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 고찰
[학원기획]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 고찰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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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한계 뛰어넘는 합리적 운영방향 모색 필요

지난 14일 있은 이사회의 정진철 총장직무대행의 보직해임 의결이 학교측에 통보되면서, 9월 16일 이사회의 ‘총장에 위임된 보직자 임면권 회수’ 등의 정관개정 배경에 대한 의구심과 맞물려 이를 가능케하는 사립학교법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관련기사 1면)

즉, ‘보직 해임’이라는 의미가 일반 교직원에 관련하여서도 상당한 능력부족이나 업무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나 가해지는 신분상의 큰 변동인데, 현재로서의 대학의 수장인 총장직무대행 보직해임을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9월 16일 이사회에서의 의결로 법인정관 교직원 임면에 관한 부분 중 제 39조 3항 ‘대학의 부총장 및 대학원장의 보직외 기타 교원의 보직은 총장이 보하는 것’을 지난 10월 8일자로 ‘기타 교원의 보직도 이사회에서 정한 보직은 총장의 제청을 받아, 이사장이 보하는 것’으로 사실상 총장의 보직임면권을 회수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것이 재단과 대학간의 상호존중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구성원들의 염려와는 달리 이사회에서의 이런 의결은 학내 최상위 규범인 법인정관과 이의 근거가 되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적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현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제1조에서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라고 규정하여, 총장 및 교원들의 인사권은 전적으로 법인이 가지며, 운영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보직자 임명권을 총장에게로 위임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즉, 인사권 자체는 이사회에 있고, 다만 총장은 그러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므로 그 권한의 귀속여부는 이사회의 뜻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으며, 총장이 이사회의 결정을 어기고 인사권을 남용하는 경우 이사회에서는 합법적으로 총장을 해임할 권리도 가지는 것이다.

물론 총장직무대행이 통상적인 행정절차에 근거하여 정상적인 대학운영을 하기위해 이사회의 결정을 번복하게 된 것을 총장직무대행의 해임으로까지 처리한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었나 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으나, 지난 간담회에서 교수와 이사회 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음을 확인하였고, 그 과정에서 총장직무대행의 인사권 남용이 새총장 선임 후의 인사발령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부득이하게 해임한 것이기에 법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는 현 사립학교법에 근거하였을 때 명백한 이사회의 권한으로 그러한 이사회의 정당성을 가진다. 하지만 이것이 학교 발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였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립학교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헌법에는 사립학교에 대한 직접적인 조항이 없고, 교육법에서 사립학교의 설립, 경영에 관한 법인 혹은 사인의 권리를 규정하여 사립학교 설립의 자유, 경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학교법인은 설립자의 설립정신의 구체화를 위해 각종 기본권을 향유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를 설치하는 주체이고 학교는 그 주체가 설치, 경영하고 있는 영조물에 불과한 것으로 이론이 세워져 있다. 학교법인의 의사는 이사회가 결정하고(사립학교법 제16조) 이사장이 학교 법인을 대표한다(동법 제19조). 따라서 학교를 경영하는 모든 권한은 기본적으로 설립자나 경영자에게 있으며 학교의 장을 비롯한 구성원은 그들의 위임에 의해 권한을 가지거나 사무를 처리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따르게 되면 교장, 교직원, 학생,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은 무권리 상태로 학교법인 건학이념 구현의 기능적 종사자로 전락된다. 이는 헌법 및 교육기본법에 완전히 반하는 주장이다. 헌법이나 교육기본법에는 ‘사립학교법인’이 아닌 ‘사립학교’가 교육의 담당자이며 공교육주체임을 상정하고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제12조),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제13조), 교원의 전문성 존중(제14조)을 규정하고 있어 학교법인이 교육담당자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즉, 학교법인은 일반적인 비영리재단법인과는 구분되어 학교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해 학교에 자주성을 부여하고 교육자치를 인정해야 하는데, 여전히 사적 자치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인과 대학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아닌, 사학의 운영구조를 이루고 있는 특정한 운영 구성요소의 자율성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사립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교육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이 공교육에 사인이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는 법인과 학교운영의 자율성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여러차례 교육개혁 시도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한 논의들을 통해 현 사립학교법이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이념에 반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얻어가고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매번 사학재단 측의 반발과 사회 각계의 이해 차이로 항상 벽에 부딪쳐 현실적인 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대학은 설립 당시부터 재단과 대학과의 신뢰와 상호존중을 기초로 하여 국내 어느 사학보다도 모범적인 운영형태를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의 신임총장선임 연기로부터 시작된 학교운영과 관련한 재단과 대학과의 마찰은 그러한 전통에 먹구름을 끼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있다. 물론 우리대학의 위상 변화에 따라 재단과 대학과의 관계도 변화했고, 예전과 같은 운영형태를 지속하기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하는 우리대학의 운영에 부합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자세로 현 사립학교법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는 운영의 재치가 재단과 학교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