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졸업요건 토플 550점 때문에 학위 못받는 수료자 대량 발생 우려
[학원기획] 졸업요건 토플 550점 때문에 학위 못받는 수료자 대량 발생 우려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1.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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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20일, 2001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 대상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학사모를 쓰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졸업예정자 227명 중 99명이 12월 현재, 졸업요건의 하나인 토플 550점을 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1월 19일과 2월 2일, 2번의 토플 시험이 남아있고 복수전공 등의 이유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졸업예정자의 43.6%가 졸업을 앞둔 현 시점까지 졸업요건의 하나인 토플 550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수치는 예년과도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토플 점수를 취득하지 못해 졸업할 수 없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던 작년의 경우에도 20명 밖에 되지 않았었다. 토플 점수가 졸업요건의 하나가 된 95학번부터 올해 졸업한 97학번까지 토플 550점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졸업을 못한 총 누적 학생 수도 ‘겨우(99명에 비하면)’ 13명이다. 졸업 예정일까지 550점을 못 넘을 경우 이들은 모두 졸업이 아닌 ‘수료’ 상태가 되며 이로부터 2년 이내에 토플점수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영원히 졸업장을 못 받게 된다.

우리 학교는 지난 95년 입학생부터 재학 중 토플 550점 이상을 취득하여야 졸업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많은 미국 대학의 입학요건인 550선을 넘어, 학생들이 국제화, 세계화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다양한 국내외 학술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토록 하겠다는 교육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타 대학들의 경우도 이의 필요성을 느끼고 갈수록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KAIST도 올해부터 토플 560점을 졸업요건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으며 서울대의 경우에는 일정 TEPS 점수를 취득한 경우에만 교양필수과목인 영어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플 점수를 졸업요건의 하나로 시행한 만큼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이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1년 동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포함 총 8회의 토플 시험을 시행하고 학기 중 영문강독, 영작문, 실용영어, 기술영어 등의 교과과정이 마련된다. 방학 중에는 PENDP 프로그램과 계절학기 영어수업(토플, 시청각 영어, 영어 회화)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웹도서관 자료실에는 vocabulary 학습 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학생들의 영어 수준이 향상되지 않고 오히려 토플 550점을 넘기지 못한 인원이 올해 들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몇 년 전부터 활성화된 병역특례(이하 병특)이다. 몇 년 전부터 병특이 활성화되어 우리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군대를 대신하여 병특으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하기를 원하고 있고 이에 따라 3학년이나 4학년이 끝날 때쯤까지도 졸업을 생각하기보다는 병특 자리를 구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병특 자리를 얻어 회사에 다니게 되어도 영어공부를 하기에는 회사 일이 바빠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병특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오면 졸업 때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고 영어 실력은 모자라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토플 점수의 유효기간이 2년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저학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하기보다는 대학원 입학 2년 전, 즉 3학년 때부터 또는 병특을 다녀온 뒤에 공부를 할 생각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영어 공부에 대한 경각심 부족일 것이다. 우리 학교의 영어 교육을 맡고 있는 조동완 교수(인문)는 “토플이 처음으로 졸업요건으로 정해진 95학번 학생들은 토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공부하여 대부분이 통과를 하였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학생들이 토플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 99년 계절학기 때부터 제공되어온 토플 특강도 처음에는 대략 100여명의 학생들이 신청을 하나 끝날 때 쯤에는 20명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고 학생들의 영어 공부에 대한 경각심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99명의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답은 ‘2번의 기회 안에 550점을 넘는 것’뿐, 다른 대안은 존재치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이에 인문사회학부에서는 이미 영어 I, II에서 작문실력을 요하는 CBT(Computer Based Test)에 맞추어 작문실력을 강조하고 있고 내년 가을 학기부터는 원어민 교수를 더 초빙하여 기존과는 다른 다양하고 깊이있는 고급과목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토플 특강을 내년 여름학기부터 3학점의 ‘실용영어I’의 이름으로 ‘강제성’이 있는 과목으로 바꿀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토플을 졸업요건의 하나로만 보기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재학 중에는 인식하지 못하고 졸업을 하고 나서야 영어의 중요성을 깨닫는 학생들이 많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토플 550점을 높은 점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동완 교수의 말을 학생들은 다시 한번 더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