과정에서 담당 실무자가 행정처장과 담당과장의 압력을 주장하였으나 담당과장은 이를 부인하여 업무상의 착오로 밝히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고가구매의 최대 의혹은 세창주방이 선정된 배경에 있으나 감사결과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른 적법한 절차 준수 여부

이번 고가 구매는 두 차례 구매 모두 담당 실무자들에 의한 이의가 제기되었으며 이를 통해 담당 과장들이 세창주방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되었다는 것을 알고서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다. 먼저 1차 구매당시 복지회에서 견적을 의뢰한 결과 금액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매관제팀에 세창주방의 견적서를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고의적으로 고가구매를 방조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구매관재팀의 담당자는 관련 자료 조사중 구매가격이 높은 것을 알고 담당 과장에게 건의하였으나 담당과장은 업무의 긴급성을 들어 다른 업체의 견적서는 받지 말고 시급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여 이에 따라 구매서류가 작성되었다. 2차구매에서도 세창주방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 담당 실무자와 담당 과장간의 의견대립이 있었으며 실무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채 사흘이라는 단기간에 계약이 수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구매 관재팀과 복지회의 담당 실무자는 가격의 부적절함을 담당 과장에게 제기하였으나 담당 과장이 담당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장 가격 조사 등의 관련 업무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구매를 추진하여 학교 행정 절차에 커다란 허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고가 구매로 인해 학교 재정에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구매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의혹이 여전히 남는 것은 물론 이것은 단순한 행정의 실수가 아니라 직원들의 도덕성에 큰 오점을 남긴 행동으로 보여지고 있다.


감사 결과 공개와 책임 소재

지난 4월 6일에서 12일까지 이루어진 감사에 대한 결과 보고서가 작성되어 직원 인사위원회 및 법인의 징계 위원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학내에서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대학 본부에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며, 대학 본부내에서도 공개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 실수에 의한 오류가 아니라 담당 직원들의 고의적인 방조속에 구매가 이루어졌으며, 관련 직원에 대한 단순 징계로 마무리되어 책임 여부를 명확히 가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학 본부에서는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를 거부할 명분이 없으며 보고서 공개를 통해 학내의 많은 의혹과 불신을 해소시켜야 된다. 감사 결과에서 관련 직원들의 규정 무시와 이해 부족으로 감사 결과를 밝히고 있으나, 구매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의 단순 실수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이상 고가 구매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엄밀한 책임 소재를 따져 관련 책임자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