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엽 명예제도 준비위원장
[인터뷰] 이승엽 명예제도 준비위원장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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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작업이라고 포기하지는 않을 것’

지난 4월 초 각 자치단체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이후 현재 명예제도(Honor System)에 대한 홍보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명예제도준비위원회 이승엽 위원장(화공 00)을 만나 명예제도가 지향하는 바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 명예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국내대학 중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검토하게된 주된 이유는.
98년도에 서약서제도를 폐지하며 당시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학교 측에 명예제도를 시행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물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명예제도와는 약간의 개념상 차이는 있겠지만 당시 총학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여러 외국 대학들의 경우를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학교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 명예제도가 지향하는 바는 어떠한 것인가.
명예제도는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학생들 스스로의 다짐을 명문화한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업과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 전반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우리 학교 학생으로서의 명예를 지켜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 시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은 홍보단계이나 6월 들어서는 명예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학우들에게는 서명도 받을 것이다. 지금 계획으로는 이번 1학기 기말고사기간에 시범적으로 무(無)감독 시험이라든지 답안지에 서명 등을 통해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으려 한다.
그리고 학우들의 의견을 총학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렴하고 2학기에 채택하려 한다. 이러한 명예제도를 완성하기까지 외국 대학들은 몇 십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예제도준비위원회는 앞으로도 후배들이 명예제도를 잘 다듬어 나가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학우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아직 명예제도라는 것이 많은 학우들에게 생소한 개념일 것이다. 게다가 우리 나라의 사회적 분위기가 부정행위를 어느 정도 용인해주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당장은 이를 학우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설득을 통해 어느 정도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명예제도를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 명예제도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일부 학생들의 냉소적인 반응이 가장 무섭다. 명예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다수 학우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 나라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결국 명예제도의 필요성과 시행에 대한 공감대 도출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생으로서 학점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과목에 대한 지식의 이해도를 나타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점 때문에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버리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자존심을 위해 숙제를 베끼지 않음과 동시에 제출까지 포기하는 것은 명예제도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명예제도의 진정한 의미는 허용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라는 것을 생각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