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영어교육의 새로운 접근 - Extensive Reading 3
POSTECH 영어교육의 새로운 접근 - Extensive Reading 3
  • 권수옥 / 인문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0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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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CHIAN의 영어실력 향상은 POSTECH 국제화의 지름길
3. 어학센터 영어도서관의 설립

1. 그저 영어책만 읽었을 뿐인데…
지난 두 호에서는 언어습득 이론의 관점에서 성인학습자의 영어 학습에 있어서의 한계와 input exposure의 역할을 설명하고, 최대한의 input exposure를 확대하는 방법의 하나로 문학작품 즉 영어소설 읽기를 통한 Extensive Reading의 필요성을 다루었다. 이번호에서는 이를 위한 하드웨어인 POSTECH 어학센터(POSLEC) 영어도서관(무은재 429호)의 설립배경과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평소 문학 중심 접근법의 영어교육에 관심을 두고, 필자의 수업에 미국 청소년 문학작품에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Newberry award를 받은 Chapter book들 중 적절한 몇 작품을 골라 부교재로 써오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읽기능력뿐만 아니라 말하기와 쓰기 능력도 향상되었다는 말과 더불어, 무엇보다 영어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몇 명의 학생들은 수업을 들은 후 그때까지 고전하던 TOEFL 졸업요건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따로 문법공부를 하지도 않았는데, 읽어가는 중에 시험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이 보였다고 했다. 또한 reading comprehension part도 예전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ER을 통한 통합적 영어교육의 산물로 어휘겧??등 전반적 영어실력의 향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어떤 학생은 성적을 잘 받으려고 영어책을 읽었는데, 어느 순간 외국어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는 재미에 빠졌고, 그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인생관이 변화되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인생관이 변화되다니 이 얼마나 엄청난 말인가!

그 즈음 필자는 필자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POSTECHIAN 전체에게 좀 더 체계적으로 Extensive
Reading의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난제가 있었는데, 우선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첫째,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 부분은 거의 필자가 해결할 수 없는 일처럼 보였다.

둘째, 읽기를 통한 통합적 영어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우선 교수 자신이 ER 프로그램의 성격을 이해하고 많은 작품을 읽은 후, 문학작품을 어학학습에 효율적으로 접목하는 교수법을 개발하고, 이를 수업에 흥미 있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현재 POSTECH 영어 프로그램의 원어민을 포함한 8명의 교수가 자신의 수업에서 ER을 실시할 수 있도록 in-service teacher training을 실시해야 한다. 이 부분은 첫 번째 조건만 현실화되면 별 어려움이 없어보였다. 왜냐하면 필자가 경험을 이용하여 두 번째 조건을 서로 공유하게 되면 더 나은 방법의 개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 역시 POSTECH이야!
결국 가장 큰 난제는 첫 번째 조건의 해결책이었다. 성급한 독자들은 그 문제가 풀렸으니 지금 이렇게 기사가 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할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작년 여름 일본에서 열렸던 Asia TEFL(Teach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conference였다. 그 학회에서 필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무한 Extensive reading이 일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며, 학문적 연구도 많이 성취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러 학자들의 발표와 워크숍을 통해 ER을 실시하기 위한 책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떤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떤 학습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한·중·일 세 나라 중에 일본인들이 영어를 제일 못한다고 우리 스스로 자위를 하더라도 다른 여러 분야에서처럼 그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나가고 있었다. 언어학을 전공한 필자로서 궁금하게 여기던 세계적인 언어학자 중에 일본사람은 다소 있으나 한국인은 거의 없는 것이 아마 영어교육의 차이점에 그 기원을 둘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별 상관성이 없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2만 5,000권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장서를 구비한 후쿠오카의 작은 사립대인 Seinan Gakuin대의 교수가 들려주는 워크숍 듣고 있자니 바로 저 방법을 우리대학에도 실시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동시에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어떻게 재정을 확보하지? 아이디어는 있으나 구체적인 절차와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었다.

필자는 평소 어떤 분야든지 (아무리 추상적인 학문분야라도) 발전을 하려면 돈을 부으면 된다는 믿음 내지는 확신(?)을 갖고 있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자면 그에 따르는 투자가 필수인 것이 이번에도 증명이 된 셈이었다. “역시 POSTECH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돌아와서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기획예산처에 어학센터의 운영자금 중에 1,000만원 정도를 영어 도서관 설립에 쓸 수 있도록 부탁을 했더니 바로 결재가 떨어져 한 달 안에 도서를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가을학기동안 자료정리를 마치고 겨울방학 때 필자의 계절학기 수업을 통해 시범운영을 한 후, 금번 봄학기부터 Eng I~Eng IV을 듣는 2007학번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현재 ER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학기말 즈음 학생들의 평가를 조사하여 향후 프로그램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 자리를 빌어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에 부담감을 느꼈을 텐데도 열린 마음으로 POSTECH 영어교육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동참하고 있는 영어 담당 동료 교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에 대해 다른 대학의 동료교수는 자기네 대학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하기 힘든 일일 것이라고 넋두리를 했다. “역시 POSTECH이야!”

3.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그러나 1,000만원은 영어 도서관을 구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현재 구비된 장서가 1,500여권 정도인데, 앞서 말한 일본 대학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그들처럼 모든 책을 다섯 권씩 구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나마 학생들이 많이 빌려가는 책들만이라도 권수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독립채산제인 어학센터의 재정상황상 향후 추가 도서구입에 대한 재정확보는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ER이라는 구슬을 꿸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찾는 것이다.
교내에서 영어도서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역시 POSTECH이야!”하는 외침은 다시 한 번 쉽게 나오리라 생각한다.
POSTECHIAN의 영어실력 향상은 POSTECH의 국제화를 앞당기는 첩경중의 하나라고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쪼록 포항공대신문이 교내 구성원들 모두가 보는 신문, 특히 학교 정책 입안자들이 즐겨 읽는 소식통중의 하나이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