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론 도입으로 인한 시간의 ‘역동성’
상대론 도입으로 인한 시간의 ‘역동성’
  • 김성원 /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 승인 200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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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찰나일 수 없는 상대론적 시간
1. 빛의 속도의 절대성
‘우주상에서 최대 속도를 갖는 물질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 답이 ‘없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속도를 능가하는 또 다른 속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속도의 한계가 없어지고 무한의 속도가 존재할 수도 있다. 속도는 공간의 변화를 시간의 변화로 나눈 것으로 무한의 속도라는 것은 공간의 변화가 무한이라든지 아니면 시간의 변화가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뉴턴은 이미 만유인력이 상호작용하는데 작용시간이 없다고 가정하여 무한 속도의 개념을 도입하기는 했으나 물체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상호작용에도 매개 입자의 움직이는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빛이란 물질과 다른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었다. 후에 뢰머, 브래들리와 피조 등이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속도를 측정하였다.

여하튼 속도가 무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우주상에는 최대 속력이 존재하게 된다. 그 최대 속력은 관측자와 관계없이 일정해야 한다. 만일 일정하지 않다면 그것은 최대 속력이 아니다. 그것보다 큰 속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최대 속력을 갖는 물질이 왜 하필 빛이어야 하는가?


2. 시간의 상대성
마이켈슨과 모올리는 빛을 전파하는 매체로서 에테르의 존재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으나 결국 실패했으며 대신 빛의 속도가 관측자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 마이켈슨과 모올리의 실험 결과에 주목했던 아인슈타인은 두 가지 가설로 특수상대론을 이루었던 것이다. 한 가지 가설은 바로 마이켈슨과 모올리의 결과를 바로 적용하여 풀어쓴 ‘광속 불변의 법칙’인 셈이다.

빛의 속도가 관측자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가설이외에 또 다른 가설은 공변의 법칙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관측자들 사이에 성립하는 물리법칙이 똑 같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뉴턴이나 갈릴레이가 제시한 법칙과 차이가 없어 보이나 근본적으로는 시간의 상대성을 도입했다는 다른 점이 있다. 그때까지 시간은 절대적인 양이었으며 신성불가침의 물리량으로 여겨왔다. 이러한 시간에 공간이 지닌 것과 같은 상대성을 부여하고 관측자마다 시간을 다르게 측정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이렇게 도입된 상대적인 시간이 결국 상대적인 공간과 결합하여 시공간으로써 함께 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공간과 시간이 따로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이 되어 함께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공간은 관측자에 따라 다른 각자의 시공간 좌표계를 이루게 되어 일정 속도로 상호 움직이는 두 관측자들의 시공간 내의 물리법칙이 모두 같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두 번째 가설인 셈이다. 이 두가설로 아인슈타인은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05년에 특수 상대론을 발표하였다.


3. 달라지는 개념
이렇게 시간의 상대성을 공간의 상대성에 합해 보면 관측자에 따라 달라지는 몇 가지 흥미로운 현상들이 나타난다. 우리에게 동시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기존의 개념에서는 확실하다. 같은 시각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동시사건이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상대적이 되면 관측자에 따라 동시 사건들도 달라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동시 사건이었던 두 사건이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가까운 사건을 먼저 인지하게 되어 두 사건이 동시가 아님을 알게 된다.

따라서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를 재고자 할 때 그 물체와 같이 움직이는 사람이 측정한 길이와 정지한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길이를 측정하는 길이가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물체를 측정할 때에는 실제 길이보다 줄어져 보인다. 이것을 로렌츠 수축이라 부른다. 그리고 다른 주요한 상대론적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시간지연이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시간이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이 측정하는 시간은 정지한 사람의 시간보다 더 늦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우주로 여행하고 남은 한 사람은 지구상에 남아 있다고 하자. 우주로 여행하는 사람은 자기 시계로 일정 간격, 즉 1분마다 지구로 송신하여 그가 잘 여행하고 있음을 알려준다고 하자. 그러나 지구상에서 남아 있는 사람은 여행자로부터 오는 신호를 포착하고 기록을 하지만 지구상의 시간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지구상에서 보는 여행자의 시간 간격이 더 늘어나게 되어 결국 움직이는 여행자의 시간 지연 현상을 보게 된다.

이 모든 상대론적인 현상은 여행자의 속도가 느리면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빛의 속도로 가깝게 여행한다면 그 시간 지연의 효과가 상당히 커질 것이다.


4. 질량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은 물체의 동역학적인 운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물체의 에너지가 단순히 운동에너지로만 기술되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정지해있을 때의 질량인 정지질량으로부터 얻어지는 정지질량에너지가 더해진 합으로 설명되어져야 한다. 이때 더해지는 정지질량에너지는 바로 질량(물질)이 에너지로 환산될 수 있음을 보이는 식으로서 유명한 공식인 을 말한다. 바로 이것은 에너지와 물질이 상호 변환될 수 있음을 말하며 빛의 속도의 제곱이 곱해지는 덕에 엄청나게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힌트를 아인슈타인에게 준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원자력 에너지를 얻는 발판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핵반응 전후에 1g의 물질이 손실되어 이것이 에너지로 바뀌어 진다면 그 값은 매달 가구당 400와트시 정도 소비하는 520만 가구의 1년 소비 전력량으로 어마어마한 값이다.

한편 질량은 속도가 커질수록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만일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질량이 무한대의 크기로 늘어나야 하므로 물체의 정지질량을 0으로 하면 해결된다. 따라서 빛을 입자로 취급하여 해석한 광자의 정지 질량은 0이다. 그밖에 자연계의 기본 힘을 매개하는 글루온, W보존, Z보존, 중력자와 같은 매개입자들도 빛의 속도로 움직이므로 정지질량은 0으로 정한다.


5. 시간과 인간
하늘의 별과 태양으로 시각과 시간을 이해했던 인간에게 시계의 출현과 기계의 발달로 시간은 인간생활에 더욱 밀접해졌다. 삶이 분주해질수록 시간은 더 긴밀한 관계가 되었고 정밀한 시각과 시간이 인간의 생활에서 필수불가결 해졌다. 이 인간에게 중요한 시간은 상대론과 함께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왔다. 절대성을 벗어나 상대성을 도입한 시간에게 지면관계상 언급하지 못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서는 중력으로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 시간의 역동성을 도입한다. 이는 시간의 역할이 무대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배우로서 물체와 같이 어울리는 개념으로 발전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의 여유와 멋이 있었던 과거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지만 찰라와 같은 시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현대 물리학의 상대론적인 시간관은 인간에게 중요한 순간을 제공해 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