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이식 한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동종이식 한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 선경 / 고려대학교 흉부외과 교수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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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 확산··· 면역방어체계 극복과 질병 가능성 차단이 숙제
생명장기가 망가져서 일상적인 약물이나 수술치료가 불가능해지면 시한부 삶만을 보장받게 된다. 이에 대한 현재까지 최선의 치료는 장기이식이다. 이식에 사용되는 장기를 자가(自家), 동종(同種), 이종(異種), 인공(人工) 장기로 나눌 때, 흔히 말하는 장기이식은 인체에서 때어내는 동종 장기이식을 의미한다. 장기이식의 결과는 훌륭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 부족한 것이 결정적인 한계이다.

국내 심장이식의 예를 들면, 연간 10~20건의 뇌사자 심장기증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연간 심장사망(25000여명)에서 예상되는 심장이식 수요에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대기자 명단에 등록된 환자 중 1/10 정도만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말기 심장병의 여명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환자는 애타게 심장이식을 기다리다가 결국 사망하게 된다. 현재의 제공자 부족현상은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방안이 없다. 따라서 심장이식의 대안은 반드시 제시되어야 하며, 특히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생명과학자들의 의무이며 소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기계식 인공장기에 대비하여 생체를 이용하여 제작하는 바이오 인공장기(bio-artificial organ)라는 개념이 회자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님의 바이오 이종(異種)장기로서, 형질변형 돼지로부터 인간을 위한 심장, 간, 콩팥과 같은 생명장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면역방어체계를 극복하는 문제와 이종개체 사이에 전파될 수 있는 질병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으나, 언젠가 이런 문제들이 극복되어 실제 임상에 적용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현대의학의 치료기술이 대부분 망가진 장기를 수리해서 사용하는 개념인 것을 고려할 때, 거부반응과 이물반응이 없는 생체장기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공급되고 그것으로 망가진 장기를 완전히 교체할 수 있다면···질병극복과 장수라는 인류의 꿈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상상 자체가 즐겁지 아니한가.

이식(移植)이란 말을 그대로 해석해 보면 ‘옮겨 심는’ 행위이다. 다시 말해 장기이식은 다른 생명체의 장기를 떼어내는 행위와 인체에 옮겨 심는 행위가 복합된 것이다. 따라서 장기이식은 생명윤리와의 조화로운 만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인공장기는 도덕적 윤리적 압박을 가장 적게 받기도 한다. 재미있게도 영어표현을 보면 자가, 동종, 이종장기 이식의 경우는 transplantation이라 하고, 인공장기 이식은 implantation이라고 한다. 아마도 trans-라는 의미에는 ‘옮긴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인공장기는 현재까지 임상에서 동종이식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전통적인 기계식 인공장기의 경우 금세기에 눈부시게 발전한 전자기계 및 생명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체에 필적하는 기능과 생체적 합성이 보증되고 있다. 그 중 인공심장은 2001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최대 과학기술의 하나로 인정받은 바 있다. 국내의 인공장기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학문적 및 산업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예측한 미래 10대 기술일 뿐 아니라 국가가 지정한 차세대 10대 동력산업의 하나이다. 인공장기 연구 분야는 현재의 기계식 인공장기와 미래의 바이오 인공장기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들어 의료·보건·바이오산업화가 화두처럼 들리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건복지 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보고하였다. 세부 이행과제는 “BT 중심의 차세대 보건산업 육성, 의료서비스 산업화 촉진, 한의약 산업 활성화, 고령친화산업 육성 기반 구축, 보건복지분야 일자리 창출” 등이다. 말 그대로 이루어만 진다면 앞으로 BT 분야가 IT분야처럼 발전하고, 바이오산업이 앞장서서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때 반드시 유념할 것은, 바이오 기술은 성능이 확인되면 즉시 산업화가 가능한 IT기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오 기술은 그 결과물이 대부분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의료를 포함한 바이오 분야는 핵심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이후 임상시험 단계가 복잡하고, 안정성을 인증받는데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훌륭한 바이오 기반기술 중에 안정성 인증을 거쳐 제품화 되고 시장에서 살아남아 산업화에 성공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따라서 바이오 R&D는 산업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바이오 산업화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그것은 ‘의학과의 접목을 통한 신의료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경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의료기술은 신치료기술과 신진단기술, 신예방기술, 신재활기술 등을 포함한다.

바이오 산업화를 위해서는 생명과학·공학·의학의 조화로운 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가 의료·보건·바이오 산업화 의지를 표명하는 고무적인 시점에서, 우리 연구자들은 슬기로운 만남을 통해 다양한 신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 경쟁력을 가진 요소에 민간기업이 투자를 시작하여 제품화에 성공하면 현실적인 바이오 산업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서로 다른 학제 간의 만남은 어떤 영역에서건 폭발력을 갖는다. 한국인공장기센터는 그 만남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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