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총장像] 교수
[내가 바라는 총장像] 교수
  • 김승환 / 물리 교수
  • 승인 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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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도약 일구어 낼 산파역 기대

이제 3개월 여에 걸친 총장추천위원회 활동도 끝나고 대학 구성원은 차분하게 새로운 총장이 선임되길 기다리고 있다. 여름이 끝나면 새 총장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산적한 대학의 난제들을 대학의 구성원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까?

현재 대학캠퍼스는 청암 학술정보관과 생명공학연구센터 건립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대학은 개교이래 연구성과, 연구비, 재정 및 공간 등 외형적, 양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으며, 아시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의 구성원들이 현 대학의 상황이 침체기라고 느끼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부터 4년 전 대학은 서명운동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가운데 새로 선임된 총장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였었다. 그 후 교수 정년보장, 연봉제, 노조, 무학과제도, 인문사회학부 개편, 학과담당제, 영어강의, POSIS 도입, 주차장, 연구원숙소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마다 큰 홍역을 치르며 학내 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학내갈등이 증폭되어 왔다.

그간 대학의 눈부신 외형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타 대학과의 상대적 경쟁우위는 점차 감소되고 있으며 국내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동기유발을 바탕으로한 대학의 산적한 현안에 대한 정책 수립과 이의 강력한 추진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느낌이며 구성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져 있음이 감지된다.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개교 초기의 공동체 의식과 일체감은 사라지고 있으며, 캠퍼스에 봄 향기는 가득하지만 ‘신바람’은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교 16년 - 대학 나이로선 아직 유아기에 지나지 않지만, 벌써 개교 초기의 도전과 모험정신은 사라지고 때이른 노령화에 의한 심각한 동맥경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인가? 마치 대학이 벤처 진화의 초기 진입기와 성숙기를 지나 벌써 마지막 단계인 ‘plunder phase’ - 순익이 나지만 제 살을 깎아 먹다가 자칫 망할 수도 있는 위험 한 시기 - 에 들어와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이러한 공동의 위기의식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제 2 도약의 필요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총장추천위원회에서도 제일 중요한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물을 찾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새로 부임하는 총장은 무엇보다도 창의적 비전과 모험정신으로 이 새로운 도약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 강력하게 추진하는 한편, 활력 넘치는 리더십으로 이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총장은 대학의 대표로서 당연하게 도덕성과 자기실천을 바탕으로 신뢰받고 존경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대학 행정 및 경영의 전문가, 학내의 다양한 의견의 조정자이자 추진력있는 리더로서의 경험과 잠재력을 보유하여야 한다. 그러나 새 총장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대외교섭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학교의 대외적인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재정 확충 및 재도약을 위한 사업 추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총장은 POSCO를 비롯해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더 나아가 정부의 올바른 과학기술 정책수립 및 교육제도 개선 등 국가발전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는 지식기반시대이며 세계화의 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포항공대도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세계적인 무한경쟁시대의 격랑 속에서 지적 우수성과 창의성에 기초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제적 연구 경쟁력의 강화를 추구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총장은 이에 따른 연구 우선 순위 선정, 재원 분배와 정책 수행과정에서 독단을 피하고 결단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해집단을 설득, 조정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이 쉴새없이 몰아치는 무한경쟁 과정에서 자칫 일부 기초과학 또는 비인기 분야 등 학내 그룹이 소외되기 쉽다. 총장은 풍랑 속의 ‘포항공대호’의 선장으로서 소외된 학내 그룹들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이들을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감싸는 인간애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또한 잘한 일에 대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다양하고 체계적인 사기 진작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새 총장은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토대로 한 투명한 학교행정과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로 대학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동기유발을 끌어내어 한 배를 탄 구성원으로서의 일체감을 빠른 시일 안에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대학 구성원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떠나서 새 총장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총장의 비전을 공유하고 힘을 모아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총장과 대학 구성원이 학교발전이란 공통의 목표를 위하여 각자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된다면 학내 역량을 결집하여 재도약을 이루는 것도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닐 것이다.

봄꽃이 만발한 캠퍼스에서 새 총장에 대한 기대가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새 총장이 대학 구성원의 다양한 바람을 어떻게 충족시켜 나갈 지 앞으로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제 새 총장이 부임하게 되면 그를 중심으로 대학구성원의 힘을 모아 제 2의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