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전자) 교수 인터뷰- “대학 전통, 정체성 확립 위해 오히려 한글 명칭 장려해야"
장수영(전자) 교수 인터뷰- “대학 전통, 정체성 확립 위해 오히려 한글 명칭 장려해야"
  • 김주영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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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서 현재 추진 중인 UI 사업에 대한 입장은

현 대학 심볼마크에 적힌 ‘포항공대’를 지우고 ‘POSTECH’을 넣으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내에서는 ‘포항공대’, ‘포항공과대학교’가 가장 잘 통용되고 있는데 이것을 굳이 바꾸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해외의 많은 대학들은 전통을 존중하여 설립 당시의 명칭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200년의 전통이 있는 프랑스 Ecole des Mines(광산 대학)는 설립 당시 광산 관련 공부를 가르쳤으나, 현재에는 광산학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예전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북경대학교도 Beising University라고 명칭을 바꾸어야 하나 예전의 Pecking University란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으며, 칭화대학교(Tsinghua University)도 마찬가지이다. 개교한 지 20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 명칭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변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UI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며 내실에 더욱 힘을 쏟을 때라고 생각한다.

- 우리대학이 ‘포대’, ‘포공’, ‘포항공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것이 불만이라는 의견이 있다. 약칭을 ‘POSTECH’으로 통일하면 이런 현상을 줄일 수 있지 않나

우리대학이 포항 지역 내에서는 ‘포대’, ‘포공’ 등 다양한 약칭으로 불리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포항공대’, ‘포항공과대학교’라 불리고 있다. 이것은 타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상대의 경우, 그 지역에서 경대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에 가서 경대라고 하면 경상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는 카이스트로 약칭을 통일한 필요가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비슷한 명칭의 연구기관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학교의 경우와 다르다.

- 심볼마크에 ‘POSTECH’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대학의 세계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심볼마크의 테두리에는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란 명칭이 쓰여있다. 학교 설립당시에는 이것이 쓰여있지 않았는데 국제화와 한국에서의 통용을 모두 고려하여 95년 변경한 것이다. ‘포항공대’는 교가의 가사에도 쓰이고 있다. 학교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오히려 한글을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대학이 ‘포항대학교’라는 이름을 특허로 등록해 놓았다고 하는데

우리대학이 성장하면 의대나 다른 학과를 만들 수도 있다. 이 때 ‘포항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로 등록해 놓았다. 그런데 지금 Science and Technology란 의미가 담긴 ‘POSTECH’을 마크에 사용하면 우리대학이 종합대가 되었을 때 다시 변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