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학 소개]혁신적,창조적 금융 상품 개발하는 학문
[금융공학 소개]혁신적,창조적 금융 상품 개발하는 학문
  • 이재욱 / 산경과 교수
  • 승인 200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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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학 전공자 보수 MBA 출신보다 높아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하고 이를 가공 생산하는 수출 기업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기업은 수출대금을 달러겴??엔 등의 외화로 받게 되는데, 이 때 원화로 환산된 수출대금은 환율이 변할 때마다 늘어나거나 줄거나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 또 원자재 수입 원금과 이자 역시 외화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환율 변동에 의해 부채가 늘어나거나 매출이 줄어드는 위험을 환위험이라고 하고, 이러한 환위험은 환옵션의 매수 또는 매도를 통해서 헷지(hedge)할 수 있다.
 그동안에는 이런 환옵션 거래를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고, 당시 많은 국내 기업들은 환위험 헷지라는 개념조차 몰랐다. 지금도 상당수의 국내 기업들이 환율이나 금리변동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고, 국내 모 대기업의 경우 외국계 금융기관과 옵션 거래를 하다가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역 규모가 전세계의 10위권에 드는 만큼 글로벌화 과정에 있어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환옵션과 같은 금융공학기법 지식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1. 금융공학이란
금융공학이란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기존의 금융상품을 요소 별로 분해한 다음, 분해된 각 요소들을 재결합하여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학제적 접근법’ (Coopers & Lybrand, 1993)이라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단지 금융 전반에 대한 지식 외에도 고도의 확률,통계 등의 수학적 기법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뮬레이션, 최적화 기법과 같은 여러 가지 방법들이 총동원된다.
2. 파생상품과 위험관리
 파생상품의 종류는 선도,선물,옵션,스왑처럼 기초 금융자산(주식,이자)에 의존하는 상품에서부터 스키장에서 내리는 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옵션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만약 한 투자자가 POSCO 주식을 다량 갖고 있어 POSCO 주가가 어떤 가격 이하로 떨어져 자신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 이 때 주식 보유 수량만큼의 풋옵션(어떤 주식을 주어진 만기일에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구매하면 그 가격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자산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되고, 상승 시에는 풋옵션을 행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가 상승의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 설사 해당 풋옵션이 없더라도 다이나믹 헷징(Dynamic Hedging) 기법을 이용하여 풋옵션을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를 어느 정도(세금겮,수수료 등의 영향이 적을 때) 볼 수 있다.
 파생상품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위험관리이다. 베어링 은행이나 오렌지 카운티의 파산사태에서 보듯이 위험관리를 고려하지 않은 부주의한 거래 한 건이 치명적인 금융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공학자들은 위험관리에도 능력을 발휘하는데, 시장변수들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때(예를 들어 1% 이내) 입을 수 있는 최대손실을 측정하는 정량적 수단인 VaR(Value-at-Risk) 또는 C-VaR(Conditional VaR) 등을 이용해 최대손실 예상금액을 산출하고 적용함으로써 딜러(또는 트레이더)들이 정해진 기준을 벗어나 지나치게 위험하게 거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금융공학이란 용어도 1980년대 중반 영국의 투자은행들이 기업의 위험노출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험관리 전담부서(middle office)를 만들면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3. 앞으로의 전망
월스트리트에 금융공학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대략 1980년대 중반으로, 당시 전문화된 금융공학 프로그램이 대학에서 제공되지 않았고 아직 학문적으로도 생소한 시기라 수학,물리학 석,박사 출신들의 진출이 두드려졌다. 이들은 약간의 파생상품에 대한 사내 교육을 이수한 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실제 금융거래는 물론 헷징과 새로운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였다. 그 당시 현업 종사자들은 학계에서 발표된 결과를 이용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더 복잡한 모형을 설계하고 이를 이용하여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놓게 되었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는 오히려 학계의 발전을 추월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80년대의 주식연계위주의 파생상품에서 벗어나 90년대에는 더욱 복잡한 금리모델을 이용한 파생상품이 개발되었는데, 이러한 상품들은 체계화된 금융공학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현장에 와서 습득하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였다.
 이러한 금융업계의 필요(Needs)를 충족하기 위하여 90년대 중반 코넬,CMU,컬럼비아,MIT,스탠퍼드,버클리,NYU 등의 명문대학원에서 학제적(산업공학,경영학,수학,컴퓨터과학 금융공학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학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금융권 기업에서 전반적인 금융 지식이 없는 수학,물리학,공학 석,박사들을 고용하였을 때 금융업 전반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는 비용을 덜어준다는 점과, 학생들에게 현장에 곧바로 쓰일 수 있는 실전 교육을 대학에서 제공하여 취업의 기회를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기업과 학교 모두에게 윈-윈(Win-Win) 전략이었다. 최근의 한 미국 경제 신문에서 미국 경기의 전반적 약세에도 불구하고 금융공학 전공자의 취업률과 보수가 일반 MBA나 다른 전공자들보다 훨씬 높다고 보도된 사실은 우리처럼 이공계 중심대학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한편 지난 몇 년간의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적인 금융공학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KAIST 금융공학 전문대학원이 올해 재정경제부의 지원으로 설립되어 전문적 금융공학 교육을 담당하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앞으로 우수 이공계 대학에서 학제적 금융공학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보다 특성화된 교육과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기를 바란다.
 금융공학은 특성상 학제적 연구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그동안 수학,통계학,물리학,산업공학,경제학,경영학,컴퓨터공학,전자공학,기계공학 등의 다양한 기술들을 빌려와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공학 분야는 학문적으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오히려 고등 금융공학에서 쓰이거나, 개발된 방법들이 다른 학문 영역에도 응용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기 위해 많이 연구되었던 이차형 최적화 알고리즘이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야에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지지벡터기계(SVM)의 핵심 모듈로 사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앞으로 이러한 예는 점점 많아지고, 금융공학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명문 프린스턴 대학이 금융공학과를 만든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
 파생상품 시장은 동북아 금융 허브를 꿈꾸는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영역이고 또한 많은 금융공학자들이 필요한 분야이다. 금융기관들마다 최고급 인재들을 동원해 앞다투어 이 블루오션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에는 기회가 넘쳐나지만 그만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첨단 금융기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향후 보다 많은 금융공학자들이 국내에서 교육,배출되어 동북아 금융허브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