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엽줄기세포 확보와 다량의 증폭기술 관건
간엽줄기세포 확보와 다량의 증폭기술 관건
  • 송창훈/조선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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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보관겙桓츃운용 등 국가차원 종합관리시스템 필요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의 갑작스런 타계소식을 접하던 무렵 우리는 그렇게 기다려 왔던 임상시험 시술을 하였다. 그러니까 2004년 10월 12일, 그 날은 척수손상에 대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이 처음 이루어지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수술팀이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가면서 우리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죽음을 못내 애석해 하였다.
필자가 처음 제대혈 줄기세포의 임상적인 응용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은 2002년 1월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하는 임상교수, 더욱이 산과학을 담당하는 터라 탯줄혈액에 대한 애착은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탯줄은행을 만들고자 힘을 모으고자 했으나 당시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장비며 시설도 문제였고, 인력과 기술은 더욱 문제였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대학의 해부학 교수님 한분이 미국에서 사람탯줄혈액을 이용하여 쥐의 척수손상치료에 관한 연구를 하고 돌아온 것이다. 나는 그 분이 귀국하자마자 공동연구를 제안하였고, 탯줄혈액으로부터 단핵세포를 추출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후 1년 동안의 연구에서 우리는 사람의 탯줄혈액에서 유래한 단핵세포가 손상된 쥐 척수에 가서 착상할 뿐 아니라 운동능력의 회복에 있어서도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임상시험 너무 많은 시간 들고 과정 복잡
탯줄혈액에서 추출한 단핵세포가 손상된 척수신경의 재생에 관여한다면 이는 탯줄혈액 내에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말인데, 문제는 탯줄혈액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필요한 양 만큼 증폭시키는 기술이 관건이었다.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2003년 3월경만 하더라도 아직 탯줄혈액으로부터 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하였다는 연구보고가 희귀하였던 때였다. 그런데 국내 한 제대혈 회사 연구팀에서는 2003년 중순부터 제대혈로부터 간엽줄기세포를 확립하였고, 당시만 해도 아직 제대혈 줄기세포 분리기술을 확립하지 못한 필자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추진하였다.
2003년 추석이 다가오던 어느 날 임상시험을 추진하였다. 그런데, 난관에 부딪쳤다. 병원 내 임상시험윤리위원회의 승인도 어려웠지만, 안전성검사, 유효성 및 독성 검사 등의 전임상 연구를 거친 후 식약청의 승인을 얻어서야 비로소 임상연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임상시험이라 하는 것이 그토록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어렵고 복잡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임상시험의 거대한 장벽 앞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설상가상으로 탯줄줄기세포의 임상시험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불법 임상시험을 했다느니 하는 신문기사에 병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임상시험에 자원한 다섯 분의 후보자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머물러야 했다.
사회적 이슈가 된 불법 임상시험의 논란은 다행스럽게도 식약청에서 법안을 개정함으로서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연구자들의 연구를 돕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치료의 길을 열어주고자 줄기세포 연구에 한하여 연구자 임상과 응급임상이라는 예외 조항을 만들게 됨으로서 드디어 합법적인 제대혈 줄기세포 임상시험이 가능해졌다. 2004년 10월 12일, 우리는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를 척수손상(T11/12 : Thorasic vertebra의 약자로서 흉추 11번과 12번을 말함)된 여성환자의 척수내로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행하였다. 임상시험팀에 참여한 여섯 명의 의료진은 큰 기대감 없이 환자의 손상된 척수내로 제대혈로부터 얻은 간엽줄기세포를 주입하였다. 그런데, 환자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을 보였다. 감각 및 운동유발전위검사(SEP,MEP;sensory & motor evoked potential)상 점진적인 호전양상을 보이더니 드디어 수술 후 55일째 감각신경은 T11에서 L2까지 호전을 보였고, 운동신경은 T9에서 L1(Lumbar vertebra의 약자로서 요추 1번을 말함)까지 호전된 것이 확인되었다. 환자의 주관적인 감각 및 운동기능의 변화 또한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한 명의 환자에게서 얻은 임상결과라는 점과 환자의 척수신경 내에 어떤 변화에 의한 현상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 사례는 최종 판단에 충분히 신중을 요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척수신경의 손상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재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동안 신경재생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한 번 손상된 척수신경을 회복시킨 사례는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례는 의의가 있음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필자의 연구 팀에서 시행한 척수손상 환자에 제대혈 줄기세포의 임상사례는 이후 국내 여러 연구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줄기세포 임상연구의 기폭제가 되었다. 현재, 식약청의 허가를 얻어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주로 골수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척수손상 환자와 뇌경색 환자에게 적용하는 연구가 있고,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척수손상 환자에게 적용하는 연구,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망막색소상피증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일명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제대혈 간엽줄기세포 임상시험, 버거씨 병에 대한 제대혈 간엽줄기세포 임상시험을 비롯하여 다양한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의 임상적 효능을 연구 중에 있다. 특히 최근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를 척수손상환자에게 이식한 두 번째 임상시험이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수행되었는데, 수술 후 50 여 일째 환자의 상태는 호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척수신경손상에서 제대혈 간엽줄기세포의 효능에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척수손상 환자 임상사례 기폭제 역할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금년 초부터 제대혈 및 골수로부터 간엽줄기세포를 확립하여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병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네 명의 척수손상 환자에 대하여 간엽줄기세포 임상시험이 이루어졌다. 이중 두 명은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였으나 그 중 한 명은 척수강 내의 뇌척수 액에 세포를 주입하였고 한 명은 척수신경 내에 주입하였다. 나머지 두 명은 골수 간엽줄기세포를 사용하였다.
제대혈 간엽줄기세포에서 골수 간엽줄기세포로 세포를 바꾸게 된 배경은 제대혈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혈을 이용한 세포치료는 HLA(Human Lymphocyte Antigen 으로 조직 적합성을 평가하는 항원체계)를 맞추어서 환자에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수의 제대혈 보관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 제대혈 은행은 영리목적의 회사들로서 아직 보유하고 있는 제대혈의 공유 및 자원화가 원활치 못하다. 따라서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를 분리해내는 기술을 확보한다고 해도 제대혈 은행을 운영하지 않는 한 제대혈을 임상에 활용하기가 어렵다.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는 조직적합성 즉, HLA를 맞추어야 하는 점이 있긴 하지만 분화능이라든지 실제 임상적 효능 면에서 골수 줄기세포보다 장점이 많다. 아무튼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앞으로 척수손상 환자 및 심근경색, 뇌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는데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간엽줄기세포 분화 등에 대한 기초 연구 절실
첫째, 제대혈 간엽줄기세포의 분리와 증폭에 따른 효율문제이다. 골수 간엽줄기세포는 분리 및 증폭 기술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나,지금까지 제대혈로부터 간엽줄기세포를 분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학자들이 제대혈로부터 간엽줄기세포를 얻을 수 없다고 보고한 사례가 말해 주듯이 제대혈 간엽줄기세포가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또한 얻어진 간엽줄기세포라 하더라도 충분한 양을 증폭시켜 얻는 일 또한 단순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제대혈로부터 간엽줄기세포를 얻고 충분한 양으로 증폭하는 기술이 확립되어야 한다. 필자의 연구팀에서도 제대혈 간엽줄기세포를 분리하여 증폭하고 있는데, 우선 분리 성공률을 높여야 하고, 계대배양을 진행하여도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 최상의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일이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둘째, 제대혈 은행을 구축하는 문제이다. 이미 국내에는 여러 제대혈 은행이 활동하고 있으나, 제대혈 보관, 관리, 운용 면에서 향후 국가적인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간엽줄기세포의 분화능에 대한 기초연구이다. 간엽줄기세포의 체내에서의 기능과 체외에서의 기능에 대한 연구라든가 작용기전, 간엽줄기세포의 착상능, 체내에서의 생존율, 분화기전 등이 밝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가 체내에서 원치 않는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지, 종양발생은 없는지 등의 문제가 확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포내 유전자 연구 및 단백질 연구자 등 다양한 기초분야 연구자들과 공동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국내에서 세포치료제로 개발 중인 간엽줄기세포는 줄기세포 스스로가 인체 내에서 알아서 분화하고 치료효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일차원적인 개념의 세포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줄기세포 임상연구 역시 체내에 이식한 줄기세포가 알아서 손상된 부위의 세포로 분화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이미 줄기세포를 이식한 환자들에게 종양발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좀 더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많은 부분에서 연구가 필요한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제대혈 및 골수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경쟁은 치열하다. 그동안 불치 혹은 난치병으로 알려진 뇌경색, 치매, 루게릭, 근육병, 척수손상 등에 대한 치료가 조만간 가능하리라는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분명히 의학계의 놀라운 변화요, 새로운 가능성의 출현이다. 줄기세포분야의 연구가 인접분야의 연구와 연계되고, 줄기세포의 비밀이 밝혀진다면 인류의 오랜 숙원은 한발짝 앞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