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지도교수제도
[학원기획] 지도교수제도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1.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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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지도교수가 배정되어 있
다. 각 과마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현 3학년까지는 대체적으
로 입학할 때 정해진 지도교수가 바뀌지 않고 졸업할 때까지
이어지며 2000학번부터 뽑혔던 정시생들도 2학년이 되면 모
두 자신의 과 지도교수가 정해진다.

지도교수제도는 학생들이 교수와의 상담과 대화를 통해 올바
른 대학 생활을 향유하고 진로 문제 등의 여러 문제에 도움
을 받을 수 있도록 개교 초부터 시행되어 왔다. 이를 통해 교
수와 학생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며 다른 대학에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소수정예교육을 구현하는 밑바탕을
이루었다. 요즘은 그 관계가 예전에 비해 벌어지긴 하였으나
아직도 ‘지도교수 사단’이 형성되어 지도 교수가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지도교수 아래 지도선배들이 후배들을 좀
더 챙겨주는 등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도 한다. 이렇게 지
도교수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교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시
킬 수 있고 유학 등 여러 학업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졸업논문
이나 연구 과제 등에 있어서도 지도교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타 대학에도 존재하는 지도교수제도가 우리 학교에서 이렇
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은 ‘소수 정예’라는 우리 학교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교수대 학생
비 (6:1)에서 알 수 있듯이 적은 수의 학생을 지도학생으로 두
면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
이다. 타 대학의 경우 지도교수가 있다 치더라도 워낙 많은
지도학생 수 때문에 지도교수제도가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
다.

그러나 이렇게 타 대학의 ‘형식적’인 지도교수제도가 우리 학
교에서는 너무나 ‘실질적’이기에 여러 폐단이 발생하기도 한
다. 휴학, 전과, 자퇴 등 학업과 관련한 주요 변동사항에 대해
서는 지도교수의 승인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도교수가 승낙을 해주지 않으면 학생은 큰 ‘낭패’를 겪는 일
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도교수의 승인이 없어 휴학이
나 전과를 하지 못해 자신의 인생계획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전과 시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승인 때문에 애를 먹는 경
우가 자주 생긴다. 지도학생이 전과를 하려는 경우 지도교수
의 입장에서 쉽게 승인을 해주지 않는데 이 경우 학생 입장에
서는 막막해 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2000학번부터의 정시입
학생들의 경우, 과 배정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과로 배정
을 받은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이 문제가 불
거질 가능성도 크므로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고민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8년 미국에서는 하버드대학원 화학
부 박사과정 5년차의 학생이 “교수들이 대학원 학생들의 삶
에 너무 많은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며 “인간적 속박을 강요
하는 지도교수제도 대신 지도교수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
는 유서를 남긴 채 극약을 먹고 자살을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
기도 하였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총학생회에서는 전과를 하는데 지
도교수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도록 학교측에 정식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해답은 교수, 학생의 올바른 자
리 찾기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사실 개교 초기에 비해 각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 등의 활동
에 따라 바빠지고 대학원 지도학생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게
되어 학생들에게 예전에 비해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많
다. 지도교수는 초겵?고등학교의 담임선생님이 그러하듯 대
학교 교육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학생들에게 학업뿐만 아니
라 인성을 길러주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 또한 학기 초,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사
인을 받거나 의례적으로 스승의 날에나 한번 꽃을 들고 찾아
가는 존재로 교수를 인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조
언을 구하는 등의 진정한 스승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