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토대장정 참가 고재필 학우
[인터뷰] 국토대장정 참가 고재필 학우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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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필 /수학 2 (휴학중)
이번 여름, 많은 대학생들이 참가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워하는 제 4회 국토대장정에 우리 학교에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한 명의 학생이 있다. 여수부터 임진각까지 672.5km이라는 거리를 온몸으로 체험한 고재필 학우(수학 2, 휴학 중)가 바로 그 주인공. 그를 통해 이번 국토대장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친구 중에 지난 해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며 꼭 참가해 보기를 권유했었다. 국토대장정 신청을 받기 시작했던 올해 봄 쯤 여러 고민이 있어 이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도 참가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국토대장정을 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온 몸으로 느낀 우리 나라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여수, 그 명성만큼 우리를 고생시켰지만 시원한 그늘,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맑은 계곡 물을 제공했던 지리산, 구불구불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산들을 가지고 있던 무주, 우리 민족의 아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노근리, 폭우 속에 지나가야 했던 팔당댐, 그리고 눈물의 임진각. 산, 강, 바다, 하늘걖?이 모든 자연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속에 더 아름다웠던 것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인정이 남아있고, 베풀 줄 아는, 위로할 줄 알던 모습. 그리고 함께 서로를 도와가며 나아가던 우리의 모습, 이 모든 모습들이 합쳐진 풍경은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너무 아름다웠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아름다웠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다. TV에서 볼 땐 개나리 봇짐 같아 보이던 배낭과 텐트의 무게는 삶의 무게라고 느껴질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첫날부터 생기기 시작한 물집은 마지막 날까지 없어졌다 생기기를 반복하며 우리를 고생시켰다. 발톱이 빠진 경우도 있었고, 발목, 무릎에 무리가 가서 압박붕대를 감은 모습 역시 흔히 볼 수 있었다. 쨍쨍 내려쬐는 한여름의 태양과 아스팔트 열기, 올 듯 안 올 듯 하다 옷만 적시고 우의를 입으면 멈춰 버리는 야속한 비 역시 우리의 몸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걸어서 들어가면 주어지는 샤워 시간은 딱 10분. 그나마 처음 며칠 동안은 샤워시간이 5분이었었다. 가끔 폐교에서 자거나 물 사정이 좋지 않은 학교에서 자는 날이면 씻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렇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걸을 때의 육체적 고통은 걷는 동안 그리 큰 짐이 되지는 않는다. 물집, 관절 등등 모두 10분만 참으면 그 고통은 잊을 수 있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다가 보면 어느새 휴식지. 하지만 마음이 힘들면 그 땐 쓰러지고 만다. 의지가 약해지면 짐이 아무리 작아져도 누군가가 끌어준다고 해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럴 때 옆에서 그 고통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대장정은 힘들지 않았다. 공통점 하나 없이 살아왔건만 대장정이라는 이름 아래 친구가 되어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국토대장정이 끝난 지금의 심정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꿈만 같다. 내가 두 발로 672.5km를 완주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새벽이 되면 침낭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아기염소 노래에 맞추어 체조를 하며 몸을 풀어야 할 것 같은데, 임진각에 도착해 망향단 앞에서 해단식을 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국토 대장정은 끝이 났지만 내 마음속, 생활 속에서 젊음의 축제인 국토 대장정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