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의 3차원 구조 관찰 가능한 최고 성능의 전자현미경을 찾아서
원자의 3차원 구조 관찰 가능한 최고 성능의 전자현미경을 찾아서
  • 김주영 기자
  • 승인 2005.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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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김 박사’를 외치면 실제 몇몇이 뒤돌아본다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 연구 단지에는 여러 연구 기관들이 서로 담을 맞댄 채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 과학기술원과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옆에 위치해 있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 외에도 핵융합장치 KSTAR가 위치해 있는 중요한 연구기관이다. 홍보 담당의 이정림 씨께 미리 연락을 해 두었기 때문에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전자현미경동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자현미경동은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 High Voltage Electron Microscope)을 위해 지어졌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HVEM에서 전자가 방출될 때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에는 300톤급의 방진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건물의 높이는 9.2m 인 현미경 크기에 맞춰 3층이다.

실험실로 들어서면 현미경이 흔들리기 때문에 시료를 넣는 시간에 맞춰 잠깐 HVEM을 볼 수 있다고 했다. HVEM을 보기 전 박한나 연구원의 설명을 들으며 전자현미경동 내 전자현미경들을 구경하였고 정종만 기술원으로부터 HVEM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전자현미경동에는 HVEM 외에 ESEM, EF-TEM, FE-TEM 이 있다. 전자파는 파장이 짧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면 광학현미경으로는 불가능한 높은 배율, 분해능의 상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박 연구원이 실험하는 ESEM(Environmental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이 있는 연구실을 처음 방문했다. SEM은 광학현미경과 TEM(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의 중간 정도의 분해능을 가진 현미경으로 마이크로미터의 분해능을 가진다. 시료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2차 전자를 이용하여 영상을 얻는데 시료의 파괴를 방지하고 표면에서의 전자의 균일한 분포(Scanning)를 위해 도금 하여 사용한다. ESEM은 주로 곤충이나 세포, 재료의 표면을 관찰하는데 사용된다.

다음으로 EF-TEM과 FE-TEM이 있는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TEM은 전자선을 시료에 투과시켜 형광판이나 사진필름에 초점을 맞추어 상을 얻는데 20kV를 사용하는 ESEM과는 달리 100kV이상의 보다 높은 전압을 사용한다. TEM의 시료는 전자가 투과되어야 하기 때문에 두께가 20나노미터 정도로 얇아야 하는데, 정종만 기술원은 TEM의 시료를 준비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우며 이 절차가 전체 실험 시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다.
전자현미경은 전자가 튀어나오는 Emitter의 재료와 모양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 사용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 예를 들어 SEM에 사용하는 텅스텐은 싸고 교환이 쉬운 반면 TEM에 사용하는 LaB6는 비싸고 오래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FE-TEM은 전자의 전계 방출효과(Field Emission)를 이용한 FE건 타입의 Emitter를 사용한 것인데 HVEM 또한 이것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설명을 들었다.

전계 방출효과는 전자가 도체 표면에서 진공 면으로 tunneling 하는 효과로 강한 전기장이 도체에 주어지면 진공 부분의 Potential Energy가 낮아져 Fermi 준위에 있던 전자들이 에너지 장벽을 뚫고 진공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전자방출 건을 만들면 매우 밝고 수명이 길며 에너지 집적도가 높은 전자빔을 얻을 수 있다. 대신 전자가 방출되는 tip의 직경이 100옹스트롱(Å) 이하로 매우 뾰족해야 하며 높은 전기장과 진공상태를 지속해 주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HVEM에는 진공펌프가 두개나 달려있다.

HVEM을 구경하기에 앞서 벽에 붙어 있는 참고자료를 보며 정 기술원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HVEM은 1250kV로 가속전압이 높은 TEM 이며 사양분해능이 12옹스트롱(Å)으로 높아 실리콘 원자를 분해할 수 있는 정도이다. 고전압을 사용하면 전자의 파장이 짧아 오히려 시료의 손상이 적으며 두꺼운 시료도 잘 투과하기 때문에 HVEM을 이용하여 생물 쪽 시료도 많이 관찰한다고 한다. HVEM에서 눈여겨 볼만한 성능이 있다면 다양한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시료 홀더(Specimen Holder)를 사용하여 온도에 따른 시료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과 홀더의 회전과 상하 이동을 지원하여 시료의 3차원적 구조를 알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을 들 수 있다. 정 기술원은 “원자 분해능(< 12옹스트롱(Å))과 홀더의 이동(회전 ± 60도, 상하 이동 ±30도)의 동시실행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갖게 되는 기능”이라며 외국에서도 실험하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고 자랑스레 설명했다. 실제로 KAIST의 이정용 교수는 HVEM을 이용하여 Ga-N의 3차원적 원자 배열 구조를 이미 관측한 바 있다.

오후 4시 즈음, HVEM의 시료를 넣는 시간이 되어 잠깐이지만 HVEM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실험실 안으로 보이는 현미경의 일부는 시료 홀더 아래 투과된 전자를 모아주는 자석 렌즈가 있는 부분이다. 그 아래로 특정 에너지를 가진 전자를 걸러 시료의 형태를 관찰하게 해 주는 GIF system과 300톤 규모의 지지대가 연결되어 있다. 전자현미경이 너무 커서 시료는 건물의 위층으로가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교체한다고 했다. 이렇게 커다란 현미경이 조그마한 진동에도 민감해서 가동 시엔 실험실을 방문하지 못하며 실내화를 신고 조심스레 걸어 다녀야 한다.
전자현미경동에서의 모든 견학을 마치고 자료를 챙겨 나오는 길에 러시아에서 실험하기 위해 온 사람들과 마주쳤다. EF-TEM과 FE-TEM의 설명을 들을 때도 실험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곳으로 연구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주로 대학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전국 6개의 분소도 모두 대학 내에 설치되어있다. 우리 학교에서 연구하는 많은 대학원생, 교수들도 이러한 기관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좋은 연구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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