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2001년 - 진정한 지식인이 되기 위하여
[일흔여덟 오름돌] 2001년 - 진정한 지식인이 되기 위하여
  • 손성욱 기자
  • 승인 200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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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0년이 저물고 진정한 21세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2001년이 밝았다.

지난 한해는 그야말로 교내외로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우선은 무학과 제도 시행 첫해로, 180여명에 달하는 무학과 신입생들이 원하는 학과에 배정받기 위해 다시 떠올리기도 싫었을 고3 시절을 방불케 하는 피나는 경쟁과 대입 원서접수를 능가하는 눈치작전을 펼치며 가슴졸여야 했다.

학교 시설, 특히 LAN 등이 대대적으로 개선되었고 이러한 호조건 속에 인터넷과 함께 수많은 포스테키안들을 컴퓨터 앞에 붙잡아 두었던 PosB의 하드디스크가 도난당하면서 사이버 문화에 대한 재정립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동시에 실생활에 있어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4년만에 경선에 의해 진정한 의미의 총학생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순수 포항공대 출신 외국 대학 교수 탄생과 각종 연구 성과 등으로 학교의 위상이 높아졌으며,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2001학년도 대입 수능의 점수 인플레 여파 속에서도 2000학년도 입시때와 같은 미달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일들을 돌이켜 볼 때, 2001년은 여러 가지의 호재 속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선은 학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무학과 신입생 배정 문제에 대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게 되었고, 그로 인해 좀더 효율적이고 학생 중심적인 학과 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발적인 학생들의 의식개혁 의지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의 사이버 문화, 나아가서는 대학 문화가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회의 활동에 대해서도 학우들의 기대는 크다. 바로 작년인 2000년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예 총학생회 자체가 구성되지 않아 특차(전자 및 컴퓨터공학계열) 신입생 배분 문제 등의 굵직한 사안에 있어 학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결집되어 반영되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에게도 대표성과 발언권을 가진 강력한 힘이 생겼다. 총학의 능력에 달린 일이겠지만,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그야말로 ‘개미군단’의 힘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학생들 개개인의 자질이 이러한 일련의 발전에 걸맞지 않게 뒤처져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과대학의 특성상 많은 수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는 필연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면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는 잘 정리하여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자신의 머리 속에 제아무리 많은 지식이 들어 있고, 아무리 성숙한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고여 있는 물과 같을 것이고, 결국 언젠가는 썩어들어가 아무 쓸모 없는 죽은 지식이 되고 말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식과 철학도 유연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내보내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정보를 정돈하여 전달하는 것에 대해 더욱 큰 어려움을 토로한다. 가지고 있는 것은 많으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생기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학교측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인문학 분야의 소양 강화가 절실하다. 학생들은 사람이지 계산기가 아니다. 단순한 미적분 계산이나 프로그래밍 등을 위해서는 굳이 사람이 힘들여 노력하지 않아도 계산기나 컴퓨터를 쓰면 된다. 논리학이나 철학 등 인문학 분야의 소양 강화를 통해 학생들은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배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일관되게 정리하여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밝아오는 새천년, 교과서만 외우고 있는 기능적인 ‘지식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지성인’으로 거듭나는 포스테키안들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