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 12대 교수평의회 의장 이진원(기계) 교수
[인터뷰] 제 12대 교수평의회 의장 이진원(기계) 교수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3.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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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더 그룹으로서의 확실한 자리매김할 터

지난해말, 총장선임지연 와중에 교수평의회는 의장이 공석이 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진원 교수(기계 주임교수)를 제 12대 의장으로 선출하고 재정비 중이다. 지난 99년 제 8대 의장에 이어 다시 의장을 맡게 된 이진원 교수를 만나 교수평의회의 고민과 비전, 대학 재단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그간 교수평의회 활동이 침체된 모습이었다.

사실 대학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수 회의를 통해 교수 일반이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마땅하며 교수 전체가 함께 하기 힘든 사안에 대해서 교수회의의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가 기능해야 하나, 그간에는 교수평의회가 단순히 본부의 견제 세력 정도로만 역할해온 면이 있었다. 외국 선진 대학의 경우 교수평의회가 faculty senate로서 대학 운영의 장기적인 비전과 결정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대학도 교수평의회가 자리를 잡으려면 이런 역할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본부 보직을 맡아보기도 했지만 행정 담당자들이 일을 추진하고 관리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기는 너무나 힘들다. 어느 조직이나 일을 관리하는 그룹과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그룹은 분리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교수평의회가 ‘지혜’를 모으는 집단이 되는 것이 대학을 위해 필요하다.

- 그간의 부진한 활동의 원인은 어떻게 보는지.

교수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우리 대학의 교수들이 대체로 젊기 때문에 경영, 관리의 경험이 적어서 대학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나가기 위한 교수 개인적인 마인드와 경험이 부족했다. 또한 최근의 연구실적 위주의 평가도 크게 한몫 했다.한편 대학 차원에서 보았을 때 개교 초창기에는 한국의 현실에서 전무했던 연구중심 대학을 이 땅에 구현한다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었기에 외국의 모델을 들여와 행정적으로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곧, 대학 차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교수평의회가 활동할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을 위해서 평의회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나서야할 만한 시의적 요구가 있다.

- 전임 의장인 장태현 교수도 제기하였듯, 교수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문제 의식을 가지고 고민할 수 있는 적절한 이슈와 그 이슈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정보가 부재하였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 앞으로는 시의적인 대학의 고민과 현안, 곧 대학-재단문제, 포스코 문제, 교육제도의 변화 문제,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대책 등을 이슈화하고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평의원 handbook’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핵심 이슈에 대한 문제 의식과 확실한 정보의 제공으로 오피니언 리더 그룹으로서 평의회를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각 학과 단위에서 다시 오피니언 컬렉션이 이루어져 본부 정책에 반영되는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재단과 본부, 교수평의회의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 대학이 재단과 대학의 모델 중 가장 진화된 모델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제도를 운영하는 당사자들의 이해도나 진심은 실망스러운 면이 있다. 지난해의 보직자 임면권 회수가 한 예이다. 다소의 부작용 위험성을 문제삼아 성과가 기대대는 제도를 퇴보시킨다는 것은 큰 우를 범하는 일이다. 또한 총장 선임 지연과 관련해서도 실망스러운 면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 본부 운영자들이 재단에 대하여 대학의 위상제고에 실패한 것도 큰 원인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교수평의회가 본부의 견제 기능만 이해되어 왔고, 이사회에는 마치 전교조 혹은 노조와 같이 대립적 관계에 있는 집단으로 이해되어 온 것 같다. 아쉬운 일이나, 분명히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교수평의회가 앞서 언급한 건설적인 아이디어와 비전 제시를 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이해시킬 것이다. 시간도 많이 들 것이고 힘들겠지만 꼭 필요하다.

- 학과주임교수도 맡고 있어 짐이 무거울 것 같다.

지난번에 의장을 할 때 half time을 투입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많을 노력을 했었다. 당시 학내에 포스트 테뉴어 리뷰나 연봉제, 의사결정 문제 등 쟁점 현안들이 많았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현재는 그 때보다 좀더 건설적인 고민을 할 만한 여건인 것 같다. 의장단이 노력해서 다른 평의원들이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으면서 훌륭히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