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포스비의 제자리 찾아주기 필요하다
[학원기획] 포스비의 제자리 찾아주기 필요하다
  • 고재필 기자
  • 승인 2000.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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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도난사고 후 포스비 역할에 대한 논란 가열

포스비가 한산해 지고 있다. 평소에는 밀려드는 신청자로 인해서 3일이면 중단되던 아이디 발급이 일주일째 계속 되고 있다. 또한 100명을 넘어서던 동시 접속자 수도 70~90명 선에서 멈춘 지 오래다. 지난번 하드 도난사고 이후 동아리 학과 그룹 보드들이 사라진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덕분에 포스비의 ToSysop보드는 위의 보드들을 복구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Postechian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얼마전까지 포스비가 포항공대생의 핵심적인 대화의 통로로 쓰인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공지가 포스비를 통해서 알려지는 등 포스비를 공적인 매체로 학우들 다수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비는 ‘사설’아리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다른 학교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다. 먼저 우리학교와 환경이 비슷하다는 카이스트에는 많은 BBS가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BBS는 각자의 특성과 색을 가지고 활성화되어 있다. 동아리 SPARC S에서 운영하는 ARA는 카이스트의 중심적인 BBS로 과수원이나 Noah, EEpia같은 BBS는 학과 BBS로, 또 메롱비는 개인 BBS로 각자의 색을 가지고 각각 운영되고 있다. 그외의 카이스트를 제외한 다른 학교의 경우 예전과 같이 BBS는 그다지 많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 대신에 World wide web이 보편화 되면서 많이 생기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동호회 서비스나 동문 사이트의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학교마다 학교의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이야기 할 공간을 만들어서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연세대의 경우 예전에는 약 10개 정도의 BBS가 운영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약 2~3개의 BBS 만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 WWW로 옮겨간 상태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금 DAUM 사이트에만 약 500여 개의 모임이 만들어져 있으며 다른 사이트들까지 감안한다면 약 1천개 이상의 모임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사정은 어떠할까. 지난번 하드 도난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대화가 포스비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포스비가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97년 머신의 교체와 함께 유저수가 12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어나고 과 보드와 동아리 보드가 생기면서 TIMS와 함께 각종 공지나 공고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화의 통로가 포스비로 편중되고 있는 점이다. 일단 포스비는 작은 공간이 아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하다. 게다가 포스비는 다수에게 열린 공간일 뿐이지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공공의 매체는 아니다. 몇몇 사람들만 보리라고 생각했던 글이 여러 사람이 읽혀서 구설수에 오른 일이 포스비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또한 사람들이 가끔씩 착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포스비는 공적인 공간이 아니다.

포스비는 동창회의 후원을 받고는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몇몇 시삽진 들이 운영하는 사설 BBS로 포스비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이 학교의 행정 담당자나 정책 입안자이 의견 수렴을 위해 참고할 수는 있어도 학생들과의 공식적인 대화창구는 결코 아니다.

또한 포스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음으로 해서 지난 포스비 도난사고 이후 동아리나 각종 모임의 대화창구가 단절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물론 누구의 책임도 아닌 도난때문에 이전까지 올라갔던 자료나 각종 글들이 유실됨으로 해서 생긴 유, 무형의 손실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포스비가 모든 공간을 대신하는 지금의 모습은 기형적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화의 공간이 꼭 포스비여야 하는 필요는 없다. 포스비를 대신할 다른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며칠 전에 생긴 전자 공학과의 BBS인 PORENA(가칭)은 좋은 예이다. 동아리 연합회에서 동아리의 보드들을 만들어 둔 이 BBS는 포스비에서 할 수 없는 다른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대화의 통로의 분화는 좀더 많은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신에 포스비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아담한 하지만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학생 중심의 BBS로 자리 매김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