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교육 진단] 3. 수강신청 무엇이 문제인가
[인문교양교육 진단] 3. 수강신청 무엇이 문제인가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1.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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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9일부터는 2002학년도 제1학기 수강신청이 시작된다. 이 날이 되면 ‘늘 그래왔듯’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하기 위해 밤을 새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통합정보시스템 포시스를 띄워놓고 수강신청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의 수강신청을 하기도 전에 포시스 다운이라는 ‘난적’을 만나 화를 참지 못해 이를 포스비에 털어놓으며 계속 시도하다 한참 후에나 겨우 포시스에 들어가면 이미 ‘인기과목’들은 정원이 꽉 차 더 이상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체로 이 ‘인기과목’들은 전공과목이기보다는 교양과목들일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우리는 스스로 다음 학기의 수강신청을 한다.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자신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자기가 선택한 학과에 맞는 과목의 지식을 넓히며 관심 분야의 공부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학생만의 특권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강신청 ‘권리’에도 불구하고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교과목으로 수강신청이 몰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학점을 잘 주지 않거나 과제물이 많은 과목은 피하곤 한다. 이는 지난 26일, 우리 학교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양강좌 선택시 주로 어떤 정보를 통해 결정하느냐는 질문에 강의주제 또는 강의 계획서를 보고 선택한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34%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기는 하였으나 이보다 많은 42%의 학생들이 선배나 동기의 조언을 듣고 선택한다고 답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학생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분야의 과목들이 학교요람에는 나와있으나 실제로는 개설되지 않거나 요람에조차 존재치 않아 마땅히 들을 만한 과목이 없기에 그나마 학점을 잘 주는 과목을 신청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양강좌의 수강 신청을 하며 우선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60%의 학생들이 개설 과목의 다양성 증대를 꼽아 대다수의 학생들이 현재 개설되어 있는 교양강좌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문제 또한 수강신청에서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많은 학생들이 밤을 새가며 먼저 수강신청을 하려는 이유도 바로 각 과목마다 정원제한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학교의 ‘소수정예교육’에 있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어서 무작정 정원을 늘리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설문에 응한 학생들도 정원제한을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가 46%, 정원제한 없이 모든 수강신청을 받아줘야 한다가 40%로 엇비슷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결국 과목들의 다양성 증대와 정원 제한 등의 문제는 학생들의 입장만을 고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00학번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커리큘럼에 따르면 우리 학교 학생은 최소한 29학점의 교양과목을 들어야 한다. 이 중 필수를 제외한 14학점 이상을 듣는 선택 과목들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불만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내년 1학기에 개설되는 선택 과목은 25개(필수포함시 총 49과목)이다. 매 학기마다 몇 과목이 새롭게 다른 과목으로 대체되는 것까지 생각하면 그리 적지 않은 숫자이다. 이에 대해 인문사회학부 학사위원회 주무교수인 김정기 교수는 “앞으로도 지금의 과목들에서 몇 과목은 더 추가될 수 있다. 내년에는 ‘영상과 문학’, ‘한국고전문학’등의 과목을 추가시킬 방침이며 지금까지 서양음악만을 다뤘다는 의견이 있어 국악에 대한 과목도 개설할 생각이다”며 “앞으로는 각 주요과목들의 전임교수들을 확실히 정하고 ‘음악’등 우리 학교에서는 전임교수를 두기에는 무리인 과목들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강사들을 초빙하여 질 높은 수업을 만들어나갈 계획이고, 인류학 등의 과목들은 매년 개설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최소한 1~2년에 한번씩은 개설시키도록 할 것이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원 문제 또한 인문학부 내에서 어느 정도의 방안을 마련해 두었다. 현재 필수 과목들은 이미 필요로 하는 학생들은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정원이 정해져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선택 과목의 경우인데 매년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일본어초급 등의 수업은 분반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으며 매학기 시간표가 달라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없다는 의견에 따라 되도록 시간이 고정되어 있는 고정강의제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김정기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학교의 정원 제한은 보다 질 높은 수업을 위해서이다. 수강신청시 정원제한 없이 받아들이는 방안은 이에 따라 강사를 구하고 분반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칫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수강정정 기간 중 많게는 50%까지 학생들이 바뀌는 현실에서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결론적으로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제도에 대해서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55%로 17%의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학생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주된 이유인 선택할 수 있는 과목들의 다양성 부족과 정원 문제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학생들이 생각지 못했거나 어느 정도의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여러 의견을 인문학부에 제안한다면 최대한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김정기 교수의 말과 같이 인문학부 자체의 노력과 이에 호응할 수 있는 학생들의 노력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