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3대 정성기 총장 이임 인터뷰
[인터뷰] 제3대 정성기 총장 이임 인터뷰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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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홀가분하나 우리가 갈 길은 아직도 먼길’

지난 8월 18일로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화학관의 연구실로 돌아온지 이제 한달 남짓 된 정성기 전총장을 만나보았다. 연구실에는 아직 온갖 자료들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이임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데 또 무슨 인터뷰 할게 있겠냐며 머쓱하게 맞이하는 정성기 교수에게 총장 재임시절과 최근의 근황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임기를 끝내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온 기분이 어떠신지.

다시 본업으로 돌아오게 되어 당장은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다. 다만 몇 년간 놓고 있었던 연구를 다시 시작하려니 아직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총장이라는 자리가 career인가 service인가의 개념 정립이 명확하지 않은데, 미국에서는 총장직도 하나의 career로서 전문성이 매우 중요시 된다. 맥켄지 보고서에서도 나타나있듯 우리나라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투자보다도 대학운영체제의 획기적인 개혁이 더욱 절실하다. 예전부터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총장직에 임했었지만, 나도 전문적인 manager는 되지 못하는지 평교수로서 연구실에 있는 것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게 솔직한 기분이다.

- 임기 중에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 그리고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특별히 보람있었던 일이라고 내세울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만은 대학기금이 두배가량 증가한 것과, 그동안 엄두를 못내고 있던 학술정보관, 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원숙소, 평해연수원 등의 주요시설 건립과 매입에 큰 진전이 있었던 것에 의미가 있다. 포스코의 재정적 지원에 감사한다. 총장직을 맡게되면서 절반 정도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일, 절반 정도는 새로운 사업의 추진에 힘써 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 후임자를 위한 업무의 인수 인계 준비도 단단히 해왔는데 아직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그러한 노력이 허사가 될까봐 우려된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한데 어서 후임 총장을 뽑아서 그러한 흐름이 끊어지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 임기 중에 특별히 힘이 들거나 어려움이 되었던 점은 없었는지.

처음에 총장직을 맡게되었을 때의 느낌은 그래도 포항공대라면 타 대학들에 비해 유연성이 있고 개혁이 비교적 쉽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막상 일을 맡게 되니 예상했던 것 보다 개혁에 대한 반발이 훨씬 큰 것이 어려운 점이었다. 특히 교직원 인사문제와 같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부분과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교육개선, 국제화 등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 때문에 업무추진이 쉽지 않았다.

-우리 대학의 도약과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건학이념과 목표에 충실하는 것이다. 나는 창립교수로 부임할 때부터 우리대학의 건학이념과 목표는 최단시일 내에 쉬지않고 노력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해왔고, 이의 실현에 전력을 다했다.
우리대학이 개교한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뤄낸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더욱 높고도 멀다. 제 2의 서울공대, 제 2의 카이스트가 되려고 했던 것이라면 우리학교가 만들어진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결코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혁저항적 타성이 자리잡기 전에 세계수준으로 가야한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자만하지 말고 건학이념에 따라 세계적인 안목에서 우수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최근 우리대학의 분위기를 보면 예전과 같은 도전정신이나 목표의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김을 많이 받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대학도 소위 ‘부잣집’ 대열에 합류한 것은 사실이다. 초창기에 아무것도 없을 때에는 학생들에게는 모두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 들어오는 학생들이 학력이라든가 자라온 환경이라든가 하는 측면에서 그때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만큼 초창기의 도전의식이나 의지는 절대 부족한 것 같다. 다른 구성원들도 기득권 세력에 편입할려는 유혹을 많이 느낀다고 보여진다. 학교가 질적, 양적 성장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은 이른바 ‘Growing Pain’을 겪고 있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를 잘 이겨내야 한다.

- 앞으로 대학 발전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대학 구성원들은 교직원, 학생 따질 것 없이 모두 우수한 인력들이다. 세계적 수준에서 우수해야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우수하다고 반드시 그 집단이 뛰어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각 구성원들이 모두 올바른 가치관과 최소한의 공통적 목표를 지녀야 한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우리의 존재근거인 건학이념과 목표를 확고히 하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과 연구를 실현해 나가야한다. 교육이나 연구는 결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되는 중, 장기적 플랜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또,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의 역할을 병행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교육이 중심이 된 연구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연구가 교육보다 우선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학교는 우수연구기관과는 분명히 달라야한다.

포항공대는 외형상으로는 작아도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안목에서 우수성을 추구해가야 하는 것이다. 기회의 균등성과 결과의 우수성에 대한 혼동이 있어서는 안된다. 구성원들은 강한 Leadership과 더불어 Fellowship을 갖고 협력, 협동해 나가야 한다. 세계 속의 포항공대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