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장기발전계획 수립 ‘한발 앞으로’
[기획취재] 장기발전계획 수립 ‘한발 앞으로’
  • <학원부>
  • 승인 200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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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3개 분야 세계 최고 수준 진입 목표

■ 미래청사진 구체화 위한 적극적 관심 필요
■ 학생 참여 배제 등 구성원 의견수렴 미흡

세계수준의 공과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3차 장기발전계획(이하 마스터플랜)이 이르면 올 8월에는 최종 확정되어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처에서는 2010년까지 2~3개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 진입을 목표로 이를 위한 마스터플랜 기본안을 마련하고 현재 최종 시행방안을 준비중이다. 이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세계 수준의 공과대학이 되기 위해 벤처정신을 바탕으로 창의력, 통합능력, 지도력을 갖춘 과학기술의 리더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 연구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신영역 연구분야를 창출함으로써 과학기술의 독보적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 한다.

기획처는 ▲재정적 기반의 약화 ▲타 대학의 재원확보 및 투자를 통한 격차 감소 ▲지역적 한계성과 우수학생에 대한 유치경쟁 증가 ▲급속한 사회 변화와 구조조정 ▲대학에 대한 구성원의 일체감 감소 등이 현재 우리 학교를 위협하는 요소라 판단하고, 이에 대한 분석과 우리 학교의 강점과 약점 등을 종합 분석하여 마스터플랜과 실행안을 마련했으며 지난 5월3일부터 20일까지 교수·직원 등 학내구성원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 마스터플랜은 교육, 연구, 조직·운영 정보화, 인프라 등 5개 부문에 대한 70개 실행안을 포함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는 ▲교육부문의 석좌교수제 설치·운영, 수시모집을 중심으로 한 입학체계 다양화, 국내외 대학과의 전략적 제휴 ▲연구부문의 선별적·차별적 지원, 연구·교육 복합단지 구축 ▲조직·운영 부문의 연봉제 도입, 전문행정체제 구축 ▲정보화 부문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업무프로세스 혁신 ▲인프라 부문의 학술정보관 건립 등이 있다. 마스터플랜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1조 445억원 중 대학 자체적으로 충당 가능한 5145억원을 제외한 5300억원은 포철을 비롯한 외부에서 유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입지를 다져온 개교 초기의 운영방향과는 달리 국내외적으로 제반여건이 많이 변화하였고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교육의 메카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이번에 발표된 3차 마스터플랜과 실행안의 확정은 그 중요성이 더하다 하겠다.

우리 학교의 장기발전계획안 마련은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지난 90년 제1차 장기발전계획을 확정, 시행하였으며, 제 2차는 96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확정 의결되지 못한채 ‘안’으로만 존재하였었다. 이번 제3차 마스터플랜은 지난 98년부터 본격 착수하여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제3차 마스터플랜과 실행안은 그 내용과 의견수렴 과정에 있어서 비판이 되고 있기도 하다. 마스터플랜이라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목표를 수립하고 그에 대한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마스터플랜과 그 실행안은 단순히 사업계획만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빠져 있고, 일부 실행안의 경우 실현가능성이 불명확한 상태라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이 더욱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10년까지 2~3개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 진입’이 마스터플랜의 기본목표라고 밝히면서도 어떤 분야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것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연구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인 선별적 집중지원제도의 경우, 그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그 실행과정에서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분야를 기다리기보다는 대학본부가 가능성 있는 분야를 선별해 지원해 나가는 리더십 또한 필요하다. 이진원(기계) 교수는 “연구의 선별적 집중지원제도는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면서 “집중지원 분야는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한 정보수집과 분석을 거쳐 합리적인 통찰력을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스터플랜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요식행위에 불과하지 않았느냐 하는 비판도 있다. 설명회나 간담회 개최 등의 공개적인 의견 교환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지 않은채 팀스를 통해 143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한다는 공지하는 것에만 그치는 등의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도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교직원들에게만 공개하고 학생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은 점은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의견수렴과정에서의 이러한 문제는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의견수렴 마감기한인 지난 20일까지 단 한건의 의견도 접수되지 않았다. 교수들은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143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보고서를 분석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쉬운 일이냐”며 대학본부의 의견수렴 방법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구성원들의 무관심도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우리 학교의 미래의 나아갈 바를 명확히 하는 중요한 과정임에도 대다수가 능동적인 관심과 참여없이 방관자적인 입장을 띤 점은 주체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우리 학교의 장래 운영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 마스터플랜 수립에 있어 구성원들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