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박선영 박사 재임용 탈락 논란
[기획취재] 박선영 박사 재임용 탈락 논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3.03.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뭐가 문제일까 싶은 적법성ㆍ공정성 - 그래도 찝찝한 ‘표적인사’ 시비

지난 1월 인터넷 신문 ‘유뉴스’ 를 통해 박선영 전 인문사회학부 교수 이야기가 최초로 기사화되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요구하는 여론을 촉발시켰던 바 있다. 그리고 현재는 박선영 박사가 제기한 ‘조교수 승진 거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가 대구지방법원의 포항지원에서 진행중이다. 당초 지난 2월 28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법원의 공판은 현재 연기된 상태다. 이는 대학 당국과 박선영 박사 당사자 간의 조정 기간을 마련하기 위한 법원 측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박선영 박사 사건이 기사화, 재판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우리 대학이 그동안 쌓아왔던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대학으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박선영 박사 사건이 실제 불합리한 표적인사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박선영 박사의 승진 탈락이라는 인사위원회 측의 결정에 대한 정당성 여부가 이번 사건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예전에 박기환 대우강사의 재계약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서명운동이 확산되었던 경우와 같이 인문학부의 교과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정서는 그리 좋은 편이 못되었다. 이에 따라 승진탈락 결정의 정당성 여부와 함께 박선영 박사에 대한 인사행정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까지 확대된 과정과 배경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선영 박사가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이 사건의 발단은 박 전교수의 임용 당시 자신의 임용을 반대했던 인문사회학부 내 교수들의 표적인사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그 당시 인사위원회의 박선영 박사 임용 결정을 반대한 일부 교수들이 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 후 박 전교수는 우리 학교에서 동양사 강의를 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문학부 밖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았던 한 교수는 “그 당시 박교수 스스로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만큼 인문사회학부 내 일부 교수들에 의해 차별이 행해지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비록 그 후에 있었던 박선영 박사의 재임용과 승진심사 과정이 적법하고 공정했다 하더라도 박선영 박사 개인이나 다른 학내 구성원들에게 ‘표적인사’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오해를 살 만한 여지는 남겼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듯 인문학부의 인사문제가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교내 구성원들이 인문사회학부의 인사행정에 대한 의혹에 다소 공감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우리 학교의 교원 인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고착화되어 간다는 자각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시점에서 인문학부에서 박선영 박사 관련 인사행정이 문제시 되었던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연구기능이 대학차원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인문학부의 특성상 교원인사가 다른 학과에 비해 더욱 고착화 될 가능성이 많았다. 이런 배경에서 박선영 박사 인사관련 행정에 불공정한 요소가 개입되지 않았을까하는 의혹이 흘러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둘째로, 인문사회학부의 태생적 한계를 들 수 있다. 우리 학교 설립 당시 인문학부의 교수임용은 다른 과의 교수임용에 비해 절차적 엄격성이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교 이래 상당한 기간 동안 인문학부 내 전공의 다양성 때문에 총장의 직권으로 교수들을 임용하는 방식으로 인사제도를 운영해 온 때문이다. 인문학부의 자체적인 발전을 위해 인사권을 독립하면서 공개채용을 통해 교원을 임용하고 인사제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이전 관행과의 모순 등으로 인해 인문학부 인사행정의 권위가 부족했던 면도 없지 않다.

박선영 박사의 인사행정 적법성 판단 여부는 법원으로 넘겨진 상태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을 자의적으로 섣불리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인문학부에서 제시하는 인사기준에 대한 검토나 그 기준이 얼마나 실질적이냐에 대한 감시와 고민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즉, 인문학부에서 제시하는 ‘깊이있는’서읍을 위한 연구능력의 기준이 얼마나 현실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학교 교원평가는 서술형 주관식 시험의 채점에 비견된다. 서술 주관식 시험에서 채점자의 객관적 자세와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임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박선영 박사가 응시자였던 ‘교원평가’라는 주관식 시험의 채점자가 과연 인문학부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뿐더러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었느냐의 여부이다. 게다가 비단 박선영 박사 뿐 아니라 인문사회학부에 몸담았던 사람들로부터 사건 당시의 우리 학교 인문사회학부 인사위원들에 대한 불만이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박선영 박사 사건은 진정으로 인문사회학부의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사행정의 투명성, 자율권 확보 등으로 인문학부가 자체적으로 발전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자체적 발전의 과정이 왜곡되어 인문학부가 편향된 인사 구성을 갖게 되는 것 또한 분명 경계해야 할 점임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