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총장선출제도 진단
[기획취재] 총장선출제도 진단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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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따른 파장커도 대학으로선 불가피한 ‘이상한’상황
‘난산’이나 ‘옥동자’ 기대만큼 관련 규정 개선작업 이뤄져야

신임총장의 선임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 8월 18일로 제 3대 정성기 총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규정에 명시된대로라면 30일 전에 결정되었어야 할 후임총장이 정해지지 않아 정진철 부총장이 총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직무 대행체제라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직무 대행체제를 시행함으로써 당장의 행정 업무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지않고 있지만, 후임총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대학운영 전반에 걸쳐 사실상 ‘현상유지’라는 측면이 강할 수 밖에 없고, 구성원들이 이번 일로 가지는 역행의 부정적 요소까지 감안한다면 후임총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대학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신임 총장선임과 관련한 일체의 정보가 완전비공개였기에 후임 총장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접할 수 없었던 학교 구성원들은 갑작스런 총장직 이임 공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총장 선임방식은 지난 94년 김호길 총장님의 갑작스런 서거 직후 혁신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도입되어 지금까지 두 명의 총장을 선출해 왔다. 그런데 이번과 같이 신임총장 선임이 전 총장의 임기를 넘기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이런 초유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총장 선출 관련 제도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상당수의 대학들에서 총장 직선제의 폐단이 지적되며, 우리대학의 총장추천위원회 제도를 통한 총장 선임이 모범적인 대안으로 각광받기도 했으나 이 또한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제 2대 총장 선임 때부터 교수 이외의 직원, 학생들의 여론 수렴이 미흡하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었으며, 대학 측면에서 볼 때 총장 선임에 결정적인 영향력은 미치지 못하고 사실상 ‘추천’하는 것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총장추천위원회의 구성시기 등 사전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등의 의욕적인 출발을 했던 제 3대 총장추천위원회 활동도 이런 상황에서는 따지고 보면 ‘헛수고’가 되고마는 격이 되어버린 셈이다.

총장 선출 연기에 대해 총선위 측에서는 “훈시규정이므로 더 훌륭한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 하여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차기 총장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라도 제 기한에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훌륭한 총장을 뽑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정관에 명시된 ‘총장 선임 규정’이 절대적인 ‘규정’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조항들에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총장선임규정 6조 ①항, ②항에 의하면 총선위원은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법인이사 5인 내외의 인원으로 정하며, 필요시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법인임원 이외의 인사를 추가로 선임할 있도록 되어 있어 학내의 여론이나 분위기 수렴이 미흡하거나 자칫 무시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크다. 특히 총장후보자를 추천, 선임함에 있어 새로 개정된 부분(2001. 9. 13., 제 7조 3.)에서는 ‘필요시 총추위에서 추천한 총장후보자 이외의 인물을 추가추천’ 가능토록 되어 있어 총선위가 ‘총추위가 추천한 총장후보자가 3인 미만일 겨우 2인이내에서 추가추천’이 가능했던 개정전의 조항에 비해 구성원의 의견 반영의 폭이 제한되고 축소되었다.

총선위 및 총추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기밀누설금지나 공정성 유지를 위한 조항들만 강조되어 있을 뿐, 선임 과정에서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만들어져 있지 않아 각 위원회들의 올바른 역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선임 규정에 의한 각 위원회의 책임소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심지어는 한 나라의 헌법과도 같은 대학정관상의 규정이 ‘훈시규정’ 취급을 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총장 직무대행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당장은 총선위 측에서 선출을 연기한 책임을 확실히 하고 빠른 시일 내에 훌륭한 총장을 뽑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하지만 총장 선출이 이루어지고 난 후, 현재의 총장 선임 규정이 가진 문제점들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면 4년 후에 또다른 문제를 파생시키게 될 것이다. 후임 총장이 정해지면 무엇보다도 ‘총장 선임 규정’의 정관으로서의 위상과 규제력을 확실히 다지고, 현재의 규정이 가지는 허점을 고쳐나는 일에 온 구성원이 힘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