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전자과 재수강 개정 검토의 배경
[학원기획] 전자과 재수강 개정 검토의 배경
  • 배익현 기자
  • 승인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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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질적 수준 유지위한 고육지책으로 검토된 것

학생의사 무시한 검토과정, 근본적 해결방안이 되는 적극적 고민 선행되어야

지난 9월, 미묘한 사안으로 대두되어 많은 논란을 야기시켰던 전자과 재수강 금지 도입여부는 학과차원에서 심도있게 재검토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하지만 이번 일을 전자과 한 학과만의 작은 해프닝 쯤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것은 이번 일이 우리대학이 당면한 교육환경의 한단면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과에서 재수강 금지 조치를 고려하게 된 배경이 되는 수업인원과다문제는 전자과 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과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성격의 것이며, 이에따라 언제든지 다른 학과에서도 같은 문제가 돌출될 수 있다. 또한 재수강금지를 둘러싼 논란의 초점이 재수강제도 자체에 대한 검토에서 벗어나 있으며, 금지안 결정 및 시행과정이 비공식적인 절차로만 일관되어 왔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전자과에서 재수강 금지 조치안이 나오게 된 사정은 이렇다. 복수전공 권장 등으로 전자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몇몇 전자과 과목의 수강인원이 적정 수준을 훨씬 넘어버렸고, 그 넘치는 수강인원을 줄이기 위한 한 방편으로 현행 재수강제도에 좀 더 제한을 두자는 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수강인원이 적정 수준을 넘으면 수업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강의식 수업은 단지 학생들의 수업참여도가 떨어질 뿐이라 치더라도, 실험과목 같은 경우에는 기자재 부족으로 제대로 된 실험이 힘들 뿐더러 관리 및 안전에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2학기 전자기학 개론의 경우 전체 수강인원 76명 중 재수강생 13명, 타과생이 21명이다. 1학기 회로이론의 경우 전체 수강인원 80명 중 재수강생이 29명, 타과생이 12명이다. 실험과목인 기초전기전자공학실험의 2001년 1학기 총 수강생은 90명이었으며, 그 중 타과생은 22명이다. 이는 적정 실험인원으로 판단되는 60명을 훨씬 초과한 수치이다. 예로든 자료는 몇몇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과다한 전체 수강인원 중 재수강생과 타과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4쯤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전자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측에 수강인원 과다 과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육지원인력 및 교수 충원을 요구해 왔으나, 학교측은 재정 등의 이유로 당장의 교육 인프라 시스템 확충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사실 앞서 지적했듯 수강인원 과다 문제는 전자과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각 학과 지원의 형평성도 고려대상이 되어야 하며, 지원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지원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전자과는 수강인원 과다문제를 자체 해결해야 했다. 분반을 몇개 더 만드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그로인해 늘어나는 업무량은 모두 교수들이 감당해야 하기때문에 한계가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이미 1인 교수당 평균 수업 학점 수도 8.5학점으로 일부 보직교수까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대한도인 9학점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수강인원과다의 주요원인인 재수강생과 타과생 중, 재수강생에게 좀 더 제한을 둬서 그나마 수강인원을 줄여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초점은 앞서 지적했듯 재수강제도가 가지는 성격과 존재이유, 즉 그 본질에 대한 검토에서 벗어나있다. 재수강제도는 현재 학점관리제도로서 학칙으로 인정되고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재수강 제도를 개정하는 것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리 합리적인 방안이라 할 지라도, 그 이전에 재수강제도를 개정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교육학적, 정책적 차원의 논의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한 학과차원에서 쉽사리 결론내어서는 안될 대학차원의 중요사안이다.

그러나 재수강금지조치의 전개는 비공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 금지안은 공식적 문건 하나없이 학생들에게 전해졌으며, 학회장이 학생대표로 학과사무실 및 학부담당 교수에게 직접 찾아가 그에 관한 몇가지 사실을 확인한 것 뿐이었다. 이는 교수 학생 서로간에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못한채 일의 진행이 결정되었다. 교수 개인의 결정이라고는 하나, 공식적인 시행 이전에 벌써 특정과목 재수강생들에게 과목포기 권유를 행한 것은 -비록 포기기간이 지나 실제로 과목포기를 한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도- 또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전자과 재수강 금지 논란은 전자과만의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그 저변에는 학교 전반의 교육인프라 부족이 배경으로 깔려있고, 그것을 학과차원에서 해결해보려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일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측의 적극적인 교육 여건 조사 및 지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바른 절차를 통해 재수강 제도를 둘러싼 입장차이를 조정해보는 자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