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학부 출신 교수 1호 장영태 동문]
[만나봅시다-학부 출신 교수 1호 장영태 동문]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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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어깨를 겨루려면 아직도 길이 멉니다’

우리 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모두 마친 포항공대 ‘토종’대학교수 1호가 탄생했다. 바로 화학과 87학번 장영태 동문. 산업공학과 MIS 연구실에서 석, 박사를 받은 서창교(현 경북대 교수)동문이 있긴 하지만 석, 박사과정만 우리 대학에서 했으니, 학사 졸업생 중에는 장영태 동문이 최초인 셈이다. 더군다나 미주 유수의 명문대학에 임용됨으로써 그 의의는 더욱 크다.

1996년에 우리 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여기서 마치고 U. C. Berkeley (2년)와 Scripps 연구소 (1년)에서 Postdoc 과정을 수료한 그는 오는 9월부터 New York University 조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예정이다.

5월 15일에 있었던 세미나 참석차 미국에서 우리 학교까지 온 그를 만나보았다.

그는 박사 논문주제를 학부 2학년 겨울 방학부터 시작한 덕분에 학위를 빨리 마칠 수 있었고, Postdoc 과정 동안에는 라이브러리 합성 및 응용, 작용 유전체학, 화학생물 분야의 일을 했다. 뉴욕대에서 시작할 일도 라이브러리 개념을 이용한 새로운 촉매 및 생리활성 분자, 그리고 다양한 형광·염료 개발이라고.

“사람들과 함께 모여 공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도 같은 분야 사람들과 함께 세미나 모임을 만들어서 공부하고 있죠.” 그는 언제나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이다.

물리과로 입학했지만 물리는 천재나 할 과목이라 생각하고 2학년 때 화학과로 전과했다고 한다.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아 제대로 한 건 거의 없지만 동아리도 10개나 들었었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재밌었다고 학창시절을 회고한다.

“후배들이 뛰어넘고 싶어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치고는 참 이색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죽을 때까지 ‘기쁘게 사는 것’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한다.

결혼은 하셨냐는 수줍은 질문에, 학창시절부터 캠퍼스 커플이었던 같은 과 동기인 박상미(화학 87) 동문과 이제 5개월 된 딸 보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단다. 같이 공부하다 4학년 때 의대로 진로를 바꾸고 지금 인턴과정을 마친 부인을 두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라며 칭찬에 열심이다.

미국에서도 이틀에 한 번 꼴로 포스비에 접속해 학교의 이모저모를 살핀다는 그는 포스비에서 일부 사람이 여론을 이끌어 나가서 아직은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포스비를 통해 보는 학교는 처음같은 발전적인 분위기 대신 걱정할 만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학교에서 근 10년을 살았던 대선배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 학교 1회 졸업생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한말씀 해달라는 부탁에 잠시 난감해했다. “솔직히 말할게요. 포항공대라는 이름 때문에 교수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외국에서 볼 때 아직 우리 학교는 유명하게 자리잡은 학교가 아닙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걱정되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과장되게 포장되어 나가지 않을까 하는 것. 능력이나 야심이 있는 후배들이라면 아직은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충고를 덧붙인다.

우리 학교를 미국 내 학교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궁금해하자 “절대 뒤떨어지지는 않아요.하지만 외국에서 잘하는 학생은 월등한 수준이죠.”라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이 드문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화학과 학생들과의 만남을 기억하면서 “학생들이 착하고 똑똑해요. 미국 내 일류대 학생보다 평균적으로 우수한 것 같다.”고 웃음짓는다.

기회가 주어지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가르치고 싶다는 그. 하지만 한번 교수가 되면 자리 지키기가 한국보다 더 까다로운 미국에서는 적어도 5년은 피말리는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한국 땅을 밟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재밌는 일을 찾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일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억눌려 살기 쉬운데 여가 시간과 잘 배치해 조화하는 요령이 필요할 겁니다.”

그의 젊음과 여유를 이렇게 게임처럼 즐기는 공부를 권하는 데서도 느낄 수 있었다면 억지처럼 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