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총장직무대행체제 한학기
[기획취재] 총장직무대행체제 한학기
  • 배익현 기자
  • 승인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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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생채기만 잔뜩 남긴 지난 한학기

총장선임이 미뤄지고 총장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된지 어느덧 한학기가 다 지났다. 그간 총장선임발표가 10월이나 11월 중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한 학기 내내 대행체제로 운영된 셈이다.

총장 선임을 위하여 대학 교수진들로 이루어진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구성된 것은 지난 1월이다. 총추위는 신임총장후보를 물색하여 지난 4월경에 이사회의 총장선임위원회(이하 총선위)에 3인의 추천후보명단을 제출했다. 그러나 총선위는 총장임기만료기간인 8월 18일까지 총장선임에 ‘실패’했고, 이사회에서는 총장직무대행체제로의 이행을 결정하였다. 지난 94년, 당시 정수영 부총장의 총장대행체제가 김호길 학장의 급작스런 서거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대행체제는 사실 어떠한 설득력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 후 학내에는 총장선임지연을 배경으로 직간접적으로 끊임없는 잡음이 일었다. 철저한 보안속에 이루어지는 총장선임이 늦어지자,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온갖 추측과 루머가 나돌았다. 게다가 2001년 9월 있었던 이사회가 총추위가 추천한 인사 이외에 총선위 내부에서 총장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총장선임규정을 개정한 것이 학내 여론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총추위를 비롯한 교수들 및 대학 구성원들의 의혹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보직자 유임결정을 둘러싼 총장직무대행 해임, 보직자 임면권을 이사회가 회수하도록 하는 정관개정에 대한 반발 등도 궁극적으로 총장선임이 정도 이상으로 지연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다. 지금은 본부보직자들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총장직무대행 해임을 두고 보직자들이 전원 사표를 내는 등 지난 10월 중순부터 한달이 넘게 대학행정은 사실상 많은 차질을 빚었다.

결국 이러한 의혹과 갈등의 매듭이 풀리지 않자, 10월에 있었던 이사진 간담회에 이어 지난달 21일 유상부 재단 이사장이 직접 대학을 방문해 교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이사장은 총장선임이 지연되는 이유로 추천후보의 무리한요구와, 대학내의 여러 갈등상황이 와전되어 후보본인이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장선임시기를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언제까지 이러한 총장직무대행체제가 계속될지 불확실한 상태에 있다.

무엇보다 총장직무대행체제는 현상유지 체제다. 개혁과 빠른 변화가 예외일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대학은 크기가 작은 대학이라는 특성을 장점으로 이러한 변화를 선도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그 변화를 지휘해줄 총장이 없는 상태로 한학기를 보낸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대학 구성원들의 정서적 공감대다.

더군다나 현 이사회가 가진 문제점은 시간이 갈수록 그러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신임 총장을 뽑을 확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인물을 선임한다는 명분으로 총장선임을 늦춰왔던 총선위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하루빨리 총장이 선임되기를 열망하는 대학내부의 여론에 따라 빠른 총장선임이 절실함에도, 이만큼 늦춰진 만큼 평범한 인물을 신임총장으로 선임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이사회가 가진 딜레마다.

물론 신임총장을 선임하는 것만으로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있어왔던 대학과 재단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대학의 발전적 운영을 이끌어내는데는 무엇보다 신임총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사회는 대학내의 여론이 드센만큼 최대한 노력하여 속히 총장을 선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총장선임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이번 학기내내 총장선임을 둘러싸고 있어왔던 대학과 재단의 마찰을 사소한 것으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4년뒤 다시 총장임기가 끝나고 신임총장을 선임할 때에 이러한 대행체제에 따른 혼란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총장직무대행체제 한학기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를 모색하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